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인의 한국살이] 이란에서 시청률 60%…‘주몽’이 만든 한류의 시작

2026-04-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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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한때 이란에서는 이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한 편의 한국 드라마가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진로와 관심사까지 바꿔놓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한국 사극 ‘주몽’은 이란에서 단순한 인기 드라마가 아니었다. 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60%를 기록하며 사실상 ‘국민 드라마’로 자리 잡았고, 이는 단순히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TV가 있는 가정 대부분이 같은 시간, 같은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주요 인물들의 클로즈업 이미지로, 각 캐릭터의 긴장감과 서사가 한 장면에 압축된 ‘주몽’ 대표 포스터. / MBC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주요 인물들의 클로즈업 이미지로, 각 캐릭터의 긴장감과 서사가 한 장면에 압축된 ‘주몽’ 대표 포스터. / MBC

특히 주목할 점은 시청률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였다. 이란에서는 원래 저녁 시간이 가족 중심의 여유로운 시간으로 여겨진다. 차를 마시고 과일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지만, ‘주몽’이 방영되면서 그 루틴 자체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방송 시간에 맞춰 귀가했고, 약속을 조정했으며, TV 앞에 모여드는 시간이 하나의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의 선택과 전개를 두고 토론을 이어갔고,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검색량 증가로 이어졌다. 지금의 ‘글로벌 팬덤 문화’와 비슷한 흐름이 이미 그때 형성된 셈이다.

“이건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었다”…완전히 새로운 문화 경험

‘주몽’이 이란에서 강하게 작용한 이유는 단순한 재미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낯설지만 매력적인 세계’였다. 한국의 전통 궁궐, 의상, 생활 방식은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이미지였고, 이는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 특히 장면마다 등장하는 음식과 식사 문화는 단순한 배경 요소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함께, 이야기 구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서사는 문화권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가족, 사랑, 책임, 희생 같은 보편적인 가치가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결국 ‘주몽’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문화 창구’ 역할을 했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고 TV를 시청하는 시점의 장면으로, 일상 속에서 드라마에 몰입하는 시청자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 셔터스톡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고 TV를 시청하는 시점의 장면으로, 일상 속에서 드라마에 몰입하는 시청자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 셔터스톡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관심을 행동으로 바꾼 드라마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영향은 여기서 시작된다.

많은 이란인들에게 ‘주몽’은 단순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향한 출발점이 됐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의 발음과 표현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는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막 없이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는 매우 강력한 동기가 됐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감정이 학습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함께 증가했다. 음식, 역사, 관광지, 생활 방식까지 확장되며, 단순한 시청 경험이 ‘문화 탐색’으로 이어졌다. 일부는 한국 방문을 꿈꾸거나, 실제로 유학이나 체류를 고려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한 편의 드라마가 ‘관심 → 학습 →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장금에서 시작, 주몽으로 확장”…이어진 한류의 구조

이란에서의 한국 드라마 열풍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전에 방영된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첫 인상을 강하게 남겼고, ‘주몽’은 그 흐름을 이어받아 더욱 확장시킨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강한 스토리, 전통적인 배경, 그리고 감정 중심의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콘텐츠 구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 작품이 끝난 뒤에도 다음 작품으로 관심이 이어지는 구조는 지금의 K-콘텐츠 확산 방식과도 매우 유사하다. 콘텐츠 하나가 아니라, ‘연속적인 경험’이 팬을 만든다는 점이다.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고구려 건국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영웅 서사의 웅장함을 강조한 장면. / MBC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채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고구려 건국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영웅 서사의 웅장함을 강조한 장면. / MBC

“왜 하필 한국 드라마였을까”…콘텐츠의 경쟁력

당시 이란에서 다양한 해외 콘텐츠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가 선택된 이유는 분명하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몰입도를 유지하는 서사 구조, 감정선 중심의 전개, 그리고 시각적으로 풍부한 전통 문화 요소가 결합되면서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특정 연령층이 아닌, 세대 전체가 함께 소비할 수 있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주몽’ 열풍은 단순한 과거의 인기 사례가 아니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가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선명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K-콘텐츠가 확산되는 방식 역시 동일하다. 사람들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고, 언어를 배우고 싶어지며, 결국 직접 경험하고 싶어진다. ‘주몽’은 그 시작점 중 하나였고, 오늘날 K-콘텐츠 글로벌 확장의 구조를 이미 보여준 작품이었다.

home 헬리아 기자 helianik@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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