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은하수 성지인데… 산 정상에 ‘150억’ 역대급 정원 들어서는 ‘이곳’

2026-04-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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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7월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육백마지기'

이맘때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을 방문하면 초록빛 들판 위로 하얀 물결이 일렁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매년 6~7월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국내 숨은 명소는 어디일까?

평창 육백마지기 은하수.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평창 육백마지기 은하수.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해발 1256m의 청옥산 정상부는 초여름이면 거대한 풍력발전기 아래로 순백의 샤스타데이지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을 연출한다. 육백마지기는 과거 척박한 고산지대 개간지에서 현재는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국내 대표적인 고원 생태 관광지로 변모했다.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평창 육백마지기.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평창 육백마지기.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평창 육백마지기라는 지명은 산 정상의 평원이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다'는 데서 유래했다. 마지기는 논밭의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한 마지기는 약 150평에서 200평에 해당한다. 육백마지기는 축구장 6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약 30만 평 규모의 광활한 대지를 의미한다.

1960년대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밭을 일구며 형성된 이 지역은 국내 최초의 고랭지 채소 단지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토양 유실과 환경 훼손 문제가 제기되면서 평창군이 2018년 야생화 생태단지로 조성해 대중에게 개방했다. 자연 복원을 통해 계절마다 다른 색의 옷을 입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거대 풍차와 샤스타데이지가 일구는 이국적 경관

육백마지기.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육백마지기.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육백마지기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규모의 풍력발전기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매년 6월 초부터 중순까지 '계란프라이꽃'으로 불리는 샤스타데이지로 뒤덮여 마치 산 정상에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산등성이를 따라 늘어선 20여 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회전하며 내는 바람 소리가 함께 들리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평원 곳곳에는 무지개 의자, 성 모양 조형물, 하늘 계단 등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육백마지기는 고원의 독특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해발 고도가 높은 만큼 평지보다 기온이 5~10도 가량 낮아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또 운해가 끼는 날에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원 한가운데 설치된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탄면 일대의 굽이치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풍경이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 별맞이 명당

유튜브, 이엠스튜디오

밤이 되면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는 대기 중 수증기와 먼지가 적고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특히 날씨가 맑은 날이면 육안으로도 선명한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어 천문학자들과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통한다.

최근에는 은하수를 감상하며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스텔스 차박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텔스 차박'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차박 장비를 크게 펼치지 않고, 텐트·타프·의자 등을 밖에 설치하지 않은 채 차량 안에서만 머무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다만 육백마지기는 환경 보호를 위해 취사와 야영은 엄격히 금지되며, 오직 차량 내에서의 휴식과 별 감상만이 허용된다.

평창군은 이러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까지 약 30ha 규모의 은하수 지방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강원도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 계정 사업의 일부로, 총사업비 150억 원을 들여 청옥산 육백마지기 일원에 안내센터, 은하수 전망대, 야생화 테마정원 등을 갖춘 지방정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에 군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추진됨에 따라 대형 장비 진입과 자재 운반 등 안전 확보를 위해 사업 기간 청옥산 진입로가 간헐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육백마지기로 향하는 길

욱백마지기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가파르고 험준한 편이다. 청옥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도로는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해 운전자의 주의를 요한다. 특히 정상 부근의 약 2km 구간은 비포장도로로 이뤄져 있어 차량 하부가 낮은 승용차는 서행해야 한다. 아울러 좁은 산길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교행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겨울철(12월~3월)에는 결빙과 폭설로 인해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평창역이나 장평터미널에서 미탄면까지 이동한 뒤 택시 이용을 권장한다. 주차 시설은 정상부에 1, 2주차장이 마련돼 있으나,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하는 주말이나 은하수 관측이 용이한 날에는 다소 혼잡할 수 있다. 육백마지기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연중무휴 상시 개방된다.

구글지도, 육백마지기

청옥산이 품은 인근 명소

미탄면에 자리한 '청옥산 무장애 나눔길'은 평탄하게 조성돼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청옥산의 울창한 수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전 구간이 나무 데크로 연결돼 있다. 경사도가 5% 이하로 매우 낮아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도 산책하듯 숲을 즐길 수 있다.

왕복 약 30~40분 정도의 짧은 코스이며, 침엽수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공기가 매우 맑고, 여름철에도 기온이 낮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기 적절하다.

육백마지기 인근에는 사설 목장이 있다. 사유지 캠핑장으로 운영되는 '산너미 목장'은 목장 내 산책로를 따라 약 20~3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능선 뷰가 육백마지기와 흡사해 '작은 육백마지기'라고도 불린다. 목장에서 직접 방목하는 흑염소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예약을 통해 흑염소 진액이나 고기 요리 등도 접할 수 있다. 산너미 목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예약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해당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글지도, 산너미 목장

청옥산이 품은 고산의 맛

육백마지기 식당 메뉴를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육백마지기 식당 메뉴를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청옥산 인근에는 고산지대의 산채를 활용한 메뉴가 주를 이룬다. 육백마지기 정상에 자리한 식당에선 곤드레밥, 감자전, 녹두전 등을 맛볼 수 있다. 고산지대에서 자란 곤드레를 사용해 향이 깊으며, 감자전은 주문 즉시 부쳐내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청옥산 정상 주차장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평창 문화관광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탄면 소재지의 작은 시장 안에는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정식 식당보다 가볍게 강원도의 맛을 경험하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다.

미탄전통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육백마지기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다. 고산지대 사람들의 식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엿볼 수 있다. 매월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에 5일장이 열린다.

메밀국죽. / 유튜브 'KBS 다큐'
메밀국죽. / 유튜브 'KBS 다큐'

미탄시장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메밀국죽을 비롯해 올챙이국수, 산초두부구이 등이 입맛을 돋운다. 메밀국죽은 메밀쌀과 시래기, 된장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죽이다. 껍질을 벗긴 메밀 알갱이(메밀쌀)가 그대로 들어 있어 입안에서 작은 알갱이가 톡톡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반죽이 구멍 뚫린 틀을 통과하며 올챙이 모양으로 떨어진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매끄러운 식감과 양념장 맛으로 먹는 음식으로, 여름철 별미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산초두부구이는 산초기름 특유의 알싸한 향을 입혀 구워낸 두부로, 강원도 고산지대의 특징이 담긴 음식이다. 시장 내 백반집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구글지도, 미탄전통시장

home 이서희 기자 sh030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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