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15개' 흐르는 전국 1호 군립공원…2000원 돌려받고 걷는 '트레킹 명소' 어디?
2026-04-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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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산과 물이 함께 빚은 풍경, 강천산군립공원
산세가 수려하다는 말보다 물소리가 맑다는 인사가 먼저 어울리는 곳이 있다. 좁은 골짜기를 따라 쉼 없이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 같다. 전북 순창에 위치한 강천산은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 풍경으로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깊은 숲길과 맑은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천산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강천산은 1981년 1월 전국 최초의 군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상징적인 산이다. 해발 583.7m의 왕자봉을 비롯해 선녀봉과 연대봉 등 여러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사이로 남북으로 나뉜 작은 협곡들이 깊은 골을 이룬다. 이곳은 골짜기마다 단단한 암반 위로 깨끗한 샘물이 솟아 흐른다고 해 ‘강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예전에는 용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요동치며 승천하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용천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노령산맥에서 이어진 산줄기는 산성산을 거쳐 광덕산으로 흐르며 수많은 기봉을 이뤘고, 천자봉과 깃대봉 등 이름난 봉우리도 여럿 자리하고 있다.

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강천호의 잔잔한 물결이다. 순창읍에서 정읍 방향으로 약 8km를 이동하면 닿는 이 호수는 강천산 산행의 서막을 알린다. 이곳의 산책로는 완만하고 평탄해 걷기에 큰 부담이 없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은 맨발로 걸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흙길이 잘 닦여 있다. 신발을 벗고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촉감을 느끼며 걷는 경험은 강천산의 색다른 매력 가운데 하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병풍바위와 비룡폭포, 부처바위 등 자연이 빚어낸 바위들이 차례로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강천산의 계곡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끊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대계곡과 선녀계곡, 원등계곡 등 이름 있는 계곡만 15개가 넘고, 이들이 합류해 내는 물소리는 산 전체에 생동감을 더한다. 특히 계곡물은 바닥의 자갈 하나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하며, 한여름에도 손이 시릴 만큼 차갑다. 물이 맑고 차가워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청정한 이미지가 짙다. 산책로 끝자락에서 만나는 구장군폭포는 높이 120m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로 시선을 붙든다. 기암괴석 사이로 굽이쳐 내려오는 폭포수는 강천산 풍경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의 모습도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봄이면 진달래와 산벚꽃이 골짜기마다 피어나고,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이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든다. 가을에는 강천산의 상징으로 꼽히는 ‘아기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인다. 잎이 작고 앙증맞은 아기단풍은 색이 유난히 선명해 가을 정취를 더한다. 겨울에는 눈 덮인 바위산과 거대한 고드름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만든다. 계곡 사이를 잇는 높이 50m의 구름다리에 오르면 숲과 폭포가 어우러진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순창의 자연을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제는 그 풍요로움을 맛으로 경험할 차례다. 강천산 인근과 순창읍 내에는 지역의 특색이 담긴 먹거리가 풍성하다. 순창 고추장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만큼 이를 활용한 더덕구이와 돼지불고기는 이곳의 대표 먹거리로 꼽힌다. 깨끗한 물에서 자란 민물고기로 끓여낸 매운탕과 장맛이 깊게 밴 한정식도 산행 후 허기를 달래기에 좋다. 인근의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방문하면 장류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제철 식재료로 만든 장아찌와 특산물도 만날 수 있다.

강천산군립공원을 방문하려면 이용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4월부터 10월까지 하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 학생과 사병은 4000원이다. 유료 입장객에게는 2000원 상당의 순창사랑상품권이 지급되며, 인근 식당이나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준다. 만 6세 이하 아동과 만 70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증빙서류를 지참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산책로라는 평가가 많다.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고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 폭포 아래에서 느끼는 시원함은 강천산이 주는 분명한 매력이다.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조용히 숲길을 걷다 보면 풀꽃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 시선이 머문다. 이번 주말, 순창 강천산에서 맑은 물줄기와 함께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