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절경·백사장·해안 산책로 다 갖췄다…200년 '애국송'이 반기는 무료 명승
2026-04-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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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하조대, 기암괴석과 노송이 빚어낸 동해 명승
거친 파도가 깎아낸 절벽 위로 수백 년을 버틴 소나무가 서 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하조대'라는 이름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하조대'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명소 가운데 하나로, 뛰어난 자연 경관과 역사적 유래를 함께 지닌 곳이다. 기암괴석과 바위섬이 흩어져 있는 암석 해안은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져 예부터 동해안의 절경으로 꼽혀 왔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명승 제68호로 지정됐다. 약 13만 5000㎡에 이르는 암석 해안은 넓고 시원한 풍경을 이루며, 양양 1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조대라는 이름에는 조선 건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고려 말 혼란한 정국을 피해 이곳에 머물며 새 시대를 도모했다는 설이 있으며, 두 사람의 성을 따 하조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 있는 정자는 이러한 유래와 함께 하조대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원래의 정자는 6·25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됐고, 이후 1955년에 다시 세워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자 안에는 현판이 걸려 있어 이곳의 역사적 배경을 전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중심에는 기암절벽 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이 있다.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닷바람을 견뎌온 이 소나무는 애국가 영상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애국송’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와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하조대를 대표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정자에서 내려와 데크길을 따라가면 또 다른 명물인 하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1962년 5월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의 공식 명칭은 ‘기사문등대’다. 약 20km 밖까지 빛을 비추는 무인 등대로, 기암절벽과 함께 하조대의 또 다른 풍경을 이룬다.

하조대의 볼거리는 절벽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근에는 부드러운 백사장이 펼쳐진 하조대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1.5km 길이의 백사장과 100m 폭의 넓은 모래사장은 여름철 피서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주변의 광정천과 상운천에서 유입되는 담수의 영향으로 다른 동해안 해수욕장보다 수온이 비교적 높게 유지된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으로 꼽힌다. 수심도 1.5m 안팎으로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해수욕장 남쪽에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하조대 일대의 해안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양양 여행의 즐거움은 풍경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조대가 있는 양양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을철이면 설악산 자락의 화강암 토양에서 자란 양양 송이버섯이 대표 특산물로 꼽힌다. 향이 짙고 식감이 좋아 계절 별미로 찾는 사람이 많다. 하조대 인근 식당가에서는 강원도 향토 음식인 섭국도 맛볼 수 있다. 동해안의 자연산 홍합인 섭을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끓인 음식으로,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활용한 요리와 메밀의 구수한 맛을 살린 막국수 역시 지역을 찾는 이들이 자주 찾는 음식이다.
하조대 인근에는 함께 둘러보기 좋은 장소도 많다. 북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관음 성지로 알려진 낙산사가 있어 동해의 일출 풍경과 불교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다. 하조대해수욕장에서 이어지는 해안로를 따라가면 서핑으로 잘 알려진 해변들도 만날 수 있다. 조용한 명승지의 분위기와 활기 있는 해변 문화가 한 지역 안에서 공존하는 점은 양양 여행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겨울철에는 도루묵이나 양미리 같은 제철 수산물을 맛보려는 발길도 이어진다. 인근 항구에서는 계절에 따라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접할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방문 전에는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조대는 동절기(10월 1일~3월 31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절기(4월 1일~9월 30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된다. 입장료와 주차 요금은 모두 무료여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해안 절벽 지형에 자리한 만큼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전면 통제될 수 있다. 방문 전에는 날씨와 현장 통제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