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로수길과는 다르다… 반세기 동안 외부인 발길 닿지 않던 '이곳'
2026-04-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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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간정원으로 개방된 이후 힐링 명소로 급부상
전북 익산의 한적한 마을 끝자락에는 반세기 동안 외부인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숲이 자리해 있다. 2021년 민간정원으로 개방된 이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힐링 명소로 떠오른 숨겨진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곳은 1970년 고(故) 서정수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며 조성한 곳이다. 어르신들의 평온한 노후를 위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정성껏 심어 화려한 인공미 투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아가페정원은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인위적 배치보다 나무들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특징이다. 숲을 구성하는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며 거대한 지붕이 돼 방문객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평온을 선사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5월은 아가페정원이 일 년 중 가장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뽐내는 시기이다. 5월 초순에는 연분홍빛 연산홍이 정원 곳곳을 수놓으며 봄의 절정을 알린다. 특히 수레국화와 금계국이 노랗고 푸른 물결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이 시기에는 공작단풍의 잎이 연한 초록빛을 띠며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데, 가을의 붉은 단풍과는 또 다른 청량한 매력을 발산한다.
6월로 접어들면 정원은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순백의 샤스타데이지가 무리 지어 피어나고 보랏빛 창포꽃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아가페정원의 상징인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6월의 강렬한 햇살을 완벽히 차단해 선선한 공기를 유지해 준다. 40m 높이의 거대한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가린 채 길게 이어져 있다.
아가페정원의 백미인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는 일반 가로수길보다 훨씬 밀도가 높고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다.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줄지어 선 모습이 마치 성벽처럼 장엄함을 뽐낸다. 아침 안개가 살짝 깔린 시간대에 방문하면 신비로운 숲의 자태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산책로는 평탄하게 잘 닦여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길 양옆으로 길게 뻗은 나무 줄기를 따라 걷다가 중간중간 배치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가페정원 운영시간 및 교통편

익산 아가페정원은 황등면 율촌길 9에 위치해 있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정원 입구에 마련된 전용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방문객이 몰려 주차가 어려울 수 있으니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익산역이나 북부시장 등 시내 주요 거점에서 41번, 39번, 39-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익산역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에는 약 15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아가페정원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계절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정원 인근 명소
아가페정원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황등면은 예로부터 황등석의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에 위치한 '석제품 홍보전시관'에서는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익산의 우수한 석조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실내 전시관에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공예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야외 전시장에는 웅장한 석탑과 조각상들이 배치돼 있다.
특히 주말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다양한 석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작은 돌에 무늬를 새기거나 석조각 시연을 관람하는 등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홍보관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익산역에서 승차해 50, 333번 시내버스를 타고 농원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익산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가장 완벽한 음식은 단연 황등 육회비빔밥이다. 황등 지역은 과거 우시장이 크게 섰던 곳으로 신선한 소고기를 활용한 비빔밥 문화가 발달했다. 일반적인 비빔밥과 달리 이곳의 비빔밥은 주방에서 미리 선지와 고추장 양념으로 밥을 비벼서 내오는 '비빈밥' 형태다. 토렴 과정을 거쳐 따뜻하고 촉촉해진 밥알에 신선한 육회와 아삭한 콩나물을 얹어 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황등면 내에는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빔밥 노포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맑은 선지국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이며, 매콤한 맛을 중화시켜 주는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