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는 노태우, 하정우는 전두환… 캐스팅만으로도 화제 모으는 영화
2026-05-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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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보통사람들' 화제

'서울의 봄'이 전두환의 12·12 쿠데타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그 쿠데타의 최대 수혜자였던 2인자 노태우를 이야기를 담는다. 절대 권력자의 그늘에 가려진 채 '보통 사람'을 자처하며 조용히 1인자의 자리를 노렸던 노태우. 그가 마침내 스크린 전면에 선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신작 영화 '보통사람들'이 제작 확정과 함께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손석구·하정우, 노태우와 전두환으로 맞붙는다
넷플릭스는 최근 '보통사람들'의 제작 확정 소식과 함께 주요 출연진을 발표했다. 노태우 역에는 손석구, 전두환 역에는 하정우가 각각 낙점됐다.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았지만 결국 1인자와 2인자의 복잡 미묘한 관계로 엇갈리는 두 인물을 손석구와 하정우가 연기한다.
손석구는 2022년 '범죄도시2'의 사이코패스 빌런 강해상과 JTBC '나의 해방일지'의 사연 있는 구씨를 동시에 히트시키며 단숨에 정상급 배우로 올라선 인물이다. 극과 극의 두 캐릭터를 같은 해에 모두 성공시킨 배우는 드물다. '나의 해방일지' 작가 박해영은 '내가 쓴 글의 경지를 뚫고 나간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후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D.P.' 시리즈 등을 거치며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이번 '보통사람들'에서 그가 어떤 노태우를 완성할지는 이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자신의 이름보다 전두환의 친구이자 영원한 2인자로만 기억되던 노태우가 마침내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복잡하고 미묘한 내면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명실상부한 페르소나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 민란의 시대', '수리남'까지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했다. 실제로 윤 감독이 직접 "형은 내 페르소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전두환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극화됐지만, 장르 불문 독보적인 아우라를 뽐내온 하정우가 어떤 전두환을 완성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탄탄한 조연진…지창욱·현봉식·서현우 합류
주연 두 사람 못지않게 조연진도 탄탄하다. 지창욱은 노태우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육군사관학교 후배 허학성 역을 맡아 날 선 긴장감을 더한다. 허학성은 실존 인물이 아닌 극 중 가상의 인물로, 노태우를 견제하고 위협하는 존재로 설정됐다. '수리남', '살인자ㅇ난감' 등 넷플릭스 작품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온 현봉식은 노태우와 전두환의 동기이자 친구 정호중 역을 맡는다. '헤어질 결심', '로기완' 등으로 이름을 알린 서현우는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이자 노태우의 참모 박철웅 역으로 분한다.
이 작품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본명 그대로 쓴다는 점이다. '서울의 봄'이 전두광, 노태건 등 이름을 바꿔 픽션의 여지를 뒀다면, '보통사람들'은 전두환·노태우라는 실명을 그대로 내세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윤종빈이 돌아왔다…현대사 권력의 민낯을 겨눈다
'보통사람들'의 연출·각본은 윤종빈 감독이 직접 맡았다. 2005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시작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까지 강력한 위계와 계급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 군상을 집요하게 그려온 감독이다.
윤 감독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남성 집단의 권력 구조를 파고드는 연출가로 평가받는다. 대중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노태우 정권 시절의 부산 조직폭력배와 부패 공무원의 결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번 '보통사람들'은 그 시대의 출발점인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정권의 탄생을 다룬 셈이다. 윤 감독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제작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악연', 영화 '승부'를 만든 영화사월과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영화 '리볼버', '헌트'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가 참여한다. 촬영은 올해 8월 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의 봄' 이후 현대사 열풍…노태우는 왜 지금인가
'보통사람들'이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노태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간 이 시대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은 주로 전두환이나 12·12 쿠데타 자체에 집중했다. '서울의 봄'이 그랬고, 1987년을 다룬 영화 '1987'도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맞선 민중의 저항이 중심이었다. 반면 노태우는 항상 2인자 혹은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보통사람들'은 그 노태우를 주인공으로 올려세운다. 보통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전두환의 후계자가 되고, 1987년 6·29 선언으로 민주화의 공을 가로채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 그 이중성과 생존 본능, 권력욕을 어떻게 그려내느냐가 이 영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손석구라는 배우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 스펙트럼이 이 인물과 얼마나 맞닿을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