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말을 꺼내도 일단 "아니요"부터 뱉고 시작하는 직장동료의 심리

2026-04-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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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아니요 빌런'의 심리를 어떻게 분석할까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 무슨 말을 꺼내도 반사적으로 "아니요"부터 뱉고 보는 사람. "오늘 날씨 좋네요"라고 말해도 "아니요, 저는 추운데요"라고 받아치는 사람. 유병재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라온 '[대나무숲] 삥 뜯는 직장상사들 대신 나무라드립니다 (w.공명)'에 소개된 '아니요 빌런'이 바로 그 유형이다. 사연 하나만으로도 그 고통의 깊이는 충분히 전해진다.

직장동료가 보내온 사연 "뭘 말해도 ‘아니요’부터 나와요"

영상은 개그맨 겸 유튜버 유병재가 운영하는 채널의 '대나무숲' 시리즈다. 억울한 직장인들의 사연을 대신 들어주고 나무라주는 포맷이다. 이번 편에는 배우 공명이 게스트로 함께했다. 공명은 tvN 드라마 '은밀한 감사' 홍보 차 출연했했다.

첫 번째 사연자는 목소리를 직접 변조한 채 전화로 등장한 30대 직장인이다. 그가 회사 주차장에서 몰래 통화로 고발한 동료는 누군가 무슨 말을 하든 "아니요"로 응수하는 40대 남성이다.

사연자가 전한 상황들은 황당하다. "오늘 날씨 딱하네요"라고 말하면 "아니요, 저는 추워서요"라고 받아친다. 팀장이 딸기주스를 마시며 "안 달아서 좋다"고 하자 "아니요, 저는 되게 단데요"라고 끼어든다. 팀장이 손가락으로 캐비닛을 가리키며 "저기 넣어놨어"라고 말하자 "아니요, 두 칸 옆에 있어요"라고 정정한다.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어떤 말이든 일단 부정하고 보는 패턴이 뚜렷하다. 사연자는 그 40대 직원에 대해 "별 쓸데없는 것에도 ‘아니요’라고 해야만 속이 풀리는 분"이라고 묘사했다. 유병재는 “일단 ‘아니요’라고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웃음으로 넘기는 주변 동료들, 그게 더 스트레스

사연자를 더욱 지치게 하는 건 주변 동료들의 반응이다. 그 40대 직원이 "아니요"를 연발할 때마다 다른 팀원들은 그냥 웃고 넘긴다고 한다. 그런 태도가 더 큰 스트레스를 안긴다고 했다.

사연은 직장 내 '아니요 빌런'이 유독 생명력을 갖는 구조적 이유를 설명한다. 혼자서는 명백히 불쾌한 행동도, 주변이 웃음으로 무마하는 순간 문제가 아닌 것처럼 처리된다. 사연자만 유별나게 예민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공명은 “처음에는 유쾌하게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다”라면서 “일적으로도 그게 연장선으로 가면 진짜 짜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심리학이 설명하는 '반사적 부정'의 심리

단순히 피곤하거나 성격이 안 좋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아니요 빌런'의 행동 패턴에는 심리학적 설명이 따라붙는다.

심리학에서 '부정(Denial)'은 방어기제의 하나다. 고통스럽거나 위협적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화될 때다. 상대의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들어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부정이 나오는 상태가 된다. 이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경직성의 신호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건설적인 피드백조차 자신을 부정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관계 안에서 거절과 비판을 동일시한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말에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감의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느끼기에 선제적으로 상대의 말을 무력화하는 방식을 반복한다. 자신이 방어적으로 변명하거나 상대의 말을 즉각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지배욕과 통제 욕구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법무법인 율촌이 발행한 오피스 빌런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문제 행동의 배경엔 과도한 지배욕, 자아도취 등 쉽게 변하지 않는 개인 인격의 문제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매 발화를 자신이 심판하고 최종 수정할 수 있는 위치에 놓으려는 것, 그것이 '아니요 빌런'이 무의식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의 형식이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 & Co.)가 발행하는 의학 참고서인 MSD 매뉴얼에 따르면 부적응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반응 패턴이 반복적으로 효과 없는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특성이 '아니요 빌런'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든 습관은 바뀌지 않는다.

"같이 일하기 싫다"는 말로도 부족한 해악

'아니요 빌런'은 단순한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팀 내에서 이 유형의 인물이 활동하면 생기는 피해는 구체적이다.

첫째, 일상적 대화의 비용이 올라간다. 아무 말이나 했다가 "아니요"를 들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면, 사람들은 말을 아끼기 시작한다. 사소한 소통이 줄어들고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이 손상된다.

둘째, 업무 논의의 분위기가 위축된다. 아이디어나 의견을 내면 "아니요"부터 나오는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을 꺼내기를 주저하게 된다. 창의적 논의보다는 침묵이 안전한 선택이 된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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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주변 동료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전이된다. 사연자가 호소한 것처럼, 문제 행동 자체뿐 아니라 그것을 방치하고 웃음으로 무마하는 주변의 태도까지 누군가는 홀로 감당해야 한다. 정서사건 이론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업무 성과의 질적·양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사연자가 “다시 가서 그 얼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치겠다”고 하자 유병재는 "출근하기 싫겠다. 진짜 짜증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립국어원이 말한다... '아니요'와 '아니오'는 다른 말

'아니요 빌런' 덕분에 챙기는 쓸모 있는 지식 하나.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아니요'와 '아니오'는 생김새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말이다.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활용형으로, "이것이 책이 아니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오"처럼 문장의 서술어 자리에 쓰인다. 반면 '아니요'는 윗사람의 물음에 부정으로 대답할 때 쓰는 감탄사로서 '예/네'의 반대말이다. "심부름 갔다 왔니?"란 물음에 "아니요, 아직 못 갔다 왔어"처럼 쓰인다. '아뇨'로 줄여 쓸 수 있다. 아랫사람이나 대등한 관계에서는 '아니'를 쓰는 것이 맞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아니요'를 '아니오'로 쓰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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