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핵심 '바다 위 LNG 공장'…경남이 핵심 기자재 공급망 직접 짠다
2026-04-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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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NG 핵심 기술 국산화, 연 745억 투자로 기술 주권 확보
경상남도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의 핵심 기술 자립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며 에너지 안보와 기술 주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도는 지난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오는 2031년까지 745억 원을 투입해 그동안 해외 기술에 종속됐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LNG)의 핵심 공정 국산화를 본궤도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공급망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시작했다. 육상 터미널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기동성이 뛰어난 FLNG(바다 위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액화·저장·하역할 수 있는 복합 설비)는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FLNG 수주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증명하고 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질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조선사가 배를 건조할 때마다 전체 비용의 2~3%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기술료(로열티) 명목으로 해외 라이선스 보유 기업에 흘러 나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FLNG의 핵심인 천연가스 액화 공정 기술을 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 기술료 징수에 그치지 않고 공정에 들어가는 부품과 장비 업체까지 특정 외국 기업으로 지정하는 벤더 고정(Vendor Lock-in)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중소 소부장 기업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정작 우리 마당에서 건조되는 선박에 부품 하나 납품하지 못하는 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경남도는 이러한 기술 종속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거제시를 중심으로 한 조선 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승부수로 던졌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영하 162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천연가스 액화 공정의 소자재와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있다. 도는 한화오션을 앵커 기업(산업 단지 내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선도 기업)으로 세우고 경남테크노파크 및 관련 연구 기관과 손을 잡아 2031년까지 기술 자립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거제는 이미 옥포와 죽도 국가산업단지를 통해 세계적인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근 창원, 통영, 고성 지역에 관련 소부장 기업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인프라와 시장, 연구 인력이 한곳에 모여 있는 만큼 특화단지 조성 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타 지역보다 월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술이 적용된 FLNG 패키지를 세계 시장에 역수출하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과거 창원 소부장 특화단지가 거둔 성과는 이번 경남도의 도전에 실증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2021년 지정된 창원 단지는 수치제어(CNC) 시스템 등 정밀기계 분야의 기술 자립을 추진하며 생산액 42.7%, 수출액 67% 증가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주요 기업의 매출 상승은 자연스럽게 지역 내 신규 고용 창출과 설비 투자로 이어졌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모델로 자리 잡았다. 경남도는 거제 특화단지 역시 창원의 성공 사례를 이어받아 조선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지역 산업계와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조선 해양플랜트 M.AX 얼라이언스를 본격 가동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실증 트랙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통합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해외 기업이 독점해 온 공급망을 국내 소부장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여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체질을 수주 중심에서 기술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10개의 소부장 특화단지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며 선정된 단지에는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각종 규제 특례,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이 집중 투입된다. 경남도가 신청한 이번 특화단지 지정 여부는 전문가 검토와 소재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6년 7월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도는 이번 유치가 지역 균형 발전은 물론 국가 전략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기술 자립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조선 해양플랜트 소부장 특화단지는 로열티 유출로 인한 국부 유출을 막고 우리 기술로 만든 심장을 단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전이 성공할 경우 경남은 세계 최대의 조선 건조 기지를 넘어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 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