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만평] 마법의 공천 검색대
2026-04-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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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36%·성범죄까지, 지방선거 공천의 검증 기준 무너졌나
도덕성 말하면서 예외 반복, 지방정치의 신뢰도 위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과 이력이 적지 않은 예비후보들이 공천 문턱을 넘는가 하면,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받은 인사도 본선 후보가 됐다. 여야 모두 공천 배제 기준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외가 반복되며 “검증보다 선거 셈법이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중앙선관위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방의원 예비후보 6,867명 가운데 2,477명, 즉 36.1%가 전과 이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무면허운전 같은 교통 범죄가 가장 많았고, 폭행·상해, 사기, 선거범죄, 심지어 성범죄 전력까지 포함됐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정당들이 이미 공천 배제 기준을 마련해놓고도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15년 내 음주운전 3회 이상이나 윤창호법 시행 이후 적발 1회 이상을 부적격 기준으로 두고 있고, 민주당도 음주운전 2회 이상 또는 일정 수준 이상 혈중알코올농도 전력을 제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선 예외가 적지 않다는 게 보도와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문제 제기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개별 공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안산시장 후보로 천영미 전 경기도의원을 확정했다. 천 후보는 앞서 자신의 음주운전 전과를 지적받자 “이재명 대통령도 전과가 있다. 대통령 안 찍었느냐”고 응수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과한 바 있다. 결국 사과 뒤 공천을 받으면서, 후보자의 과거 전력뿐 아니라 이를 대하는 태도까지 제대로 검증된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같은 날 민주당은 안산갑 보궐선거에 김남국 대변인을 전략공천했고, 국민의힘 안산갑 후보는 이를 두고 “특혜 공천”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항 지역에서는 광역의원 예비후보들의 범죄 이력이 잇따라 드러나며 경북도당의 검증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횡령, 배임,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근로기준법 위반, 도박 전력은 물론이고, 기소 여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후보까지 거론되며 지역사회에서 “공천 심사에 최소한의 법적·도덕적 기준이 작동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후보는 현직 지방의원 시절 음주운전이나 도박으로 처벌을 받고도 다시 공천 경쟁에 뛰어든 상태여서, 지방의회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 공천 논란의 본질은 특정 정당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치 전반에서 공천의 기준이 유권자 눈높이보다 지나치게 느슨해졌다는 데 있다. 정당들은 늘 “도덕성과 경쟁력을 함께 보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과와 논란이 있는 후보에게도 반복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결과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과정이라기보다, 검증 실패와 예외 인정이 누적된 무대가 돼가고 있다. 지방의회와 기초단체장은 주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공천의 문턱이 이렇게 낮다면, 유권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