기준금리 연 2.50% 동결…중동 전쟁 불확실성에 한국은행 일단 멈춤

2026-04-10 11:04

add remove print link

중동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리 동결의 이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물가가 오를 위험과 경제 성장이 둔화될 위험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바꾸기보다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10일 한국은행은 오전 회의를 열고 현재의 기준금리(중앙은행이 정하는 돈의 가격 기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는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다. 전쟁이 터지면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길이 막히거나 기름값이 급등하게 되는데, 이는 물가를 올리는 동시에 물건을 만드는 비용을 높여 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이중고를 안긴다.

세계 경제는 그동안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와 각 나라의 재정 확대(나라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일) 덕분에 비교적 잘 버텨왔다. 중동 전쟁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에너지가 귀해지자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걱정이 커졌고, 안전한 자산인 미국 달러로 돈이 몰리면서 달러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미국과 이란이 잠시 싸움을 멈추기로 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경제 역시 반도체 수출이 잘 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동 사태 이후 기름값이 오르고 물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나라 전체의 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 지난 2월에 예상했던 2.0%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여전히 활발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내수(국내 소비)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물가 상황을 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2.2% 올라 한 달 전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기름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날씨나 외부 사건에 민감한 항목을 제외한 실제 물가)는 2.2% 수준으로 소폭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조금 높아졌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제 기름값이 계속 들썩인다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기존 예상치인 2.2%를 훌쩍 넘어 2%대 중후반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대까지 치솟으며 크게 흔들렸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에서 사 오는 밀가루나 기름값이 비싸져 우리 생활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소식에 환율이 다시 내려가긴 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한편 가계대출(개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 덕분에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오름세가 주춤해졌으나 이것이 완전히 안정된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중동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물가와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꼼꼼히 살피며 다음 통화정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것보다, 전쟁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경제 시스템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목표한 수준에서 안정되고 금융 시장이 평온을 되찾을 때까지 현재의 긴축 기조(돈줄을 조이는 정책)를 유지하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NewsChat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