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해달라” 요구하며 실제 대회 개최
2026-04-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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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보다 건강에 좋은데 왜 안 되냐”

스트립클럽 사장이 섹스를 스포츠 종목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 나라 공식 스포츠 기관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혼자서 대회를 열기까지 했다. 세상에는 별별 일이 다 있다.
주인공은 스웨덴의 드라간 브라티치다. 스웨덴 남부 예테보리 인근에서 여러 스트립클럽을 운영하는 사업가인 그는 2023년 1월 스웨덴 국가스포츠연맹(Riksidrottsförbundet)에 느닷없는 서류를 들이밀었다. '스웨덴섹스연맹(Swedish Sex Federation·SSF)'을 공식 스포츠 단체로 인정해달라는 가입 신청서였다.
브라티치의 논리는 나름 정연했다. "섹스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이롭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경쟁도 당연한 수순 아닌가."
그는 심지어 e스포츠를 끌어들이며 반격했다. "스웨덴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하는 걸 스포츠로 인정했다.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신체 활동보다 그게 더 스포츠란 말인가."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고 느낀 사람도 있었을 법하다.
스웨덴 국가스포츠연맹의 반응은 단호했다. 연맹 수장인 전직 축구선수 비에른 에릭손은 딱 한 마디로 잘라냈다.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We have things to do)." 신청서는 그해 4월 공식 거부됐다. 이유는 서류 미비였다. 연맹 대변인은 "스웨덴 국가스포츠연맹과 어떠한 섹스 관련 단체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런 소식이 국제 언론을 통해 퍼지는 건 스웨덴 스포츠와 스웨덴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허위 정보로 보인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거부 결정이 나왔다고 브라티치가 물러설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국가의 인정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독자 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2023년 6월 8일 예테보리에서 '유럽 섹스 챔피언십'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대회 방식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참가자들은 9개국에서 모여 총 16개 종목에서 겨룬다는 구상이었다. 세부 종목에는 유혹하기, 전희, 삽입, 지구력, 오르가슴 횟수, 카마수트라 지식과 응용, 커플 간 호흡, 외모 등이 포함됐다. 매일 45분에서 1시간씩 경기를 치르고 최대 6주간 대회가 진행되며, 5인의 심사위원단과 온라인 관중 투표로 승자를 가린다는 계획이었다. 재원은 자체 조달하겠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서면으로 밝혔다.
이 소식이 퍼지자 세계 언론이 들끓었다. 여러 매체가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이 섹스를 공식 스포츠로 선언했다거나 국가 주도 섹스 대회가 열린다는 식의 왜곡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3년 6월 브라티치는 예고대로 예테보리에서 실제로 대회를 열었다. 규모는 초라했고 약속했던 생중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이내 들고일어났다. HIV 검사를 받지 못했고, 약속한 참가비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표 참가자가 소셜미디어에 이 사실을 알리려 하자 브라티치가 직접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해당 장면이 영상으로 찍혀 유포됐다. 첫 대회는 그렇게 스캔들로 막을 내렸다.
브라티치는 이듬해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에는 무대를 스페인 말라가로 옮겨 '세계 섹스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콜롬비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 9개국 참가자들이 모였다. 3월 5일 시작해 4월 5일까지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세 아이를 둔 유부남인 영국인 참가자는 참가비로 3000파운드를 받고 항공권과 숙박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회는 순탄치 않았다. 예정보다 일주일 일찍 막을 내렸다. 일부 참가자는 경기 도중 부상으로 기권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주최 측 규정을 어기고 알코올과 약물을 사용했다가 실격 처리됐다. 쫓겨난 참가자들은 오히려 주최 측을 향해 포주 행위와 약속한 대금 미지급을 주장하며 반격했다. 주최 측은 이를 부인하며 대회 공식 종료일인 4월 5일 이후 지급하겠다고 맞섰다. 혼란 속에서도 수상자는 발표됐다. 남성 부문 챔피언은 이탈리아의 카피타노 에릭, 여성 부문 챔피언은 스웨덴의 노지 러브였다.
브라티치의 스웨덴 섹스 연맹 웹사이트는 현재도 운영 중이다. "스웨덴 섹스 연맹은 섹스 분야에서 교육, 훈련, 대회를 공식 조직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대회 후원사와 협력사를 모집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홈페이지에 보다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195개국 중 세금으로 사랑과 섹스를 교육하는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행위인데도 말이다." 브라티치는 SSF가 싸우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성의 권리를 꼽기도 했다. "섹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월한 몇 안 되는 스포츠다. 여성이 지배하는 스포츠라는 사실 자체가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강력한 일격이다." 또 "전 세계 여성의 30%가 오르가슴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당하다고 웃어넘기기엔 하는 말 자체는 진지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