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의 성함을 아세요?”…반응 폭발한 이호선 교수의 글
2026-05-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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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 밥값 하기, 후회 없는 관계의 기술
35년 지기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야 처음으로 고인의 성함을 알게 됐다는 짧은 고백 한 편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이자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인 이호선 교수가 SNS에 올린 글이 그 주인공이다. 감정을 쥐어짜는 문장도, 작위적인 교훈도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솔직한 후회가 담긴 짧은 글이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정확히 찔렀다.

이 교수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의 핵심은 이렇다. "친구 엄마의 성함을 아세요? 35년 지기 친구 엄마의 장례를 다녀오며 친구 엄마 성함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정영재 권사님. 성도 처음이고 이름도 처음입니다. 살아서 해주신 밥을 먹고는, 성함도 모른 채 빈소에서 뵙습니다. 배은망덕입니다" 그는 이어 "그분께 입은 은혜는 그 자식 말고 그분께 갚읍시다"라며 "빈소 말고 살아계실 때 밥값 합시다"라고 적었다.
글 말미에 그는 독자들에게 직접 물었다. "여러분 중 절친 엄마 성함 아시는 분?" 이 질문이 댓글창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이들이 "좋은 말씀 감사하다. 한번도 관심 있게 생각해보지 못 했다. 조금 더 세심하게 지켜보고 생활해야겠다" "뭉클한 글" "그러네...으늘도 배웠다. 감사하다" "저도 부고장 받고 처음 알았다" 등의 말을 남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음은 이호선 교수 SNS 전문.
친구엄마의 성함을 아세요? 어제 35년지기 친구 엄마의 장례를 다녀오며 친구엄마 성함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정영재 권사님. 성도 처음이고 이름도 처음입니다.살아서 해주신 밥을 먹고는, 성함도 모른 채 빈소에서 뵙습니다.배은망덕입니다. 그리고 3번이상 밥은혜 입은 분들 밥값합시다 빈소 말고 살아계실때 밥값 합시다. 오월엔 내 엄마 말고도 내 입에 밥 넣어주신 친구엄마 살아생전 그 이름 알고 밥값 합시다. 그분께 입은 은혜는 그 자식말고 그분께 갚읍시다. 꼭 그럽시다.
그분은 내 얼굴과 내 이름을 알고 내입에 밥을 넣어주시고 칭찬을 반찬으로 올려주셨는데,친구엄마는 이름도 모르고 밥한번 사드린 적 없더군요. 친구엄마 성함 물어봅시다.
여러분 중 절친 엄마 성함 아시는 분~~? 
'친구 엄마'라는 호칭 뒤에 가려진 한 사람
한국 사회에서 친구의 부모는 대개 '어머니', '아버님'이라는 역할 언어로만 불린다. 고유한 이름은 배경 속으로 사라진다. 이 교수가 장례식장에서 처음 마주한 '정영재'라는 세 글자는, 평생 누군가의 엄마로만 존재했던 한 여성이 가진 독립된 삶과 역사를 상징한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다. 그 사람을 내 삶의 배경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하겠다 태도의 출발점이다. 나에게 밥을 차려주던 손길이 '친구의 엄마'라서가 아니라, '정영재'라는 사람이 지닌 고유한 환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 이름을 알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교수의 글이 단순한 감성 콘텐츠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일반적인 바이럴 게시물과 결이 다르다.
'밥값' 철학: 은혜의 대상에게 직접 갚는다
이 교수가 강조한 단어는 '밥값'이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이 단어를 그는 관계의 윤리로 끌어올렸다. 친구 부모님이 나를 아껴줬으니, 그 친구와 잘 지내는 것으로 보답을 대신했다고 여겨온 이들에게 그는 직접적으로 말한다. "그분께 입은 은혜는 그 자식 말고 그분께 갚아야 한다"고.
사랑을 준 당사자에게 직접 감사를 표하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상담 전문가로서 이 교수가 수십 년간 가족과 노년의 문제를 다루며 축적한 통찰이 이 짧은 문장에 압축돼 있다. 그는 노인상담, 가족 관계, 중노년의 삶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학자다.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2004년 노년기 성 갈등 유형의 상호학문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소의 눈물보다 생전의 밥 한 끼
장례식장은 후회의 공간이다. 고인의 영정 앞에 올리는 절과 국화는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어도, 떠난 사람에게는 닿지 않는다. 이 교수가 "빈소 말고 살아계실 때 밥값 하자"고 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여유가 생기면'이라는 미루기는 결국 빈소에서의 통곡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성함을 묻고, 그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전하는 것. 그것이 이 교수가 말하는 가장 늦지 않은 밥값이다.
'내 엄마'를 넘어 '우리를 먹인 어른들'을 돌아볼 때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이 교수의 글은 시선을 조금 더 넓힐 것을 권한다. 나의 성장 과정에 자양분을 보탠 사람은 내 부모만이 아니었다. 친구 어머니가 수험생 시절 끓여준 국 한 그릇, 건네준 칭찬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일부다.
타인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 그 호의의 주인을 정확히 기억하려는 노력. 이 교수는 이를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기본 품격으로 본다. 그가 쓴 저서 '이호선의 나이들수록 관계편'과 지난 2월 출간한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에서도 이 주제는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관계를 단단하게 유지하는 힘은 거창한 선물이나 의례적인 안부가 아니라, 상대를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5월 8일 어버이날, 카네이션보다 먼저 해야 할 것
어버이날은 1956년 '어머니날'로 처음 제정됐다가 1973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매년 5월 8일이 되면 카네이션 한 송이와 용돈 봉투가 이날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꽃집 앞엔 줄이 서고, 식당은 가족 단위 예약으로 일찌감치 마감된다. 그런데 이 교수의 글은 그 익숙한 의례 한가운데에 불편한 질문을 하나 끼워 넣는다. "카네이션을 드리는 그분의 이름 석 자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내 부모의 이름은 안다. 하지만 나를 먹이고 칭찬해준 친구 어머니의 성함을, 새벽같이 학원 앞까지 차로 데려다준 친구 아버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버이날이 내 부모만을 위한 하루로 협소하게 소비되는 동안, 그 바깥에 있는 수많은 사회적 부모들은 아무 이름도 불리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 1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감은 건강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버이날 당일 자녀의 연락을 받지 못하는 노인 부모가 적지 않다는 현실과 맞닿아, 이 교수의 메시지는 단순한 감성 호소를 넘어 사회적 맥락을 짚는다.
올해 어버이날, 오래된 친구에게 문자 한 통을 먼저 보내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 "너희 부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셔? 인사 한 번 드리고 싶어서."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수십만 원짜리 홍삼 선물 세트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친구에게서 걸려온 안부 전화 한 통은, 그날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교수가 말하는 밥값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다. 어버이날은 그 타이밍을 사회가 공식적으로 허락한 날이다. 쑥스러움을 핑계로 미뤄온 감사 인사를 꺼내기에, 1년 중 가장 자연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빈소 앞이 아니라 꽃이 피는 5월에, 살아 계신 그분께 직접 전하는 것. 그것이 이 교수가 글을 통해 던진 질문의 정답이 될 수 있다.
이호선 교수는 누구인가
이 교수는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소통 전문가이자 부부·가족 상담가로 활동하며, MBC·KBS·SBS·YTN·JTBC·MB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패널로도 출연하고 있다.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 SBS Plus '이호선의 사이다'를 진행했으며, JTBC '이혼숙려캠프', '입만 살았네' 등의 상담 코너에도 참여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라디오 스타', '동치미' 등 예능·교양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하며 대중과 꾸준히 접점을 넓혀왔다.
2015년 대한민국 미술치료 대상, 2018년 대한민국 휴먼리더 대상, 2022년 보건복지부장관상, 2025년 올해의 인천인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마흔의 기술'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오십의 기술' '이호선의 나이 들수록: 관계편' '이제 나는 명랑하게 살기로 했다' '나이 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 '노인상담' '부모코칭사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