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위군 출신 아빠가 자녀 7명 처형하듯 총으로 살해... 미국이 발칵
2026-04-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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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택가가 미국 역사에 남을 참극의 현장으로

4개의 범죄 현장, 10명의 피해자, 8명의 사망자
현지시각으로 19일 오전 5시쯤. 슈리브포트 남서부 시더그로브 지역 해리슨 스트리트의 한 주택. 샤마르 엘킨스(31)는 이곳에서 먼저 아내 샤니쿼 퍼(34)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알은 아내의 얼굴을 관통했다. 엘킨스는 그 자리를 떠나 한 블록 거리의 웨스트 79번가 주택으로 이동해 다시 총을 꺼내 들었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오전 6시쯤 웨스트 79번가 주택의 지붕으로 탈출한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 집 안에서 총격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오전 6시 1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곧이어 해리슨 스트리트에서도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한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총을 맞았다고 알려왔다. 오전 6시 10분, 경찰은 두 사건의 용의자가 동일 인물임을 파악했다. 오전 6시 15분쯤 엘킨스는 소총형 권총을 들고 인근 교차로에서 운전자를 위협해 차량을 탈취했다. 경찰이 추격에 나섰고 인접 보시어 패리시까지 이어진 고속 추격전 끝에 엘킨스는 브롬턴 레인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살됐다. 루이지애나 주 경찰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은 주택 두 곳, 차량 탈취 현장, 사살 현장까지 모두 4개의 범죄 현장에 걸쳐 전개됐다. 피해자는 총 10명이었다. 아이 8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내와 또 다른 여성 한 명이 머리에 총을 맞아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13세 남자아이는 지붕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졌지만 총격은 피했다.
크리스 보르들롱 슈리브포트 경찰 대변인은 "아이들 대부분이 잠든 상태에서 머리를 향해 총격을 당했다"며 "처형식 범행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역겹고 사악한 범행 현장"이라고 했다.
희생된 8명의 아이... 달아나다 지붕 위에서 숨진 아이도
카도 패리시 검시관실이 공개한 희생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3세 제일라 엘킨스, 5세 셰일라 엘킨스, 6세 케일라 퍼, 7세 레일라 퍼, 10세 마케이돈 퍼, 11세 사리아 스노우, 6세 케다리온 스노우, 5세 브레일런 스노우. 여자아이 다섯과 남자아이 셋이었다. 7명은 형제자매였고 1명은 사촌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슈리브포트의 올해 살인 피해자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엘킨스는 아내 샤니쿼와의 사이에서 4명의 자녀를,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3명의 자녀를 뒀다. 두 여성 모두 이날 총격을 받았다. 웨스트 79번가 주택에서 탈출을 시도한 아이들 일부는 뒷문으로 달아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오전 현장 주택의 뒷문에는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붕 위에선 아이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 길 건너편에 사는 이웃 프레드 몽고메리는 전날 저녁 엘킨스가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자신이 손을 흔들자 엘킨스도 손을 흔들어 답했고, 아이들은 그 시간에도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몽고메리는 "무슨 아버지가 자기 자식들한테 이런 짓을 하느냐"고 했다.
무너진 가정, 감춰진 신호들... 범행 직전까지 붕괴 신호
범행의 배경에는 파탄 직전의 결혼 생활과 방치된 정신건강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공문서에 따르면 엘킨스와 샤니쿼는 2024년 4월 결혼했다. 이후 아내 측은 불륜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두 사람은 사건 다음 날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범행 직전까지 붕괴의 신호는 여럿 있었다. 부활절인 지난 5일 엘킨스는 아이들 전원을 데리고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복된 하루"라고 썼다. 나흘 뒤인 9일에는 "하나님,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 거부할 힘을 주십시오"라는 기도문을 공유했다. 범행 전날인 18일에는 장녀와 단둘이 외출해 햄버거를 먹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며 "딸과 일대일 데이트"라고 적었다. 그러나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한 달 전쯤 "다른 여성과 만났어도 같은 아이들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고 답한 게시물도 남아 있었다.
부활절 당일, 엘킨스는 어머니 마헬리아와 계부 마커스 잭슨에게 전화해 눈물을 흘리며 자살 충동과 이혼에 대한 고통을 털어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계부 잭슨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어"라고 격려하자 엘킨스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악마에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엘킨스는 범행 이전 지역 보훈처(VA) 병원에서 약 열흘간 입원해 정신건강 치료를 받기도 했다. 처남 트로이 브라운은 CNN에 "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엘킨스에게는 총기 관련 전과도 있었다. 2016년 음주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2019년에는 학교 인근에서 차량을 향해 권총 5발을 발사해 무기 불법 사용 혐의로 집행유예 18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현장은 카도 마그넷 고등학교에서 불과 90m 거리였으며,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고 있던 시간이었다. 이 전과로 법적으로 총기 소지가 금지된 상태였음에도 이번 범행에서는 소구경 권총과 소총형 권총 두 종류가 사용됐다. 연방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은 엘킨스가 어떤 경로로 총기를 입수했는지 조사 중이다. 엘킨스는 2013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루이지애나 주방위군에서 신호지원 전문병과 화력지원 전문병으로 복무했으며, 해외 파병 없이 이병으로 전역했다.
슈리브포트 덮친 애도와 분노 "처참한 가정 내 총기 폭력"
사건 다음 날 아침, 범행 현장 앞은 꽃다발과 풍선, 봉제인형으로 뒤덮였다. 먼 동네에서 찾아온 한 스쿨버스 안내원도 꽃과 풍선을 들고 왔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거나 눈물을 닦았고, 밤에는 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슈리브포트 시장 톰 아르세노는 "이 도시 역사상 최악의 비극일 수 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슈리브포트 경찰서장 웨인 스미스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의원 그레이슨 부셰는 "이 한 건의 범행으로 슈리브포트의 올해 살인 피해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시 전체 살인 사건의 30% 이상이 가정 내 폭력과 연관돼 있다"고 했다. 시의원 타바타 테일러는 눈물을 흘리며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누군가 무너질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보라"며 정신건강 자원의 적극 활용을 촉구했다.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와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도 각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슈리브포트 지역구 하원의원 클레오 필즈는 "이 비극을 표현할 말이 없다. 여덟 개의 어린 생명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했다. 백악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밝혔다. 총기 피해 방지 단체를 이끄는 개비 기퍼즈 전 하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이것은 처참한 가정 내 총기 폭력 행위"라며 미국이 아이들을 이런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도 패리시 검사장은 "가정 폭력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역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언제나 가장 취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간다"고 밝혔다.
총기 폭력의 구조적 민낯…가정이 가장 위험한 전쟁터
이번 사건은 AP통신·USA투데이·노스이스턴대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2024년 1월 시카고 인근에서 8명이 숨진 총기 사건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일 총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기록 보관소'에 따르면 이 사건을 제외하고도 올해 미국에서는 이미 119건의 대량 총격 사건이 발생해 117명이 숨지고 45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79명이 어린이였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낯선 가해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아빠라고 불렀던 사람이 잠든 아이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뉴스위크는 미국 사회가 총기 폭력을 논할 때 학교나 공공장소를 배경으로 한 무작위 테러에만 주목하면서 정작 가정 내 폭력이라는 더 빈번하고 더 치명적인 위험은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고, 정신건강 위기 신호가 있으며, 총기 전과를 가진 남성이 손에 총기를 쥐고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범인은 증명했다. 1991년부터 사건 현장 인근에 살아온 71세 주민 맥 런던은 "이 거리에서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너무나 슬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