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온다…드디어 한국 최초 개봉으로 뜨는 레전드 소재 '이 영화'
2026-05-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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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han 괴담에서 영화로, 20세 감독이 만든 글로벌 현상
무한 반복되는 노란 방,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다
인터넷 괴담에서 시작해 글로벌 현상이 된 '백룸(The Backrooms)'이 마침내 스크린으로 찾아온다.

다음 달 2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동명의 영화는 유튜브 시리즈로 신드롬을 일으킨 만 20세 감독이 직접 참여한 작품이다.
30일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영화 '백룸'의 국내 개봉을 공식 확정하고 메인 포스터 2종과 예고편을 공개했다.
포스터는 백룸의 상징인 단색 노란 벽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메리(레나테 레인스베) 버전은 벽에 몸을 기댄 채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고, 클락(추이텔 에지오포) 버전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을 마주한 듯 위를 올려다보는 표정을 담았다. 두 포스터 모두 '5월 27일 전 세계 최초 극장 개봉'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가구 매장에서 시작된 이상 현상이 정체불명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뭔가를 찾았어요, 매장에서요"라는 클락의 대사와 함께 노란 벽과 반복되는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오래된 비디오카메라 화면, 불안정한 조명, 특유의 저화질 파운드 푸티지 감성이 극도의 공간 몰입감을 선사한다.


백룸이란 무엇인가
백룸의 뿌리는 2019년 5월 14일 익명 게시판 4chan의 미스터리 채널 /x/에 올라온 단 하나의 괴담 게시물이다. "만약 조심하지 않아 잘못된 곳의 현실에서 노클립 할 경우, 백룸에 도달하게 돼. 낡고 축축한 카펫의 악취, 노란 단색 벽지의 광기, 끝없이 윙윙거리는 형광등 소리만이 존재하는 약 6억 평방 마일 상당의 무작위로 연결된 빈 방들 뿐인 곳에 갇히는 거야"라는 문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한 줄이 수백 편의 2차 창작물과 게임, 영상 시리즈로 확장되며 인터넷 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내렸다.
백룸이 대중적 폭발력을 얻은 결정적 계기는 2022년 1월 케인 파슨스(당시 16세)가 유튜브에 올린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단편 시리즈다. 3D 소프트웨어 블렌더와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로 제작한 이 영상들은 빠르게 수억 회 조회수를 돌파했다. 단일 시리즈 누적 조회수만 2억 회를 넘어서며 현대 공포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룸 열풍은 유튜브에 그치지 않았다. 백룸을 소재로 한 게임이 다수 출시됐고, 비슷한 '리미널 스페이스' 개념 콘텐츠가 꾸준히 쏟아졌다. 리미널 스페이스란 일상적이지만 어딘가 어긋난 듯한 공간이 주는 낯선 감각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백룸은 그 불안 심리를 극대화한 대표적 콘텐츠다.
만 20세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
2023년 A24를 비롯한 제작사들이 케인 파슨스의 시리즈 각색권을 사들이면서 영화화가 본격화됐다. 단순한 IP 구매에 그치지 않고 파슨스 본인이 감독으로 스카우트됐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당시 만 17세였던 파슨스는 계약 당시 학생 신분이었다. 올해 스무 살인 파슨스는 이 작품으로 A24 역사상 최연소 장편 감독 타이틀을 얻게 됐다.
파슨스는 인터뷰에서 "영화는 유튜브 시리즈와 똑같은 세계관과 타임라인 안에 소속해 있다"고 밝혀 원작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제작 규모도 남다르다.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3만 평방피트(약 850평), 농구장 6개 크기에 달하는 백룸 세트가 실제로 건설됐다. 세트 규모가 너무 광대해 촬영 도중 스태프들이 길을 잃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촬영은 2025년 7월 7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해 8월 14일 마무리됐다. 작업 당시의 가제는 '에피지(Effigy)'였다. 음악은 파슨스가 유튜브 시리즈에서 함께 작업했던 에도 반 브리멘과 파슨스 본인이 직접 공동 작곡했다.
작품 정보
감독 케인 파슨스 / 제작 제임스 완·숀 레비·오스굿 퍼킨스 / 배급(국내) 바이포엠스튜디오 / 출연 추이텔 에지오포(클락)·레나테 레인스베(메리)·마크 더플래스·핀 베넷·루키타 맥스웰·아반 조지아 / 제작사 A24 / 한국 개봉 2026년 5월 27일(전 세계 최초) / 북미 개봉 5월 29일
두 주연 배우의 무게
주인공 클락 역의 추이텔 에지오포는 '노예 12년'으로 제8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BAFTA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베테랑이다. 메리 역을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노르웨이 출신 배우다.
두 주연 모두 유럽 예술 영화와 할리우드 상업 영화를 오간 독보적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다. 초자연적 공포와 심리적 긴장이 교차하는 이 작품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깊은 감정적 무게를 실어낼지가 관건이다.
공포 영화가 잘 팔리는 이유
백룸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가지는 데는 공포 콘텐츠가 지닌 보편적 흡인력이 작동한다. 공포 영화를 즐기는 심리에 대해 심리학계는 '조절된 위험(controlled fear)' 이론을 제시한다. 실제로 위험하지 않지만 위험한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안전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강한 안도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백룸이 더욱 효과적인 이유는 공포의 원천이 괴물이나 유혈이 아니라 '공간 자체'라는 데 있다. 낯익지만 어긋난 공간, 출구 없는 무한 반복의 구조는 인간의 원초적 공포인 '상실'과 '고립'을 자극한다. 그것이 글 한 줄에서 시작한 괴담이 수억 건의 조회수와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힘이다.
공포 영화의 역사는 영화 탄생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악마의 성(1896)'이 공포 장르의 시초로 꼽히며,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이 현대 공포 영화의 문법을 정립했다.
공간의 공포를 전면에 내세운 계보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에서 절정에 달했고, 백룸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그 계보를 이어받은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시기 주목 받는 기대작들
백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주목할 공포·스릴러 기대작들도 있다. 5월 말에는 이언 맥그레거와 스칼렛 조핸슨 주연의 심리 스릴러가 국내 개봉 예정이고, 오스굿 퍼킨스 감독의 신작(백룸 제작에도 참여) 역시 같은 시기 글로벌 공개가 예정돼 있다.
A24는 최근 '미드소마', '유전', '엑스', '에일리언 로물루스'(20세기 스튜디오와 협업)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공포 장르에서 독보적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다.
'백룸'은 그 계보에서 가장 젊은 감독, 가장 인터넷 친화적인 원작으로 탄생한 신작이다.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국내 관객이 글로벌 여론을 선도하는 구도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