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통했네…신인 배우들로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 찍은 청불 한국 드라마
2026-05-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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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고' 공개 2주차 글로벌 차트 정상 차지
한국발 공포의 물결이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뒤덮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가 공개 2주 차에 글로벌 정상을 밟으며 K-호러의 저력을 입증했다.

"750만 시청수"…64개국 TOP 10, K-호러의 새 역사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투둠(Tudum)'에 따르면, '기리고'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주 동안 75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총 64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중 24개 국가에서는 당당히 1위를 기록했다.
사실 '기리고'의 글로벌 흥행 신호는 공개 직후부터 감지됐다. 전 세계 OTT 콘텐츠 시청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8부작 전편이 일괄 공개된 '기리고'는 공개 사흘 만에 글로벌 랭킹 3위에 오르며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첫 주 공개만으로 280만 시청수를 기록해 넷플릭스 글로벌 4위에 오른 '기리고'는 이후 입소문을 타며 2주 차에 결국 정상을 밟는 데 성공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진 이 작품은 국내 넷플릭스 TOP 10 시리즈에서도 공개 이후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스마트폰 저주에 갇힌 10대들…'YA 호러'의 탄생
'기리고'는 이른바 'YA(Young Adult, 영 어덜트) 호러'라는 장르로 분류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의 일상적 소재에 데스게임 형식의 서늘한 긴장감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의 설정 자체가 도발적이다. 셀카 기능을 활용해 본인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소원을 전송하면 실제로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의문의 앱 '기리고'.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24시간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카운트다운이 0초에 다다르는 순간 소원을 적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더욱 섬뜩한 것은 저주를 끊는 방법이다. 타이머를 멈추기 위해선 다른 누군가가 소원을 빌어 저주를 대신 떠안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 친구를 희생시켜야 하는 끔찍한 딜레마가 바로 이 이야기의 핵심 공포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기리고'는 박충섭 작가의 순수 오리지널 각본으로 제작됐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웹툰이나 소설 원작 없이 탄생했다는 사실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여기에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성적 경쟁, 친구 사이의 균열, 시기와 질투, 사랑 같은 청소년 보편적 감정들을 저주의 근원으로 설정한 구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연출은 박윤서 감독이 맡았다. '킹덤' 시즌 2의 B감독을 거쳐 드라마 '무빙'을 공동 연출했던 그에게 '기리고'는 첫 단독 메인 연출작이다. 박 감독은 앞서 '기리고' 기자간담회에서 "공포 시리즈다 보니 서사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개연성 있게 끝까지 관객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며 "정통적인 호러뿐 아니라 오컬트, 액션, 학원물 요소들을 추가해 지루하지 않게 8부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또한 작품에 한국적 색채를 충분히 녹여냈음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청자를 위해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한국적인 부분을 더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작품들이 해외에서는 더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신예들의 대거 합류
'기리고'의 또 다른 매력은 신선한 얼굴들로 가득한 캐스팅이다. 주인공 다섯 친구 역을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 라이징 신예들이 채웠으며, 전소니와 노재원이 중심을 잡아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리고' 하이라이트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저마다 역할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기리고'의 비밀을 추적하는 서린고 육상 유망주 세아 역의 전소영은 캐릭터에 다가서기 위해 국가대표 김국영 선수에게 지도를 받으며 두 달가량 거의 매일 육상 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국가대표 유망주이기 때문에 멀리뛰기 선수들처럼 자세를 잘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단순한 체력 훈련에 그치지 않았다. "세아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태닝도 했다"며 외형적 변화와 함께 캐릭터의 내면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과 긴 시간 상의하며 준비에 임했다고 밝혔다.


앱의 저주를 믿지 않는 현실주의자 나리 역의 강미나는 "몇 년간 단발머리를 유지했는데, 나리를 연기하기 위해 긴 생머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포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잘 못 본다고 털어놓은 그는 "촬영장에서는 눈 하나도 꿈쩍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임했다"고 소신을 밝혀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기리고'의 저주를 시스템적으로 분석하는 브레인 캐릭터 하준 역의 현우석은 "코딩을 배우고 타자를 빠르게 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며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2학년 4반 분위기 메이커 형욱 역의 이효제는 체형 변화에 도전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증량을 제안받았고 기간도 충분히 주어졌다"며 "잘 찌는 체질이 아니라 먹는 게 힘들었지만 많이 먹다 보니 체질이 바뀌더라. 오히려 빼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촬영하면서 혈당 스파이크를 겪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무당 방울 역을 맡아 저주에 맞서는 아이들을 돕는 노재원은 "능력이 뛰어난 무당은 아니지만 터프한 느낌을 위해 태닝도 하고 마인드 컨트롤도 했다"며 "무속인에게 자문을 구하며 잘 알지 못했던 분야를 밀접하게 느끼고 싶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저만의 감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K-오컬트의 시기가 왔다…공포물 르네상스
넷플릭스 '기리고'의 글로벌 1위 등극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 공포·오컬트 장르가 전반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풀이된다.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공포 영화 '살목지'는 이상민 감독, 김혜윤·이종원 등의 주연으로 지난달 8일 개봉한 뒤 누적 관객 수 280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의 영화 '곤지암'을 깬 기록이다. 이제는 1위 자리를 지키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314만명)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포 장르의 특징이 무엇일까? 먼저, '일상의 공포화'다. 두 작품 모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등을 기반으로 공포를 끌어온다. '기리고'는 스마트폰 앱, '살목지'는 인터넷 로드뷰 서비스를 그 기반으로 한다. 내 손안의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공포가 시작되는 설정은 시청자로 하여금 "저 공포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감을 부른다.
장르적 다층성 역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기리고'가 학원물·오컬트·액션·데스게임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것처럼, 최근 흥행 공포물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을 넘어 서사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영화 '파묘'가 오컬트와 역사적 서사를 결합하며 천만 관객을 모은 것과도 유사하게 보인다.
이제 공포는 여름만의 것이 아니다. K-공포물이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