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싹 바뀌었다”…대전시가 새로 뽑은 진짜 대표 음식 3개
2026-04-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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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선택한 대전의 맛, 26년 만에 완전히 바뀌다
대전의 식문화 지형도가 26년 만에 완전히 바뀐다.

대전광역시는 최근 2026년 제1회 대전 대표음식육성위원회를 열고 빵과 칼국수, 두부두루치기를 ‘대전의 맛 3선’으로 최종 지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0년에 지정했던 대전 6미(숯골냉면, 구측도토리묵, 대청호민물고기매운탕, 삼계탕, 돌솥밥, 설렁탕)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면 개편이다. 이번 결정은 현대의 외식 경향과 시민들의 실제 선호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대전의 대표 음식 체계를 다시 세우기 위해 추진되었다.
대전시는 기존 6미에 시민 선호도 조사 결과와 전문가 추천을 더해 총 11개의 후보군을 추려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4314명이 참여한 온오프라인 조사 결과 빵과 칼국수, 두부두루치기는 온라인에서 68퍼센트, 오프라인에서 81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전의 상징성을 증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브랜드 명칭은 ‘대전의 맛’으로 정해졌으며 대표 음식의 개수는 3개로 압축되었다.
대전은 왜 ‘밀가루의 도시’가 되었나
대전이 빵과 칼국수의 도시로 이름을 알리게 된 배경에는 아픈 현대사와 지리적 특성이 깊이 스며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대전은 구호 물자가 모이고 흩어지는 핵심적인 물류 거점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에서 원조받은 밀가루가 철도를 통해 대전역으로 대량 유입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전 사람들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1956년 대전역 앞 노점에서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기 시작한 성심당의 역사는 대전 빵 문화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척박한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던 밀가루는 시간이 흐르며 대전만의 독특한 빵 문화를 꽃피웠고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성지가 되었다. 또한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철도 교통의 요지였기에 역 주변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가락국수와 칼국수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다.
전국에서 가장 다채로운 ‘칼국수의 성지’
대전은 칼국수의 종류가 가장 다양한 도시 중 하나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조리법과 재료에 따라 수십 가지의 맛을 자랑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칼국수는 크게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멸치와 바지락으로 국물을 내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강조한 바지락 칼국수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
여기에 대전만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나는 얼큰이 칼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빨갛게 끓여낸 뒤 쑥갓을 듬뿍 올려 먹는 이 방식은 대전 사람들의 화끈한 입맛을 대변한다. 또한 들깨를 갈아 넣어 고소하고 걸쭉한 맛이 일품인 들깨 칼국수, 우렁이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 우렁 칼국수, 사골 육수로 깊은 맛을 낸 고기 칼국수 등 대전의 골목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칼국수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민의 허기를 달래주던 매콤한 ‘두부두루치기’
빵과 칼국수가 외지에서 온 밀가루의 영향을 받았다면 두부두루치기는 대전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난 향토 음식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저렴한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 양념으로 맵게 볶아낸 이 음식은 대전 서민들의 든든한 안주이자 반찬이었다.

두부두루치기는 국물이 자작하게 있어 칼국수 사리를 비벼 먹는 것이 대전만의 정석적인 식사법이다. 칼국수의 도시답게 두 가지 대표 음식을 섞어 먹는 문화가 정착된 셈이다.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두부의 조합은 대전을 방문하는 미식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민이 직접 뽑은 대전의 맛, 관광 자원으로 육성
최동규 대전시 체육건강국장은 이번 개편이 전문가의 판단에만 의존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대표 음식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앞으로 빵과 칼국수, 두부두루치기를 중심으로 ‘대전의 맛’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전의 먹거리를 전국적인 음식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26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대전의 대표 음식들은 과거 구호 물자로 시작된 밀가루의 역사부터 현대의 트렌드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전시는 이번에 선정된 세 가지 음식을 활용해 다양한 축제와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대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고품격 미식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