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폐쇄됐는데…창작자들 “이건 승리가 아니다” 외친 이유
2026-04-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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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과 협조 부탁드린다”
국내 최대 불법 웹툰·만화·웹소설 유통 사이트로 꼽히던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가 동시에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고 사실상 문을 닫았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뤄진 폐쇄지만, 창작자와 업계는 '승리'라는 표현조차 거부하고 있다. 검거도, 자산 환수도, 법적 처벌도 없이 운영진이 먼저 발을 뺀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 당일 아침, 세 사이트가 동시에 폐쇄
지난 27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발견 즉시 긴급차단하는 제도를 공식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는 사실상 동시에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시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세 사이트 공지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주신 모든 회원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구와 함께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데이터는 일괄 삭제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이후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사이트는 본 서비스와 무관한 사칭 사이트"라고 명시했다. 공지 말미에는 "본 페이지는 금일 자정까지 유지된 후 자동으로 폐쇄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세 사이트는 사실상 동일한 운영 주체가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토끼는 국내외 웹툰을 무단 복제해 게시했고, 마나토끼는 일본 만화 스캔본을 대규모로 유통했으며, 북토끼는 유료 웹소설과 전자책을 무단으로 올려 수십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세 사이트의 월간 방문자 수가 합산 수천만 건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5월 11일 시행 앞둔 긴급차단 제도가 결정타
운영진이 자진 폐쇄에 나선 배경으로는 정부의 제도적 압박이 직접적인 계기로 꼽힌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도입된 '불법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는 다음 달 1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기존처럼 복잡한 행정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콘텐츠 유통 정황이 확인되는 즉시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게 접속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는 차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저작권침해로 고통받아 온 창작자와 콘텐츠업계의 오랜 염원이 이 제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며 "불법 사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됐다. 개정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사범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다. 여기에 최근 스페인어권 등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진이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잇따라 검거되면서, 해외 서버를 이용해 수사망을 피하던 국내 사이트 운영자들에게도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건 승리가 아니다"…창작자들이 반발한 진짜 이유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는 세 사이트의 폐쇄 소식에 "이건 승리가 아닙니다. 법적 싸움과 처벌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부디 관련 정부부처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28일 밝혔다.
창작자들이 이번 폐쇄를 성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송에 필요한 증거가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협회 측 입장은 이렇다. 채증이 중단되면서 진행 중인 저작권 소송의 핵심 증거가 함께 삭제됐고, 피해 작가들이 법적 구제 기회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불법 사이트 운영진이 서비스 종료 공지에서 "모든 데이터를 일괄 삭제했다"고 밝힌 것이 이 우려를 더욱 구체화한다.
피해 규모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뉴토끼 한 사이트로 인한 웹툰 업계 피해액만 약 398억 원으로 추산됐다. 마나토끼와 북토끼 피해액까지 합산하면 누적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진 철수, 그 뒤에 남은 것들
이번 폐쇄가 수사 당국의 검거나 단속의 결과가 아니라 운영진의 선제적 철수라는 점은 논란의 핵심이다. 범죄 수익 환수와 주범 검거가 빠진 자진 폐쇄는 불법 시장에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창작자들의 지적이다. 사이트는 사라졌지만 불법 유통 구조와 배후 네트워크는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의미다.
운영자 소재 파악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운영자는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2022년경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일본으로 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웹툰·만화 업계와 유관 기관은 일본 정부에 해당 운영자의 범죄인 인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사이트가 폐쇄된 지금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창작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은 재등장 가능성이다. 자진 폐쇄는 신분 세탁과 사이트 재개의 여지를 남긴다. 실제로 불법 웹툰·만화 사이트는 과거에도 주소를 바꾸거나 새 이름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반복됐다. 뉴토끼 운영진 스스로도 공지에서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는 사이트는 사칭 사이트"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협회는 뉴토끼·북토끼 폐쇄와는 별개로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민·형사 소송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불법 유통의 진짜 규모…도박·피싱과 연결된 구조
불법 웹툰 유통 문제는 저작권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들 사이트가 도박·피싱 등 다른 범죄 산업의 유입 경로로 기능해 왔다고 오랫동안 지목해 왔다. 100조 원대 범죄 생태계와 연결된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 폐쇄는 본질적 해결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뉴토끼는 웹툰뿐 아니라 웹소설, 일본 만화까지 아우르는 복합 유통망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다층적 구조는 단일 사이트 폐쇄만으로 해체되기 어렵다. 현재 이들 사이트가 공식 운영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동일한 이름을 사칭한 사이트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접속이 가능한 유사 사이트는 개인정보 탈취를 노린 피싱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제도 시행 이후가 진짜 시험대

정부는 다음 달 11일부터 불법 사이트를 즉시 차단하는 제도를 본격 가동하고, 저작권 침해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차단 이후 단계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단 명령이 내려져도 운영자가 서버 주소를 바꾸거나 해외 서버로 이전할 경우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와 운영자 송환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변수다. 긴급차단 제도가 국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를 통한 접속 차단에 집중된 구조인 만큼,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한 실효적 대응은 별도의 외교적·법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 추궁은 사이트 폐쇄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협회와 피해 창작자들은 데이터 삭제로 증거가 훼손된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모색 중이다.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 역량과 국제 공조 수사 의지가 이번 사건의 실질적 결말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