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대통령의 SNS 외교 참사
2026-04-13 17:01
add remove print link
이재명의 이스라엘 비판, 교민사회와 야당까지 도미노 비판
사실 검증 없는 대통령 SNS 발언, 외교 파장과 교민 불안 동시 촉발
이재명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시작된 이스라엘 관련 논란이 외교 문제를 넘어 현지 교민사회와 국내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한인회를 이끄는 이강근 한인회장은 대통령 발언이 현지 한국인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국내용 버릇이 국격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인권 비판 메시지를 둘러싸고, 문제 제기의 정당성과 외교적 표현의 신중함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는 구도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이 4월 10일 X에 공유한 영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해당 영상과 함께 위안부 강제동원, 홀로코스트, 전시 살해를 함께 언급하며 강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이 영상은 2024년 9월 촬영된 장면으로, 이스라엘군은 당시 영상 속 인물이 살아 있는 아동이 아니라 시신이었다고 설명했고 사건도 조사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에 대한 지적이라는 취지로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 정부 역시 모든 폭력과 비인도적 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교민사회의 우려도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이강근 이스라엘 한인회장은 11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발언으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감당해야 할 시선과 부담을 생각해봤느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 대표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스라엘 법원이 네타냐후 총리 재판 재개를 통보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 대통령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외교 현안이 교민 안전과 일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한인사회 내부에서 표면화한 셈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이 시점과 내용이 다른 영상을 근거로 특정 국가를 강하게 비판한 결과, 상대국 외교부가 직접 반박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실이라면 문제다”라는 식의 전제적 표현은 일반인에게는 가능할 수 있어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화법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는 발언 하나, 표현 하나가 곧 국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온라인 메시지라도 훨씬 더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 국가 지도자의 인권 문제 제기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원칙적 개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관계와 외교적 파장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메시지가 오히려 외교 부담과 교민사회의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안은 글로벌 분쟁과 관련한 국가 지도자의 SNS 발언이 더 이상 개인적 의견으로 소비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