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전 국민을 전과자로 매도? 이재명의 물타기

2026-04-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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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 남발 구조 개혁, 경제 제재로 전환하다
검찰국가화 벗기 위한 형벌 체계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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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형벌 체계 전반에 대한 손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실효성 있는 경제 제재와 행정 제재를 중심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의 발언은 형벌을 국가 운영의 기본 수단처럼 써온 관행이 검찰과 수사기관의 권한을 과도하게 키웠고, 그 결과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 일상에 지나치게 깊숙이 침투하게 됐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법무부와 재정경제부의 ‘형벌 합리화 방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재의 제도가 “형사처벌이 너무 남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웬만한 일은 다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보니 검찰과 수사기관의 권력이 너무 커졌고, 검찰국가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말했고,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에서 전과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표현으로 과잉 형벌 구조를 비판했다. 또 형벌은 “반드시 필요한 최후 수단으로 절제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은 처벌의 완화가 아니라 처벌 방식의 전환에 가깝다. 이 대통령은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과태료 같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쪽이 지금 시대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벌금을 행정 제재로 바꿀 경우 오히려 액수는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벌금 500만원을 과태료로 바꿔준다면 5000만원, 1억원으로 해야 한다”거나, “음주운전에 걸려도 300만원만 내면 끝난다고 느끼게 해선 제재 효과가 없다”는 취지의 언급은, 형벌을 줄이되 책임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법무부도 같은 날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내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불필요한 형벌을 줄이고, 경미한 행정상 의무 위반은 과태료 등으로 전환하는 방향의 ‘형벌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전수조사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현행 법률 1069개, 전체의 64%에 형벌 규정이 들어 있고, 처벌 대상 위반 행위도 1만7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무부와 법제처를 중심으로 전담 TF를 운영하면서, 모호한 처벌 규정을 정비하고 여러 특별법에 흩어진 형벌 조항도 체계적으로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언은 하루아침에 나온 문제 제기라기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이어온 ‘경제 형벌 합리화’ 기조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경제형벌을 손보겠다는 방향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정부도 1년 안에 관련 규정의 30%를 정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국무회의 발언은 그 범위를 경제 규제를 넘어 형벌 체계 전반으로 확장해 공개적으로 제기한 셈이다.

결국 이번 메시지의 핵심은 ‘형벌을 줄이자’가 아니라, 국가가 너무 쉽게 형사처벌에 기대는 구조를 바꾸자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형벌 남용이 국가 권력을 비대하게 만들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국민을 범죄 전력의 틀 안에 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실제 입법과 제도 개편 과정에서 어디까지 형벌을 걷어내고, 어디부터는 오히려 더 무거운 경제 제재로 대체할지가 이 논의의 성패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home 김규연 기자 kky9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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