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평 청약에 당첨됐는데, 가족이 6명...뭔가 '이상하다'는 말 나오는 이유

2026-04-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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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아파트에 대가족이 당첨되는 이유, 청약 제도의 역설
1~2인 가구 시대, 다자녀 중심 청약 제도와의 불일치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소형 아파트 청약에서 ‘대가족 만점 통장’이 잇따라 당첨되면서 청약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청약’에 소형 평형임에도 불구하고 5~7인 가구가 당첨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반복되자, 실수요와 제도 취지가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신반포21차 재건축) 전용 44㎡형 청약에서 최고 가점은 79점으로 집계됐다. 5가구 모집에 3114건이 접수된 가운데 최저 당첨 점수도 74점에 달했다. 해당 점수대는 사실상 5~6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17점, 부양가족 6명 이상 35점을 더해 최대 84점이 만점이다. 즉 70점대 후반 이상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장기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자녀 또는 대가족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점수를 받은 가구가 당첨된 주택이 전용 44㎡, 약 13평 규모의 소형 아파트라는 점이다. 방 2개, 욕실 1개 구조로 통상 1~2인 또는 신혼부부 수요에 적합한 평형이지만, 제도상 가점이 높은 다인가구가 유리하다 보니 실제 당첨자는 오히려 대가족이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2년 실거주 의무까지 있어, 해당 기간 동안 5~6인 가족이 이 공간에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슷한 사례는 앞서 분양된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에서도 나타났다. 전용 59㎡C형 당첨자 2명 모두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7인 가구 기준 최고 점수다. 약 18평 규모 주택에 7인 가족이 당첨되면서 현실적인 거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청약 시장의 ‘가점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은 65.81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당첨선이 계속 올라가고, 결국 고점 가점을 가진 일부 계층만 당첨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소형 평형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넓은 평형보다 오히려 작은 평형의 당첨 가점이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오티에르반포’의 경우 전용 59㎡와 97㎡, 113㎡ 등 중대형 평형의 최저 당첨 가점은 69점으로, 소형 평형보다 낮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현재 주거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1~2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청약 가점제는 여전히 다자녀·장기 무주택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젊은 세대나 신혼부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실거주 요건과 실제 생활 여건 간 괴리다. 제도상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대가족이 소형 주택에서 장기간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형식적 실거주’나 편법적인 거주 방식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점제 비중을 줄이고 추첨제를 확대하거나, 평형별로 가점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소형 평형은 1~2인 가구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중대형 평형은 다인가구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라는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청약 제도가 자산 형성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이례적 당첨’이 아니라, 청약 제도가 현재의 인구 구조와 주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요와 제도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시장의 왜곡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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