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때문에 사망한 4살 아이...법원 "4억 배상하라"

2026-04-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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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이 생명 앗아간 '응급실 뺑뺑이', 병원에 수억 배상 책임
응급환자 거부·치료 지연으로 숨진 아이, 법원이 의료진 과실 인정

생명이 위태로운 4살 아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게 한 병원들에 대해 법원이 수억 원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의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

지난 1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고 김동희 군 유족이 병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청구액의 70%인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군은 경남 양산의 한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여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입원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음에도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응급 상황에서의 대응이었다. 부산 B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 군을 직접 치료하지 않은 채 119 구급차로 이송시키면서 필수적인 진료기록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적 판단과 처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더 큰 논란은 이후 벌어졌다. 119 구급대가 가장 가까운 병원이자 수술을 진행했던 A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려 했으나, 해당 병원은 응급환자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시 A 병원은 심폐소생 중인 환자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수사 결과 실제로는 치료를 기피할 정도의 위중 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 군은 약 20㎞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돼야 했고, 그 과정에서 치료가 지연됐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연명 치료를 이어가던 김 군은 2020년 3월 끝내 숨졌다.

재판부는 A 병원과 B 병원 모두의 과실을 인정했다. 응급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점, 그리고 적절한 응급처치 없이 환자를 이송시킨 점이 모두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체 책임 중 일부를 제한해 손해배상액을 청구액의 70%로 정했다.

앞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는 결과가 일부 달랐다. 울산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A 병원과 소속 의사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고, B 병원 의사에게도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내렸다. 다만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고 김동희 군 어머니 / 유튜브 '환자단체연합회'
고 김동희 군 어머니 / 유튜브 '환자단체연합회'

유족 측은 이번 민사 판결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형사재판에서는 과실치사 부분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민사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그동안 의료계와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병원 간 책임 회피와 인력·시설 부족, 그리고 환자 분류 시스템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응급환자 수용 거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과 강력한 책임 규정, 그리고 병원 간 협력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현장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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