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흐름이 통째로 바뀔 듯…배드민턴 20년 만에 룰 '이렇게' 달라진다

2026-04-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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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유지된 경기 방식 손본다…초반 주도권 더 중요해질 듯
경기 시간 단축 기대 속 전술 변화 불가피…선수들 적응 변수

배드민턴 경기 방식이 20년 만에 바뀐다. 기존 21점제가 사라지고 세트당 15점제로 전환되면서 경기 운영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 / 뉴스1
'셔틀콕 여제' 안세영 / 뉴스1

27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보도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발표를 종합하면 BWF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배드민턴 국제대회 경기 방식을 기존 21점 3게임제를 15점 3게임제로 변경하는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새 점수 체계는 2027년 1월부터 국제대회에 적용된다. 2006년 도입돼 유지돼 온 21점제는 약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개편은 경기 속도와 흥미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5점제가 도입되면 한 게임에서 허용되는 여유가 줄어드는 만큼 선수들은 초반 탐색전보다 빠른 선제 득점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기존 21점제에서는 초반에 몇 점을 내주더라도 긴 랠리와 체력 싸움을 통해 후반에 흐름을 되찾을 시간이 있었지만 15점제에서는 초반 3~4점 차도 경기 전체를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브권을 잡은 뒤 곧바로 공격을 전개하거나 짧은 랠리 안에서 승부를 끝내려는 경기 운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수비와 체력을 앞세워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선수들에게는 경기 후반까지 버틸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전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BWF 역시 비슷한 기대를 내놓았다. 경기당 소요 시간을 줄여 대회 운영 효율을 높이고,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정이 촘촘한 국제 투어 환경 속에서 부상 위험을 줄이고 선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드민턴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배드민턴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다만 변화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15점제에서는 한 게임의 흐름이 훨씬 빨리 끝날 수 있어 수비와 체력 중심의 랠리 플레이를 강점으로 하는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점제에서는 초반에 점수를 내주더라도 긴 랠리로 상대 체력을 소모시키고 후반 집중력으로 흐름을 뒤집는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15점제에서는 초반 실점의 부담이 커지고 경기 후반에 반격할 시간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초반부터 과감한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는 선수들이 유리해질 수 있고 배드민턴 특유의 긴 랠리와 수 싸움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BWF가 경기 방식 개편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WF는 앞서 2014년과 2018년에도 경기 시간을 줄이고 흥미 요소를 높이기 위해 11점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에는 경기 방식 변화가 배드민턴의 전통적인 재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선수와 팬들의 반발 속에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15점제 안건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며 최종 통과됐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과 남자 복식 세계 정상권인 서승재-김원호 조는 그동안 강한 체력과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긴 랠리 싸움에서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경기 후반에 승부를 뒤집는 패턴을 자주 보여왔다. 실제로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안고도 2세트를 내준 뒤 3세트에서 다시 흐름을 끌어올리며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후반 집중력과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경기를 뒤집는 운영은 안세영의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15점제가 도입되면 한 세트 자체가 짧아지면서 이러한 ‘후반 승부형’ 패턴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초반에 점수를 내주면 이를 만회할 여유가 부족해지고, 랠리를 길게 끌고 가며 상대 체력을 떨어뜨리는 전략도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세영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격 비중을 높이고, 빠르게 점수를 쌓는 방향으로 경기 운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안세영 역시 최근 하프 스매시나 점프 스매시 등 공격 기술을 강화하며 경기 스타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WF 쿤잉 파타마 리스와드트라쿨 회장은 “전통이 강한 스포츠일수록 변화에 대한 우려가 따르지만 이번 결정이 배드민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기의 긴장감과 기술, 전술적 요소는 유지되면서도 더 빠르고 현대적인 스포츠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시간 단축과 흥미 요소 강화라는 기대와 함께, 경기 양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15점제 도입은 향후 배드민턴 판도를 바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네트형 스포츠의 점수 체계


네트형 스포츠는 공이나 셔틀콕을 네트 너머로 주고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점수 체계는 종목마다 다르다. 경기 속도와 랠리 길이, 방송 중계 시간, 선수 체력 부담, 관중의 몰입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각 종목이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배드민턴은 2006년부터 21점 3게임제를 유지해 왔다. 한 게임에서 21점을 먼저 얻고 2게임을 먼저 따내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20-20 동점이 되면 2점 차가 날 때까지 이어지고, 29-29에서는 30점을 먼저 얻은 선수가 게임을 가져간다. 이번에 BWF가 15점 3게임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배드민턴은 20년 만에 점수 체계를 바꾸게 됐다.

탁구는 배드민턴보다 앞서 점수 체계를 크게 바꾼 종목이다. 과거에는 21점제를 사용했지만 2001년부터 11점제로 전환했다. 경기 흐름을 빠르게 만들고 한 점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변화였다. 현재 국제 탁구 경기는 보통 11점 5게임제 또는 7게임제로 진행된다. 10-10 동점이 되면 2점 차가 날 때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배구는 랠리포인트제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현재 국제 배구는 보통 25점 5세트제로 치러지고, 5세트까지 갈 경우 마지막 세트는 15점제로 진행된다. 24-24 또는 14-14 동점에서는 2점 차가 날 때까지 세트가 이어진다.

테니스는 다른 네트형 종목과 달리 점수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 0, 15, 30, 40 순서로 점수가 올라가고 4포인트를 먼저 따면 한 게임을 가져간다. 보통 6게임을 먼저 따면 한 세트를 가져가지만 6-6이 되면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른다. 포인트 하나가 게임, 세트, 경기 전체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점수 체계 자체가 경기의 긴장감을 만든다.

이처럼 주요 네트형 스포츠들은 각자 종목 특성에 맞춰 점수 방식을 조정해 왔다. 탁구는 21점에서 11점으로 줄이며 경기 속도를 높였고, 배구는 랠리포인트제와 15점 마지막 세트로 승부의 압축성을 강화했다. 배드민턴의 15점제 도입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시간을 줄이고 초반부터 긴장감을 높이려는 변화지만, 선수들의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까지 함께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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