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맛집도 아닌데…새벽 4시부터 줄 선다, 요즘 5060 몰려든 ‘이것’ 정체

2026-04-29 11:23

add remove print link

걷고 판단하고 만나는 시니어 세대의 새로운 여가 혁명
새벽부터 줄 선다, 예약 경쟁 심화된 파크골프의 진짜 이유

전국 곳곳에서 새벽 4시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운동이 있다. 명품 매장도, 인기 맛집도 아니다. 요즘 5060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정체는 바로 ‘파크골프’다.

차량으로 붐비는 파크골프장 주차장 / 뉴스1
차량으로 붐비는 파크골프장 주차장 / 뉴스1

파크골프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전쟁에 가깝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구장 수와 이용 가능 시간은 한정돼 있다. 온라인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되고, 현장 접수 구장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줄이 늘어선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시니어 여가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파크골프 열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새벽 4시부터 줄 선다, 파크골프 예약 전쟁

파크골프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대한파크골프협회의 최근 5년간 회원 현황 자료에서 전국 파크골프 등록 회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1년 6만 4001명이던 등록 회원은 2023년 14만 2664명, 2024년 18만 3788명으로 늘었고, 2025년 말 기준 22만 9757명까지 치솟았다.

동호회 등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파크골프 인구는 10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늘어난 수요를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의 인기 파크골프장은 예약 오픈 당일 접속자가 몰리며 서버 지연이나 마비가 반복된다. 서울 내 일부 인기 구장의 주말 황금 시간대 예약은 이른바 ‘10초 컷’으로 끝날 정도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을 찾은 시민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현장 선착순 접수를 병행하는 구장은 더 치열하다. 좋은 시간대를 잡기 위해 새벽 4~5시부터 구장 앞에 줄을 서고 대기표를 뽑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수도권 주요 인기 구장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수십 명이 몰려 대기하고, 경쟁에서 밀려 헛걸음하는 동호인도 적지 않다.

한 파크골프장 관계자는 “하루 수용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밀려드는 동호인을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라며 예약난이 당분간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시니어 세대뿐 아니라 50대 중장년층까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예약난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왜 5060은 파크골프에 몰릴까

광주 광산구 선암동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파크 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광주 광산구 선암동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파크 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파크골프는 198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기존 골프가 가진 비용과 장비 부담을 줄이고, 공원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골프를 표방하며 만들어졌다. 일반 골프처럼 여러 개의 클럽을 챙길 필요가 없고, 전용 클럽과 공, 티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코스도 비교적 짧아 체력 부담이 적고 규칙도 단순하다.

이 접근성이 5060 세대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격렬하게 뛰거나 강한 충돌이 있는 운동이 아니다. 걷고, 자세를 잡고, 공의 방향과 거리를 계산한 뒤 가볍게 스윙하는 방식이다. 운동을 오래 쉬었던 사람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일반 골프보다 낮다. 장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취미 선택에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은퇴 전후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 효과만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대화하고, 정기적으로 약속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크다. 파크골프는 혼자 기록을 내는 운동이면서도 대부분 여럿이 코스를 돈다. 활동 반경이 줄어들기 쉬운 중장년층과 시니어에게는 운동과 사회적 교류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대구 수성구 팔현파크골프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대구 수성구 팔현파크골프장을 찾은 동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 뉴스1

인기 열기는 야외 구장을 넘어 실내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야외 파크골프장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정교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접목한 ‘스크린 파크골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1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3년여 만에 전국 600여 개 매장으로 늘어날 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덜 받고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

걷고, 판단하고, 사람 만나는 운동

파크골프가 시니어 세대에게 맞는 이유는 ‘걷기’에 있다. 걷기는 허리와 관절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고령층에게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운동으로 꼽힌다. 파크골프는 코스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걷고, 공을 치기 위해 균형을 잡으며, 다음 샷을 위해 방향과 힘을 판단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스포츠경향 보도에서도 파크골프의 인기 비결로 걷기와 뇌 건강, 사회적 연결이 언급됐다. 걷기는 세로토닌과 엔돌핀 같은 기분 안정 물질 증가와 관련이 있고,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한 걷기 습관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돼 왔다.

봄바람 타고 '파크골프' 열풍 / 뉴스1
봄바람 타고 '파크골프' 열풍 / 뉴스1

파크골프는 단순히 걷기만 하는 운동도 아니다. 공의 방향과 거리, 지형, 힘 조절을 계속 판단해야 한다. 코스를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요구한다. 이런 반복적인 인지 자극은 기억력과 주의력 유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머리를 쓰는 운동이라는 점이 시니어 운동으로서의 장점을 키운다.

사람과 함께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걷고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된다. 은퇴 이후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사회적 연결은 중요한 건강 요소다. 함께 약속을 잡고, 경기 뒤 식사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생활 리듬을 만들어주는 활동에 가깝다.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만큼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생길 수도 있다. 예약 경쟁, 실력 차이, 동호회 내 관계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면 즐거워야 할 활동이 오히려 피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승패나 실력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활동 자체를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파크골프의 본질은 기록 경쟁보다 지속 가능한 움직임에 있다.

파크골프만 정답은 아니다

파크골프 즐기기 좋은 봄날 /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크골프 즐기기 좋은 봄날 /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크골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운동은 아니다. 허리나 무릎 통증이 심하거나 균형감각이 크게 떨어진 경우에는 스윙 동작이나 야외 코스 이동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어지럼증, 낙상 경험이 있는 경우라면 시작 전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파크골프장이 부족해 이용 자체가 어렵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운동도 있다. 그라운드골프는 파크골프처럼 야외 공간에서 공을 치며 즐기는 운동이고, 규칙이 비교적 단순해 시니어 스포츠로 활용된다. 게이트볼 역시 팀 단위로 전략을 세우며 진행돼 운동량은 크지 않아도 집중력과 교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걷기 동호회나 노르딕워킹도 좋은 대안이다. 노르딕워킹은 스틱을 사용해 걷기 때문에 상체 사용이 늘고 보행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무릎 부담이 걱정된다면 수중걷기나 아쿠아로빅처럼 관절 부담을 줄이는 운동도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서는 탁구, 실버 요가, 필라테스, 가벼운 근력운동도 대체 운동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일이다. 파크골프의 진짜 가치는 점수 경쟁보다 계속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에 있다. 새벽 4시부터 줄을 세울 만큼 뜨거워진 인기의 이면에는, 건강하게 늙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5060의 현실적인 욕구가 있다.

결국 파크골프 열풍은 단순한 취미 유행이 아니다. 비용 부담은 낮추고, 운동 효과는 챙기며, 사회적 관계까지 이어가려는 시니어 세대의 새로운 여가 방식이다. 다만 인기가 빠르게 커진 만큼 구장 부족과 예약 과열, 이용자 간 갈등 같은 문제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파크골프가 오래가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과 성숙한 이용 문화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관련기사

NewsChat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