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하나쯤 두는데…서울대 출신 의사도 멀리한 뜻밖의 '이 물건' 정체

2026-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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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초·방향제가 담배보다 위험? 실내 미세먼지의 진짜 범인
집 안 공기 악화시키는 향 제품, 면역계까지 위협한다

집 안 공기를 좋게 만들려고 둔 물건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정체는 의외였다. 많은 집에서 익숙하게 쓰는 향초, 방향제, 디퓨저, 인센스처럼 ‘향이 나는 제품’이 그 대상이다. 향기로 냄새를 덮는 방식이 일시적으로는 쾌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내 공기 질을 더 악화시키고 호흡기와 면역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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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한상’에 출연해 집 안에 절대 두지 않는 물건으로 ‘향 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방향제나 향초, 인센스처럼 불을 내서 연기를 나게 하는 제품은 우리 몸에 독”이라며 “담배처럼 유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에 두면 외부 대기오염보다 훨씬 많은 미세먼지가 떠다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놓아둔 제품이, 실제로는 공기 오염원을 하나 더 들이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향초·방향제·디퓨저, 왜 문제인가…좋은 냄새가 곧 안전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향 그 자체보다, 향을 내기 위해 쓰이는 성분과 방식에 있다. 디퓨저와 방향제의 향은 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에서 나온다. 일부 VOC는 코와 기관지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실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이런 성분이 더 쉽게 축적될 수 있어 체감 자극도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일부 제품에 포함된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연구에서는 천식과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면역계 교란과의 관련성도 제기된다. 장기간 흡입할 경우 체내 호르몬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레몬이나 오렌지 향 제품에 자주 쓰이는 리모넨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 물질은 다른 화학물질과 섞인 형태로 사용되며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공기 중 오존과 반응할 경우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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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가 특히 경계한 것은 ‘불을 내는 향’이다. 향초나 인센스는 연소 과정 자체에서 각종 유해물질과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단기간에는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면역계와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차 안에도 방향제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소와 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기 못 하는 날 더 위험하다…실내 공기가 바깥보다 나쁠 수 있다

향 제품의 위험성이 더 커지는 순간은 환기가 부족할 때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창문을 꼭 닫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환기를 완전히 끊어버리면 실내 공기는 오히려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에어컨과 욕실의 곰팡이, 가구 마감재, 페인트, 소독제, 조리 과정 등에서도 각종 휘발성 물질이 나온다. 톨루엔, 페놀, 포름알데하이드 같은 물질이 실내에 축적되면 염증과 면역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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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창문을 닫은 채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가스로 조리한 뒤 환기를 하지 않거나, 향초까지 함께 태우면 순간적으로 실내 공기 질이 바깥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벤조피렌, 포름알데하이드, 이산화질소 같은 유해물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서다.

권 교수는 “미세먼지가 높은 날에도 환기는 필요하다”며 “하루 3~4회, 5분 이내로 집안 문을 열어 빠르게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처럼 대기오염물질이 정체된 시간대는 피하는 편이 낫고, 집이 도로 인근이라면 차량 통행이 많은 시간도 피해 짧고 강하게 환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향으로 덮지 말고 빼내라…자연적인 냄새 관리법 4가지

전문가들이 권하는 대안은 단순하다. ‘인위적인 향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의 원인과 정체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가장 기본은 맞통풍이다. 창문 하나만 여는 것보다 마주 보는 창이나 현관문, 베란다 창을 함께 열어 공기가 한 방향으로 지나가게 해야 효과가 크다. 정체된 실내 공기를 빠르게 빼내고 바깥 공기를 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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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창문을 조금 열어두기보다, 아침과 저녁에 짧고 집중적으로 환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출근 전, 귀가 후, 잠들기 전처럼 생활 패턴에 맞춰 공기를 한 번씩 갈아주는 습관이 더 실용적이다. 주방과 욕실은 냄새가 생긴 뒤보다 생기기 전후에 먼저 환기하는 편이 좋다. 국물 요리, 생선 굽기, 고기 조리처럼 냄새가 강한 음식은 조리 중간에도 창문을 열어두는 것이 낫고, 샤워 후 욕실은 바로 환기해 습기와 곰팡이 냄새를 줄여야 한다.

햇빛과 건조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냄새는 공기 중에만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침구, 커튼, 소파 커버, 발매트 같은 섬유류에 쉽게 밴다. 이런 물건을 자주 말리고 세탁해야 냄새의 근본 원인을 줄일 수 있다. 환기 후에는 물걸레로 바닥이나 벽면, 천장을 닦아 실내에 가라앉은 먼지를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권 교수는 “숯이나 제올라이트 계열 방습제도 냄새를 많이 머금을 수 있다”며 “비교적 자연적인 방식으로 냄새를 없애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유튜브, 지식한상

폐에 좋은 특효식보다 기본이 먼저…물과 차, 과일·채소가 더 중요하다

미세먼지와 황사, 환기 부족에 시달리는 시기에는 ‘폐를 씻어주는 음식’을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폐를 단번에 해독하는 음식이나 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폐는 원래 스스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관이고, 핵심은 유해 노출을 줄이고 수분 섭취, 균형 잡힌 식사, 실내 공기 관리 같은 기본을 지키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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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먹는 것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기도와 폐의 점액층이 지나치게 끈적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채소 중심 식사와 항산화 성분이 많은 음료도 염증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몸 상태를 받쳐줄 수 있다. 가장 먼저 챙길 것은 물, 보리차처럼 자극이 적은 차, 너무 달지 않은 따뜻한 음료다. 녹차도 무난한 편이지만 카페인에 예민하다면 늦은 시간에는 피하는 편이 낫다. 생강차나 페퍼민트차 역시 답답한 느낌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 선택일 뿐이다.

결국 실내 건강 관리의 핵심은 향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오염원을 줄이고 공기 흐름을 바꾸는 데 있다. 집에 하나쯤 두고 있는 향초와 방향제가 오히려 실내 공기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는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좋은 냄새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짧고 자주 하는 환기, 조리 후 공기 순환, 섬유류 세탁과 건조, 그리고 물과 균형 잡힌 식사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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