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 발표 뜨자마자...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동시에 문 닫은 이유
2026-04-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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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칼 빼든 날, 불법 사이트들 “서비스 종료”

발표가 나온 날 아침 불법 사이트들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27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발견 즉시 긴급차단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같은 날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웹툰·웹소설·만화 플랫폼으로 꼽히던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가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고 접속을 차단했다. 한국 불법 콘텐츠 유통의 지형이 바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오늘 불법 사이트 즉시 차단 제도 선포
문체부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이날 오후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콘텐츠업계와 인터넷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불법 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CJ ENM, 한국방송협회,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한국만화가협회, 게임산업협회 등 콘텐츠 제작·유통업계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드림라인 등 인터넷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이 함께한다.
행사에서는 문체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의 취지와 기대효과, 시행 준비 현황을 설명하고, 콘텐츠업계는 저작권침해의 심각성과 자체 대응 현황을, 인터넷서비스업계는 접속차단 조치 수행 절차와 방식을 각각 공유한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도입된 이번 제도는 다음달 1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핵심은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가 발견되는 즉시 긴급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까지 행정 절차가 길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 제도는 이 절차를 대폭 단축해 사실상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휘영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저작권침해로 고통받아 온 창작자와 콘텐츠업계의 오랜 염원과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문체부의 사명감이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를 마련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며 "불법 사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동시에 문 닫다
정부 보도자료 배포되자마자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는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시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세 사이트는 공지에서 "그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주신 모든 회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데이터는 일괄 삭제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이후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는 본 서비스와 무관한 사칭 사이트"라고 명시했다. 공지 말미에는 "본 페이지는 금일 자정까지 유지된 후 자동으로 폐쇄된다"고 적었다.

세 사이트는 사실상 동일한 운영 주체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플랫폼이다. 각각 웹툰, 만화, 웹소설·일반 도서 분야의 불법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뉴토끼는 국내외 웹툰을 무단 복제해 게시해 왔으며, 마나토끼는 일본 만화를 중심으로 방대한 불법 스캔본을 유통했고, 북토끼는 유료 웹소설과 전자책을 무단으로 올려 수십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세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가 합산 수천만 건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불법 무료 사이트가 남긴 상처들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로 대표되는 불법 콘텐츠 플랫폼은 단순히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피해를 입혀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창작자와 플랫폼의 수익 손실이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리디 등 합법 플랫폼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 무단 게재되면서 독자들이 결제를 건너뛰는 구조가 굳어졌다. 인기 웹툰의 경우 정식 연재 직후 수 시간 내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이 반복됐고, 이는 작가 수익과 직결되는 정식 플랫폼의 조회수와 유료 결제 건수를 직접적으로 갉아먹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저작권 관련 기관들이 추산한 연간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신인 작가와 중소 창작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대형 IP를 가진 인기 작가들은 그나마 법률 대응 여력이 있지만, 혼자 작업하는 신인 작가나 소규모 출판사는 불법 유통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설령 알더라도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일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서 수백만 조회를 기록하는 동안 정작 본인의 연재 플랫폼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 연재를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불법 사이트는 단순히 '공짜 콘텐츠'만을 제공하지 않았다. 해당 사이트들은 악성 광고, 불법 도박·성인 사이트 배너, 악성코드 배포 등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다 개인정보가 탈취되거나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됐다는 피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이용자들은 공짜 콘텐츠를 얻는 대신 자신의 기기와 개인정보를 위험에 노출시켜 온 셈이었다.
불법 사이트들이 광고 수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에게는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구조 역시 오랫동안 지적됐다. 운영자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거나 여러 도메인을 번갈아 사용하며 추적과 차단을 피해왔다.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되면 새로운 도메인으로 우회하거나 미러 사이트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단속의 그물을 빠져나왔다. 뉴토끼 역시 과거 수차례 도메인이 변경됐음에도 이용자 기반을 유지해 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는 콘텐츠업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실질적 대응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제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결정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며, 그 사이 불법 사이트는 도메인을 바꿔 계속 운영됐다. 새 제도 아래에서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불법 사이트를 확인하는 즉시 긴급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통신사들이 이를 빠르게 이행하는 구조가 갖춰진다.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의 서비스 종료가 한국 불법 콘텐츠 유통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 사이트 스스로 공지에서 "사칭 사이트를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처럼 유사한 이름과 방식을 앞세운 후속 사이트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용자들의 수요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불법 유통의 기술적 장벽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새 제도의 억지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