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에 갑자기 2억 넘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심장이 터지는 줄”

2026-04-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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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행복했다”고 말한 경험자가 올린 게시물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의 통장에 갑자기 2억 원이 입금됐다. 한 업체가 30만 원을 보내야 할 계좌에 2억 원을 송금했다.

27일 디시인사이드 ‘공무원 공부 갤러리’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던 수험생 A씨의 휴대폰에 충격적인 알림이 울렸다. 농협 계좌로 2억 400만원이 입금됐다는 문자였다.

국어 모의고사를 막 풀기 시작한 참이었다. 피싱 문자인 줄 알았다. 은행 앱을 열어보니 진짜였다. 원래 갖고 있던 돈을 포함해 2억 407만5850만원이 통장에 찍혀 있었다.

"심장이 터지는 줄"

입금자명에는 '렌털'이라고 찍혀 있었다. 얼마 전 정수기를 교체하면서 업체와 현금 30만 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던 터였다. 그 업체에서 30만 원을 보내야 할 걸 그만 2억 원이 넘는 돈을 잘못 부친 것이다.

A씨는 "300만원도 3000만원도 아니고, 어떻게 30만원을 2억원으로 찍을 수 있나"라고 의아해했다. 추측컨대 다른 거래처에 보낼 금액과 계좌번호가 섞였거나, 업무 담당자가 숫자를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체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며칠 전 직접 얼굴을 봤던 사람이었다.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오송금이에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A씨는 즉시 반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1일 이체 한도가 5000만 원이라 그 많은 돈을 한 번에 이체할 수 없었다. 결국 오전 공부를 접고 은행으로 직접 달려가야 했다. 그렇게 오전 공부가 날아갔다.

"잠시 행복했다"

은행에 다녀온 후 A씨는 두 번째 게시글을 올렸다. 결말은 깔끔했다. 실물 OTP 발급 비용과 스타벅스 기프티콘 한 장을 업체로부터 받았다.

A씨는 "오전 공부는 망했지만 그래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라면서 "스쳐지나간 2억 400만 원. 잠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에선 솔직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당장 내 통장으로", "그냥 갖자", "주식에 넣어버리고 싶다. 돌려주더라도 맛만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통장에 찍힌 거액이 얼마나 강렬한 도파민을 유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다른 한쪽에서는 현실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그냥 두면 은행에서 알아서 빼가지 않나", "원래 보상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시간 날렸는데"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3자 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거 3자 사기도 있다더라. 조심해야 한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피해자 계좌를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존재하는 만큼 터무니없는 우려는 아니다. 글쓴이도 처음엔 이 가능성을 의심했다가 담당자 목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고 밝혔다.

업체 담당자에 대한 측은지심도 나왔다. "담당자 진짜 눈앞이 하얘졌겠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한 갤러가 분석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아마 사장(지점장)이나 사장 아내급 고위직이 바쁜 타이밍에 머리가 굳어서 착각한 것 같다. 하위 직원은 손 떨려서 이런 실수 잘 안 한다."

"당신 돈 아닙니다"

황당하고 웃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사건에는 꽤 진지한 법적 교훈이 담겨 있다. 수많은 댓글 중에 "그냥 갖자"는 반응이 있었는데,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큰 코 다친다.

우선 민사 영역부터 짚어보자.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근거다. 착오송금으로 입금된 돈은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없이 들어온 돈이므로 수취인은 이를 돌려줄 의무가 발생한다.

더 심각한 건 형사 문제다. 대법원은 2010년 선고한 판결에서 "착오로 잘못 송금된 돈이 입금된 경우에는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즉 오송금된 돈을 그냥 써버리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송금인과 아무런 거래 관계가 없는 사이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를 이유로 횡령죄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여럿 있다.

그렇다면 수취인이 돌려주지 않을 때 송금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해당 금융회사에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다. 만약 수취인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형사 대응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오송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소비할 경우 횡령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 민사와 형사를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글쓴이가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게시물.
글쓴이가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게시물.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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