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술 취하면 피클 주스 마신다고? 한국 와서 처음 안 ‘외국식 숙취 해소법’

2026-05-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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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건 술자리보다도, 술 마신 다음 날을 위해 준비된 해장 문화가 너무 철저하다는 점이었다.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직원이 숙취해소제를 계산하고 있다 / 뉴스 1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직원이 숙취해소제를 계산하고 있다 / 뉴스 1

한국에 와서 더 놀란 건 ‘숙취를 대비하는 문화’였다

한국은 술 문화가 정말 강한 나라다. 회식, 친구 모임, 늦은 밤 술자리까지 술은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 흥미롭게 느낀 것은 술을 마시는 문화 자체보다, 그 다음 날을 관리하는 문화였다. 처음에는 편의점과 약국에 숙취해소 음료가 이렇게 많은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음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젤리도 있고, 알약도 있고, 술 마시기 전 먹는 제품과 마신 뒤 먹는 제품까지 정말 다양했다. 한국에서는 술자리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다음 날 얼마나 덜 힘들게 버티느냐도 하나의 생활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유럽의 숙취 해결법: 케밥과 버거로 버티는 다음 날

유럽에도 물론 숙취를 푸는 방식은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숙취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제품”이 생활 속에 넓게 퍼져 있는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보통은 숙취를 그냥 견디는 편이다. 술을 많이 마셨으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불편한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특별한 보조제를 챙겨 먹기보다는 음식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건 역시 기름지고 무거운 음식이다. 술 마신 다음 날 케밥이나 버거 같은 음식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고, 어떤 사람들은 아주 진한 수프를 먹기도 한다. 속을 부드럽게 달래기보다는, 무겁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몸을 다시 깨우는 방식이다. 한국의 해장국처럼 “숙취 해소용 음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다음 날 다들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찾게 된다.

유럽의 독특한 숙취 민간요법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는 오래된 숙취 해소법 중 하나로 다음 날 술을 조금 더 마시는 방식도 꽤 자주 이야기된다. 전날 과음한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한 잔만 더 마시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물론 건강한 방법은 아니지만, 숙취를 덜 느끼기 위해 다시 알코올을 조금 넣는 방식이 민간요법처럼 남아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방법은 바로 피클 주스다. 처음 들으면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짠맛과 신맛, 그리고 염분과 전해질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서 유럽에서는 꽤 오래된 숙취 해소법처럼 통한다. 누군가는 피클 주스를 마시고, 누군가는 짠 국물이나 절임류를 먹으면서 몸을 다시 회복시키려 한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의외로 이런 방식이 익숙한 사람들도 많다.

나무 접시에 주스 유리 피클 / 셔터스톡
나무 접시에 주스 유리 피클 / 셔터스톡

다양한 한국의 숙취 해결법: 음료부터 젤리, 알약까지

반면 한국은 숙취를 대하는 방식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다음 날 힘든 걸 감수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덜 힘들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편의점만 가도 숙취해소 음료가 여러 종류로 있고, 젤리처럼 간편하게 먹는 제품도 보이고, 약국에 가면 숙취를 줄이기 위한 알약이나 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이런 제품이 많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한국 친구들과 술자리를 몇 번 경험한 후 이런 문화가 발달했는지도 이해가 갔다. 술은 자주 마시지만, 다음 날에도 학교에 가야 하고 회사에 가야 하고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숙취를 그냥 참기보다는,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문화가 발전한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 해장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해장국과 국밥이다. 유럽에도 수프 문화는 있지만, 한국처럼 해장국이 하나의 분명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건 꽤 다르게 느껴졌다. 술 마신 다음 날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얼큰한 맛으로 속을 풀어내는 방식은 정말 한국적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어제 많이 마셨으니 오늘은 해장국 먹자”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술자리와 해장 음식이 아예 하나의 세트처럼 연결돼 있는 느낌이다. 유럽에서는 술 마신 다음 날 무거운 음식을 먹긴 해도, 이렇게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해장용 대표 음식’이 또렷하게 있는 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해장국 문화가 더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회복시키는 의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한 시민이 숙취해소제를 고르고 있다 / 뉴스 1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한 시민이 숙취해소제를 고르고 있다 / 뉴스 1

한국에서 배운 나만의 숙취 관리 루틴

사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나는 숙취를 예방하기 위해 따로 뭘 챙겨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다음 날 힘들면 힘든 대로 버티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약국에서 구입한 숙취해소제를 꼭 챙긴다. 우리는 술 마시기 전에 두 알, 마신 후에 두 알 먹는 식으로 루틴이 생겼는데, 확실히 다음 날 훨씬 덜 힘들다.

물론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고 반응도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숙취도 미리 관리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예전 같으면 그냥 참았을 텐데, 이제는 미리 대비하고 다음 날 덜 고생하는 쪽이 훨씬 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RU 21 숙취 약  / 쿠팡
RU 21 숙취 약 / 쿠팡

생각해보면 한국과 유럽의 차이는 술 자체보다도 숙취를 대하는 태도에서 더 분명히 보이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숙취를 술 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술을 많이 마셨으면 다음 날 힘든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숙취를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쪽에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음료가 생기고, 젤리가 생기고, 알약이 생기고, 해장국 같은 음식 문화도 더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술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회복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 점이 내게는 꽤 실용적이고, 또 한국답게 느껴졌다.

결국 한국에 와서 내가 배운 건 술을 잘 마시는 법만이 아니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을 덜 힘들게 만드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됐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피클 주스보다 약국 알약과 뜨끈한 해장국이 훨씬 더 믿음직하게 느껴진다.


home 오아나 기자 oana11@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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