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더 안 오른다…정부, 5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

2026-05-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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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당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등유 1530원 유지
국제유가 변동 속 물가 부담 고려…정부 “민생 안정 최우선”

정부가 물가 부담을 이유로 5차 석유 최고가격을 또다시 동결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정부가 8일 0시부터 2주간 적용되는 5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결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석유 최고가격은 2차와 3차, 4차에 이어 5차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지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동결 배경으로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과 그동안 누적된 인상 요인, 최근 소비자물가 흐름을 들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유가 불안정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삼고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을 반영한 뒤 교통세와 개별소비세 등 제세금을 더해 산정된다. 다만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국제유가 상승분을 전부 반영하지 않고 가격 상승을 억제해왔다.

그 결과 네 차례 최고가격 지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누적 인상 억제분은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400원, 등유 약 600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일부 하락했지만 이 같은 누적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최고가격을 내리지 않고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기를 넣은 뒤 세차를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기를 넣은 뒤 세차를 하고 있다. / 뉴스1

물가 부담도 주요 판단 기준이 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전쟁 이후 3월 2.2%에서 4월 2.6%로 확대됐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7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석유류 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가까이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커졌고 특히 석유류 제품이 22%나 급등했다”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가 상승이 화물차 운전자와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농어업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유 역시 취약계층 난방비와 연결되는 품목이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번 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200원, 경유는 2500원 수준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최고가격제로 인한 1.2%포인트 하락 효과가 있었음에도 2.6%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 품목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은 1.8%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문 차관은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충격에서 민생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산식보다는 지금까지의 누적 인상 요인이 얼마 정도 되느냐를 기준으로 결정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만 인상할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며 “휘발유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유와 등유뿐 아니라 휘발유 가격도 물가 관리 차원에서 함께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변동성과 누적 인상 요인 고려

산업부는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제유가 흐름이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도 설명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 초 경유는 3배, 휘발유는 2배 뛰었다”며 “최근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떨어지고 국제유가는 횡보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지난 2주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1% 정도 낮아졌고 경유와 등유는 10%대 정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국제 가격 변동률보다 그동안 쌓인 누적 인상 요인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 도로에 탱크로리(유조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 뉴스1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 도로에 탱크로리(유조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 뉴스1

정유업계 손실은 보전 방침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발생하는 정유업계 손실에 대해서는 100% 보전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달 중 법률과 회계, 석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보전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고가격제는 한시적 조치로 운영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국제유가 변동성, 국내 물가 흐름을 함께 살펴보며 최고가격제를 운용할 방침이다.

문 차관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자유와 가격 변동성의 안정화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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