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알 넘는 약이 독 될라…화성시가 부모님 거실로 보낸 '의료 어벤져스'
2026-04-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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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이상 약물 복용, 의사·약사·간호사가 직접 찾아간다
화성특례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재택의료-방문약료 원스톱 다학제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지역 돌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화성특례시와 화성시 돌봄의료센터, 화성시약사회가 협력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65세 이상 재가 노인 중 10종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고위험군을 핵심 타깃으로 삼는다. 기존의 방문 진료와 방문 약료 서비스가 각기 다른 일정으로 파편화되어 운영되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전문가가 동시에 출동하는 다학제(여러 학문 분야가 협업함) 협진 모델을 국내 최초로 현장에 이식했다.
다제약물의 위험성
고령층의 다제약물 복용은 단순한 약 복용의 번거로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신장과 간의 대사 능력이 저하되어 약물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러 약물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일반 성인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10종 이상의 약을 상시 복용할 경우 낙상으로 인한 골절, 인지기능 저하, 급성 신부전 등의 부작용 발생 확률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재가 어르신들은 처방받은 약의 중복 여부나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관리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화성시의 원스톱 다학제 팀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정교한 프로세스로 메운다. 본격적인 방문에 앞서 화성시약사회 전담 인력이 대상자 가정을 먼저 찾아가 실제 복용 중인 모든 약봉투와 처방전, 건강기능식품까지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 전화 상담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한 '숨겨진 약물'과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을 걸러내기 위한 필수 사전 작업이다.
현장 방문 당일에는 의사, 약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가 동시에 대상자의 거실에 모인다. 약사가 사전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약물 상호작용 위험성을 지적하고 중재안을 내놓으면, 현장에 함께 있는 의사가 즉시 환자의 상태를 진찰한 뒤 그 자리에서 처방을 조정한다.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들에게 실시간 협진을 통한 약물 다이어트가 가능해진 셈이다. 물리치료사는 주거 환경 내 낙상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간호사는 기초 건강 지표를 확인하며 사회복지사는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 케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화성특례시가 추진 중인 '화성형 통합돌봄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배달하는 수준을 넘어, 의료와 돌봄, 복지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지는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시는 올해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도출된 성과와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뒤, 내년부터는 수혜 대상자를 대폭 확대해 돌봄의 밀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신현주 화성특례시 돌봄복지국장은 이번 다학제 팀 방문의료가 의사, 약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한 팀으로 어르신을 찾아가는 통합돌봄의 정석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화성특례시가 지향하는 돌봄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긴 사업인 만큼, 의료와 복지가 빈틈없이 연결되는 체계를 굳건히 구축해 시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 속에서 화성시의 이번 원스톱 다학제 협진 모델은 지자체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가장 실효적인 노인 건강 관리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노인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이 사업은 향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혁신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