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수익률' 국민연금의 투자 종목이 국가 기밀인 이유

2026-04-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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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 투자' '장기 투자' '위험 회피'가 국민연금 투자 원칙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무려 231조 6000억 원. 국민연금이 기금 설치 이래 사상 최고 수익률인 18.82%를 기록하며 전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법하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만 따라가도 대박이겠네.’ 일본 GPIF(12.3%), 노르웨이 국부펀드(15.1%), 캐나다 CPPIB(7.7%)를 모두 제치고 독보적 1위를 차지한 1500조 원짜리 펀드. 그런데 이 거대한 펀드가 정확히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는지 국민은 알 수 없다. 이유는 하나다. 국가 기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국민연금 기금이 역대 최고 수익을 낸 비결부터 기금 고갈 논란, 연금 수령 전략, 18년 만의 연금 개혁의 의미까지 두루 짚었다. 국내주식 수익률만 82.44%에 이른 지난해 성과를 두고 그는 "단순히 시장이 좋아서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종목이 국가 기밀인 이유…"알려지면 주가 폭등·폭락"

그렇다면 왜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투자 종목은 공개되지 않는 걸까. 김 이사장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특정 종목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추종 매매가 일어나 해당 주가가 폭등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보유 종목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퍼지면 그 종목은 폭락한다. 1500조 원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을 모방한 ETF 상품이 나온다면 나머지 기업과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쏠리지 않아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투자 내역은 해당 연도의 다음 해 3분기에 공개된다. 올해 3분기가 되면 지난해 투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투자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톱 시크리트, 국가 기밀"이라고 운을 뗀 뒤 세 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첫째는 분산 투자로 한 곳에 집중하지 않는 것, 둘째는 최소 1, 2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 투자, 셋째는 ESG 원칙에 따른 위험 회피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것을 잘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수익 목표는 중간 수준의 위험에 중간 수준의 수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2000년 기금 운용 시작 이후 누적 총 수익률은 연평균 8.04%를 넘으며, 현재 기금 1500조 원의 절반 이상이 운용 수익이다. 이 수익률이 알려지자 골드만삭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글로벌 IB들이 직접 전주 본사를 찾아와 거래를 요청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2100년까지 기금 소진 걱정 없게 만들겠다"

기금 고갈 우려에 대해 김 이사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모수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기가 약 10년 늦춰졌고, 현재의 높은 운용 수익률 추세가 유지된다면 추가로 10년 이상 더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개적으로 "21세기 말, 즉 2100년까지 기금 소진 걱정 없는 국민연금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 수용,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 국가의 재정 지원을 꼽았다. 특히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과 출산·군복무 크레딧의 조기 국가 투입을 촉구했다. 지금 1조 원을 투입하면 복리 효과로 30년 뒤 국가 재정 부담을 훨씬 더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18년 만의 연금 개혁…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올해년부터 시행된 연금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4%포인트 올리고,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이다. 월평균 소득 300만 원인 가입자 기준으로 보험료가 약 12만 원 늘어나지만, 고용주가 절반을 부담하므로 실제 본인 부담은 6만 원 증가에 그친다.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면 매달 9만 원을 더 받게 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 뉴스1

김 이사장은 "이번 개혁은 기금 소진 시기를 늦추고 추가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번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2단계 개혁으로는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을 아우르는 다층 노후 소득 보장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현재 20년 가입자의 평균 연금 수령액이 월 112만 원에 불과해 혼자 생활하는 데 필요한 150만 원에 못 미치는 만큼, 퇴직연금을 통해 부족분을 채우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겨 받지 말고 늦게 받으라"… 자신도 연기 수령 계획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둘러싼 조언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생활고가 아니라면 미래 불안 때문에 당겨 받을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소득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동안에는 연금 수령을 늦추는 것이 노후 생활에 훨씬 유리하다는 논리다. 그 자신도 63세 수령 자격이 있지만 소득이 끊기지 않는 한 연기해 수령액을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60세 이후에도 임의로 계속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면 가입 기간이 늘어나 수령액이 커진다는 점도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법 개정으로 월 509만 원 이하 소득자는 연금을 받으면서 일해도 연금액이 삭감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연금 최고 수령액은 월 318만 원이며, 100만 원 이상 수령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전체 평균은 월 50~60만 원대에 그쳐 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현실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국민연금 앱 '내 곁에 국민연금'에서 본인의 예상 수령액을 확인할 수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지식인사이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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