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강지처의 역습: 남편의 숨겨진 비트코인, 이혼 소송에서 찾아내는 법
2026-05-0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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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가상자산, 추적은 가능하지만 타이밍이 승부를 가른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이혼을 앞둔 분들이 가장 무너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배우자가 태연하게 이렇게 말할 때입니다.
"코인? 다 날렸어. 한 푼도 없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숨기기 쉽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12년째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흔적 없이 사라진 코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반드시 발자국을 남깁니다.

업비트, 빗썸 같은 국내 거래소에 있는 코인은 법원 사실조회 한 장으로 보유 수량과 평가액이 전부 나옵니다. 문제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빼돌린 경우인데, 이때는 '돈의 출발점'을 봐야 합니다. 코인 투자는 결국 국내 은행 계좌에서 시작되거든요. 3~5년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면 거래소로 송금된 종잣돈이 나옵니다. 거기서부터 코인 전송 기록(TXID)을 따라가면, 블록체인은 공개장부라 전 세계 어디로 옮겼든 이동 경로가 다 보입니다.
■ 소장보다 가압류가 먼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혼 결심을 하면 소장부터 보내려 합니다. 그게 가장 큰 실수입니다. 소장이 도달하는 순간, 상대방은 앱 켜서 클릭 몇 번이면 코인을 전 세계 어디로든 옮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거래소 계좌를 동결하고, 그다음에 소장을 넣어야 합니다. 법적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혼 소송 제기 전에도 가압류 신청이 가능합니다. 또한 가압류 후 조정신청이 있으면 본안의 제소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가압류와 동시에 또는 직후에 조정신청을 활용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입니다.
남편이 어느 날 거래소 앱에서 '출금 제한'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옵니다.
한 가지 실무상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가압류를 신청할 때는 피보전권리를 처음부터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위자료청구권으로 받은 가압류를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해 유용하거나, 이혼 청구가 기각된 후 새로운 소송에서 이전 가압류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처음 신청 단계에서 피보전권리를 잘못 특정하면 가압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반드시 사전에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 코인은 시세가 전략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코인은 하루에도 몇 십 퍼센트씩 오르내립니다. 재판상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므906 판결) 이는 최종 판결 선고일이 아니라, 1심 또는 항소심에서 변론이 끝나는 날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곧 재판 일정 자체가 전략이 된다는 뜻입니다. 코인값이 바닥일 때와 천장일 때, 사실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산정되는 재산 가액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변론종결 시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의뢰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숨기면 못 찾겠지." 그 오만함이 법정에서 무너지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수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이혼 의사를 밝히기 전에 먼저 상담하세요.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청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권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