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오직 손으로만 쌓았다... 거제 앞바다에 솟아오른 '이것' 정체

2026-04-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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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 없이 손으로 쌓아 올린 중세 유럽풍의 성곽

거제도 복항마을의 해안가에는 설계도 한 장 없이 오직 손으로만 쌓아 올린 중세 유럽풍의 성곽이 있다.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상처 위로 백순삼 씨라는 한 개인이 쌓기 시작한 이 성벽은 이제 거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다음 태풍을 막기 위해 설계도 없이 화강암을 쌓아 만든 성벽이다. 처음에는 그저 토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순한 작업이었으나, 시멘트로 고정하며 쌓아 올린 시간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이곳은 현재 유럽 중세 성곽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외관 덕에 거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제14호 태풍 '매미(MAEMI)'

태풍 '매미(MAEMI)'는 2003년 9월 6일 괌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상했다. 한반도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 950~955hPa을 유지한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특히 제주 고산에서는 순간최대풍속 60.0m/s라는 경이적인 수치가 기록됐다. 이는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로 나무나 전신주가 뽑혀 나가는 수준이었다.

강력한 바람과 더불어 상륙 시점이 만조 때와 겹치며 거대한 해일이 발생했다. 경남 마산(현 창원)과 거제 등 남해안 일대는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심을 덮치며 막대한 피해가 일어났다. 중앙재난대책본부가 발표한 '태풍 매미 피해 집계 최종 보고'에 따르면 '매미'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총 4조 222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주요 피해 지역인 경남이 1조 1451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경북(8670억 원), 강원(5474억 원), 부산(4726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해일 피해가 컸던 마산과 거제 등 남해안 일대의 항만 시설과 수산 시설의 피해가 막대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견고한 화강암과 푸른 바다의 조화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매미성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조형미에 있다. 마치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중세 유럽의 요새를 옮겨 놓은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강암을 깎아 만든 성벽 사이사이에는 담쟁이덩굴이 뿌리를 내렸다. 또 성곽 위로 자라난 소나무는 인공물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성벽의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성 안팎을 연결하는 작은 창과 아치형 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구멍들은 마치 액자처럼 작용해 거제 앞바다의 비취색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다. 특히 성벽 꼭대기에 올라서면 가덕대교와 저도, 끝없이 펼쳐진 남해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친 돌의 질감과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연인들에게는 낭만적인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매미성은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없이 방문할 수 있다. 낮 시간에는 화창한 햇살 아래 성벽의 선명한 윤곽을 감상할 수 있고, 해 질 녘에는 노을이 성벽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밤이 되면 마을의 불빛과 바다의 어둠이 대비되며 고요한 정취를 풍긴다.

다만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복항마을 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밤 방문 시에는 소음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성 주변으로 감각적인 카페와 소품점들이 들어서며 작은 관광 단지가 형성됐다. 덕분에 성을 구경한 뒤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매미성으로 향하는 길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매미성이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 복항마을은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복항마을은 본래 대금산 자락이 바다로 뻗어 내려와 마치 배의 목처럼 생겼다 해 ‘배목’ 또는 ‘복항(伏項)’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한때는 멸치와 대구가 주 수입원이었던 평범한 포구였으나, 매미성과 함께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복항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마을 앞바다 너머로는 부산 가덕도와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태풍 매미가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외지인의 발길이 드문 마을이었으며, 재해 이후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복구의 흔적이 남아있다.

복항마을 해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복항마을 해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복항마을의 해변은 고운 모래 대신 동글동글한 몽돌이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도가 밀려왔다 나갈 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며 몽돌들이 서로 몸을 부딪친다. 이 해변은 매미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뷰 포인트다. 해변가에 서서 성벽을 바라보면 거친 화강암 성벽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만나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바다 위로 성벽의 실루엣이 투영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북항마을 해변은 수심이 깊고 물살이 맑아 물속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몽돌 사이사이에는 작은 게들이 바삐 움직이고, 물때가 맞으면 바위틈에서 고동이나 조개를 주울 수 있다.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거제 매미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복항마을은 거가대교를 통과하자마자 인접해 있어 부산이나 경남권에서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매미성 공영주차장'을 검색하면 넓은 주차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성 입구까지는 도보로 약 5~10분 정도 소요된다. 마을 골목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즐비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거제 고현버스터미널이나 옥포 인근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복항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다만 배차 간격이 다소 길 수 있으므로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부산 방면에서 올 때는 하단역에서 2000번 버스를 타고 대금교차로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매미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성벽 계단이 다소 가파르고 돌바닥이 불규칙해서 구두나 슬리퍼를 착용할 경우 불편할 수 있다. 또 성벽 곳곳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있으니 사진 촬영 시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몽돌 해변과 맞닿은 성 하단부에서는 파도에 젖은 돌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구글지도, 거제 매미성
유튜브, 거제시 | 거제시 공식 유튜브

home 이서희 기자 sh030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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