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이거 우리 집 음식 같은데?” 루마니아인이 한국 음식에 빨리 적응한 이유
2026-04-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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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낯설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입 먹을수록 이상하게 우리 집 음식 같았다.

내가 한국 음식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루마니아 음식과 닮은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맛과 조리법은 다르지만, 음식이 주는 기본적인 분위기는 꽤 비슷했다. 두 나라 모두 따뜻한 국물 요리, 고기, 채소, 든든한 한 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기 좋은 음식보다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 많다. 그래서 한국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도 완전히 낯설다는 느낌보다 “이런 종류의 식사는 나도 익숙하다”는 감각이 더 먼저 왔다.
루마니아에서도 쌀과 면은 익숙한 음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서는 쌀이나 면을 자주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루마니아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도 쌀을 자주 먹고, 방식만 다를 뿐 집밥 재료로 꽤 익숙하게 사용한다. 루마니아에서는 쌀을 필라프(pilaf) 처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때로는 당근을 넣고, 약간의 토마토 소스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한국의 흰쌀밥과는 다르지만, 쌀이 식탁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는 꽤 비슷하다.

면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에서는 닭고기 수프에 면을 넣은 요리를 정말 자주 먹었다. 일주일에 3~4번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루마니아식 면은 한국처럼 길고 가는 면보다,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게 짧고 작은 면이 많다. 그래서 형태는 조금 달라도, ‘따뜻한 면 수프’라는 개념 자체는 내게 너무 익숙한 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물론 삼계탕은 분명 한국 음식이고, 루마니아식 닭고기 수프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런데 처음 먹었을 때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닭으로 우려낸 깊은 국물, 몸을 회복시켜주는 듯한 따뜻함, 속을 편안하게 채워주는 느낌이 어릴 때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닭고기 수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맛이 같아서가 아니라, 음식이 주는 정서가 비슷했던 것이다. 그래서 삼계탕은 내게 단순히 “맛있는 한국 음식”이 아니라, 고향의 감각과 연결되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족발과 감자탕도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또 많은 외국인들이 처음에는 놀란다는 족발도 내게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루마니아에서도 돼지발을 먹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족발과 루마니아식 돼지발 요리는 조리법도, 양념도, 식감도 조금 다르다. 하지만 재료 자체가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이걸 먹는다고?” 같은 문화 충격은 거의 없었다.
감자탕 역시 비슷했다. 감자탕을 먹을 때마다 루마니아의 치오르버(ciorbă) 같은 수프들이 떠올랐다. 루마니아도 원래 수프를 정말 많이 먹는 나라다.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진한 국물 요리가 많고, 한 끼 식사에서 수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그래서 감자탕처럼 진하고 묵직한 국물 요리는 처음부터 편안하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내가 한국 음식에 빨리 적응한 이유는 단순히 입맛이 잘 맞아서만은 아니었다. 음식의 구조 자체가 내게 익숙했기 때문이다. 국물 요리가 많고, 고기와 채소가 중심이 되고, 따뜻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식사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음식은 생각보다 루마니아 음식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내며 음식 때문에 외롭다는 느낌을 덜 받았던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에 왔는데도, 어떤 음식들은 이상할 정도로 집밥 같은 위안을 줬다. 내게 한국 음식은 낯선 문화 체험인 동시에,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위로이기도 했다.

한국 친구들도 의외로 루마니아 음식을 좋아했다
흥미로운 건 이 친숙함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내 한국 친구들은 해외에 가면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루마니아 음식을 먹어보면 생각보다 잘 먹는 경우가 많았다. 따뜻한 수프, 고기, 채소, 든든한 식사 구조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두 나라의 음식은 겉으로 보기엔 많이 달라 보여도, 사람들이 음식에서 원하는 감각은 꽤 비슷한지도 모른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집밥 같은 안정감을 주는 음식. 아마 그래서 한국 음식은 내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익숙해졌고, 루마니아 음식도 한국 친구들에게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어쩌면 음식이란 결국, 완전히 새로워서 기억에 남는 것만이 아니라 어딘가 익숙해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