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이 카페를 점령했다…요즘 2030이 줄서서 먹는다는 '이것'

2026-04-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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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태운 보라색 우베, 말차를 이을 차세대 디저트 재료로

카페 메뉴판에 보라색이 늘고 있다. 라떼, 케이크, 도넛, 쉐이크까지. 이 보라빛의 정체는 '우베(Ube)'다. 필리핀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먹던 보라색 뿌리채소가 SNS를 타고 미국과 유럽을 거쳐 국내 카페 시장에까지 상륙했다.

우베 아이스크림 / Quantum Hydra-shutterstock.com
우베 아이스크림 / Quantum Hydra-shutterstock.com

두바이 쫀득쿠키(두쫀쿠), 버터떡에 이어 다음 대형 디저트 유행으로 업계가 주목하는 재료가 우베다.

우베가 뭔가요

우베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재배되는 보라색 참마(Purple Yam)의 일종이다. 한국에서 익숙한 자색고구마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이다. 잘랐을 때 드러나는 속살의 보라색이 자색고구마보다 훨씬 진하고 선명하며, 맛도 다르다.

우베의 풍미는 바닐라와 견과류를 섞어 놓은 듯한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특징이다. 자색고구마나 타로처럼 흙 냄새나 쓴맛이 없고, 말차처럼 쌉쌀하지도 않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크리미한 맛이 나기 때문에 우유, 크림, 커피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이 때문에 라떼나 아이스크림, 케이크 베이스로 활용하기가 수월하다.

영양 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우베에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나 적포도주에도 함유된 성분으로, 염증 억제와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칼륨, 비타민C,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어 한때 슈퍼푸드로 꼽히기도 했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최근의 '헬시플레저'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는 재료다.

필리핀에서의 우베

필리핀에서 우베는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식재료였다.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식당, 선물용 기념품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은 '우베 할라야(ube halaya)'다. 우베를 쪄서 으깬 뒤 버터와 연유를 섞어 잼처럼 졸인 것으로, 빵에 발라 먹거나 다른 디저트의 재료로 쓴다.

또 다른 대표 메뉴는 '할로할로(halo-halo)'다. 필리핀식 빙수로, 간 얼음 위에 팥, 젤리, 과일 등을 얹고 맨 위에 우베 아이스크림을 올린다. 더위가 극심한 필리핀에서 전 국민이 즐기는 여름 간식이다. 필리핀식 떡인 '뿌또(puto)'에도 우베를 갈아 넣어 보라색 떡을 만들고, 버블티 재료로도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우베 자료사진 / kariphoto-shutterstock.com
우베 자료사진 / kariphoto-shutterstock.com

우베가 필리핀을 넘어 세계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 특히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였다. 두 도시 모두 필리핀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크게 형성돼 있어, 현지 필리핀 식당과 베이커리에서 우베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라떼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미국 시장에서 우베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었다. 인공 색소 없이도 선명한 보라색을 내는 우베 디저트는 시각적으로 강렬해 소셜미디어에서 눈에 띄기 쉬웠다. 'ube latte', 'ube ice cream' 같은 해시태그가 퍼지면서 필리핀계 음식 문화를 잘 몰랐던 미국 젊은 층에게도 우베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Ubecor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우베의 보라색 색감 자체가 하나의 미적 콘셉트로 소비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레스토랑 메뉴에서 우베가 등장하는 횟수는 2021년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코스트코, 트레이더 조, 월마트 같은 대형 리테일 채널에서도 우베 아이스크림, 치즈케이크, 스프레드 등 관련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미국 스타벅스는 '아이스드 우베 코코넛 마끼아또'를 선보이며 대중화에 불을 붙였다.

일본 향료회사 T. 하세가와는 2024년 트렌드 보고서에서 우베를 '올해의 맛'으로 선정했다. 이 보고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천연 식품 색상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우베의 선명한 보라색과 편안한 맛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도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베의 부상을 주목할 트렌드로 소개했다.

말차 다음 주자로 떠오른 배경

우베가 디저트 업계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말차 이후의 빈자리를 채울 재료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말차는 지난 몇 년간 카페와 디저트 시장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다. 라떼에서 시작해 아이스크림, 케이크, 막걸리, 하이볼까지 영역을 넓히며 이른바 '녹색 디저트'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런데 말차에는 뚜렷한 호불호가 있다. 쌉싸래하고 풀잎 향이 강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우베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여서 대중적인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맛 면에서 거부감이 없고, 시각적으로도 강렬해 SNS 콘텐츠로도 소비되기 좋은 재료"라고 보고 있다.

색감 측면에서도 우베는 강점이 있다. 인공 색소를 쓰지 않고도 진하고 선명한 보라색을 낼 수 있는 천연 재료다. 최근 인공 색소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천연 유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입장에서도 쓰기 좋은 재료로 꼽히는 이유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SNS에 올릴 음식 사진을 고를 때 색감이 강한 메뉴를 선호한다는 경향도 우베의 확산을 가속시키는 요소다.

국내 카페 시장의 움직임

우베 디저트 / The Image Party-shutterstock.com
우베 디저트 / The Image Party-shutterstock.com
국내에서 우베를 먼저 선보인 곳은 홍대나 성수 같은 트렌드 상권의 개인 카페들이었다. 홍대의 하와이킴에서는 '카페 우베'와 '우베 팬케이크'가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고,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버틀러커피에서도 필리핀 우베를 활용한 '퍼플라떼'가 인기를 끌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합류하면서 우베의 인지도는 빠르게 높아졌다. 투썸플레이스는 2026년 4월 우베 라떼, 우베 카페 라떼, 우베 쉐이크 음료 3종과 '떠먹는 우베 아박' 디저트 1종을 시즌 한정으로 출시했다. 투썸플레이스에 따르면 '투썸 우베 라떼'는 출시 사흘(4월 6~8일) 만에 비커피 음료 카테고리 1위, 전체 음료 판매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커피 메뉴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카페 업계에서 비커피 음료가 전체 4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성과로 꼽혔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4월 14일부터 전국 100개 매장에서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한정 판매하며 가세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차별화된 푸드 경험을 선사하고자 일부 매장에서 먼저 선보인 후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향후 운영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는 우베 밀키크림 도넛, 우베 두바이 퍼플 도넛, 우베 라떼, 우베 카페 라떼, 크림 우베 라떼, 크림 우베 말차 라떼 등 총 6종의 우베 신메뉴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파우더 형태로 가공된 우베 원료를 음료뿐 아니라 베이커리와 디저트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2026년 2월 말부터 3월까지 약 한 달간 국내 포털에서 '우베' 검색량은 3만 4000여 건에 달했고, 4월 예상 검색량은 4만 8000여 건으로 추산됐다. MZ세대와 알파세대 소비자들이 우베 관련 음료와 디저트 사진을 SNS에 올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베 파우더를 구매한 뒤 인증 사진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글로벌 SNS 반응과 검색량 추이, 미국 등 주요 시장 흐름을 종합 분석하고 국내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도입 시점을 결정했다"며 "트렌드가 형성되면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검증, 국내에서 빠르게 흡수되는 구조

우베의 국내 확산 패턴은 최근 디저트 유행이 형성되는 방식과 닮아 있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도 중동에서 시작해 틱톡으로 퍼진 뒤 국내에 상륙해 대형 유행이 됐고, 버터떡은 중국 상하이 베이커리 체인의 메뉴가 국내 SNS를 통해 알려지며 성수와 홍대 상권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됐다. 공통점은 해외에서 먼저 소셜미디어로 검증된 뒤 국내 트렌드 상권에서 수용되고, 이후 프랜차이즈가 가세하면서 전국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우베가 이 같은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품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낯선 재료인 우베의 인기가 빠르게 올라오자 일부 매장에서 우베 고유의 풍미에 대한 이해 없이 보라색 색감 구현에만 집중하거나, 자색고구마를 사용하고도 '우베'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우베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일부 카페에서는 자색고구마를 쓰고 우베라고 한다"는 지적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말차가 지나간 자리에 보라색 우베가 들어오는 지금, 맛과 색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해질 것"이라면서도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원물 상태의 우베는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작물이라 국내에서는 재배가 어렵다. 국내 시중에서는 주로 냉동 페이스트나 분말(파우더) 형태로 수입돼 유통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베 파우더'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따뜻한 우유에 우베 파우더 두 스푼 정도를 녹이면 간단한 홈카페 우베 라떼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우유 거품을 올리거나,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

우베 파우더는 라떼 외에도 팬케이크 반죽이나 쿠키, 케이크에 넣어 보라색 베이킹을 즐기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SNS에서는 우베 파우더를 구입한 뒤 직접 만든 우베 라떼나 우베 팬케이크 레시피를 공유하는 콘텐츠도 늘고 있다.


말차가 녹색 디저트의 시대를 이끌었다면, 이제 보라색의 차례가 왔는지 모른다. 필리핀의 오래된 식재료가 SNS와 글로벌 외식 시장을 거쳐 국내 카페 메뉴판에 자리를 잡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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