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남기면 재사용합니다”…식당 경고문에 누리꾼 '발칵'
2026-04-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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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면 돈 나오나”…반찬 경고문 단 식당, 온라인 '화제'
"김치를 남기시면 재사용하겠습니다. 땅 파면 돈 나오나?"
반찬 셀프바에 내걸린 안내문 한 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거침없는 문구는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누군가는 "속이 시원하다"며 손뼉을 쳤고, 또 누군가는 "저 가게 다시는 안 간다"며 등을 돌렸다.

해당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처음 올라왔다. 게시자는 해당 식당 사장을 "테토(테스토스테론) 사장"이라고 표현했다. 테토남, 테토녀로도 불리는 테토는 거침없고 직선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짧은 문구 하나가 불러온 파장은 작지 않았다. 댓글이 수백 개 달리면서 식당 문화 전반에 대한 토론으로 번졌다.
■ "얼마나 심했으면"…사장 편 드는 목소리
셀프바를 운영해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공감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손님들이 얼마나 많이 가져가고 얼마나 많이 남기는지, 현장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문구가 왜 나왔는지 이해된다는 것이다. 접시 가득 쌓아놓고 절반도 먹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손님, 여러 번 덜어왔다가 결국 버려지는 반찬들이 매일 반복되는 게 셀프바의 현실이다.
게다가 식재료 값은 오르는데 반찬 낭비는 줄지 않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셀프바 반찬 원가가 만만치 않다. 음식을 남기는 게 습관화된 손님들 때문에 하루에 버리는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외국처럼 반찬마다 금액을 따로 받아야 한다", "셀프바가 공짜라는 인식이 낭비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 "찝찝하다, 독이 된다"…반대 의견도 팽팽
그러나 문구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재사용하지 않더라도 저런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것이다. 식당은 손님에게 깨끗하고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남기면 재사용하겠다"는 문구는 설령 경고성 표현일지라도 그 신뢰를 흔든다. 실제 재사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혹시?'라는 의구심이 한번 생기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표현 방식이 잘못됐다는 쪽도 있었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문구 대신 위협성 표현을 택한 게 오히려 가게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고충을 알리려다 손님의 발길을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잔반 재사용은 명백한 불법…경고문이 부른 법적 논란
사실 이 문구가 가장 먼저 걸리는 건 법의 영역이다. 식품위생법은 조리·판매를 목적으로 잔반을 재사용하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 시 영업정지는 물론 영업장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반이다.
물론 이 문구가 실제 재사용 의도를 담은 것인지, 반찬 낭비를 막으려는 심리적 경고 수단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표현이 식품 위생이라는 민감한 영역에 걸쳐 있는 이상, 의도와 무관하게 소비자 신고나 행정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의로 쓴 문구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셈이다.
■ 반찬 낭비, 결국 가격 인상으로 돌아온다
이번 논란이 문구 하나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뒤에 외식업 현장에서 오래 쌓여온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외식 문화는 반찬을 넉넉하게 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고, 그 결과 셀프바는 편리한 서비스이자 동시에 낭비를 조장하는 틀이 됐다. 식당 입장에서는 반찬을 아끼면 인심 없는 집이라는 소리를 듣고, 손님 입장에서는 많이 내줄수록 좋은 가게라는 인식이 여전히 깔려 있다.
그 피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 5000톤에 달하고, 외식업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셀프바 반찬 낭비는 그 일부에 불과하지만, 쌓이면 외식업 전체의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고, 그 부담은 결국 메뉴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 사장의 문구는 거칠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외식업 현장 곳곳에 이미 퍼져 있다.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반찬을 대하는 식당과 손님 모두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