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연락도 아니다…자식조차 떠나가게 만드는 부모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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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녀가 부모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나이 든 부모에게서 자녀가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은 치매같은 질병이나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끝없는 잔소리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물론 이런 것들도 부모와 자녀 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양창순 박사는 수십 년간 상담실에서 만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녀를 진짜 떠나가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고.
치매는 오히려 자녀가 곁을 지키게 만든다. 연락 문제는 서로 조율하면 풀린다. 그런데 이것은 다르다. 치매나 연락은 눈에 보이는 문제다. 이건 안 보인다. 어릴 때부터 자녀 마음속에 조용히 쌓이다가, 성인이 되는 순간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가족이니까 제일 잘 안다고요? 사실은 제일 모릅니다"
양창순 박사는 가족 관계가 유독 힘든 이유부터 짚었다.
가정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사회 환경이고, 가족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서 겪는 인간관계 문제는 사실 가족 관계의 반복인 경우가 많다. 아버지와 관계가 불편했던 사람이 직장에서 상사와 유독 갈등을 빚는 식이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직장 동료가 실수하면 "저 사람은 원래 그렇지" 하고 넘기면서, 가족에게는 "어떻게 감히" 하며 실망감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이 나온다. 우리는 취직을 하면 오리엔테이션도 받고, 조직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공부도 한다. 그런데 부모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 없이 부모가 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양 박사가 꼽은 최악의 부모 유형은 아래의 세 가지다.

3위. 완벽주의형 – "밖에 나가서 망신 주지 마"
부모 본인이 지나친 완벽주의자인 경우다.
"밥 먹다가 흘리면 남들이 뭐라 하면 어떡할 거니" "너 부모 망신이야, 제대로 해." 이런 말을 일상적으로 듣고 자란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형제간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이 유형에 속한다. "형인데 동생보다 잘해야지" "동생인데 형보다 더 잘해야지." 부모 입장에서는 동기부여라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끝없는 비교의 지옥이다.

2위. 과잉보호형 – "네 인생이 곧 내 인생"
삶의 모든 목표가 오로지 '자녀가 잘되는 것'인 부모다.
양 박사가 실제 상담에서 만난 사례가 있다. 고등학생 자녀가 학교에서 전화를 걸어 "지금 비 오는데 왜 우산 안 챙겨줬냐"고 따졌다. 고등학생이면 편의점에서 우산을 살 수도 있는데, 그 부모는 "내가 부모니까 그것까지 다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과잉보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바로 '캥거루족'이다. 2022년 기준 부모에게 얹혀사는 20대 자녀 비율이 한국은 81%로 OECD 36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물론 경제적 요인도 크지만, 양 박사의 관점에서 보면 어릴 때부터 과잉보호에 익숙해진 자녀가 스스로 독립할 의지를 갖기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다.
양 박사는 동양 명리학에도 같은 원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꽃을 키우려면 물을 줘야 하지만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고, 불을 때려면 나무가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불길이 꺼진다. 정신의학에서든 명리학에서든 결론은 같다.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 오히려 자녀를 망친다."

1위. 지배형 – "내 말이 곧 법이다"
양창순 박사가 꼽은 자녀를 가장 확실하게 떠나가게 만드는 부모 유형은 바로 '지배형'이다.
"악법도 법이다" 하면서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직접적 지배형이 있고,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내가 돈을 벌어다 주니까" 같은 말로 은근히 순종을 요구하는 간접적 지배형도 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자녀의 인생을 자기가 설계하려는 것이다.
양 박사가 소개한 실제 사례는 가슴이 아프다. 어릴 때부터 성악을 하고 싶었던 한 내담자는 부모의 강요로 의대에 진학했다. 몰래 음대에 다닌 것이 들통나자 자퇴를 당하고, 결국 부모님 곁에서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삶의 끝은 의사로서의 실패,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었다.
또 다른 내담자는 부모가 시킨 직업을 갖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문제를 일으켰다. 양 박사가 "그러면 본인은 뭘 하고 싶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뭘 하고 싶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지배형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를 '안 보고 싶어'하는 진짜 심리
양 박사는 상담실에서 자녀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이렇게 전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이번에 가서 잘해드려야지"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부모를 만나면 자기가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이 튀어나오고, 어릴 때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내가 이래서는 안 되지" 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괴로움이 반복되니까 결국 아예 안 보게 되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부모, 연락이 너무 잦은 부모보다 자녀를 더 강하게 밀어내는 건, 바로 이렇게 자녀의 마음속에 '사랑과 미움'이라는 양가감정을 동시에 심어놓는 부모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부모 자녀 관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양창순 박사는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다. 자녀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지적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 상담에서도 결국 양쪽 모두가 원하는 건 딱 하나로 귀결된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해달라"라는 것이다.
둘째, 경계 짓기다. 가족이라도 서로의 공간은 존중해야 한다. 핸드폰을 함부로 뒤지거나, 자녀가 학교 간 사이에 방을 뒤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셋째, 느슨한 간섭이다.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정신적인 독립과 이별이다. 도토리가 커서 참나무가 되듯, 자녀가 한 개인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보내주는 것이 부모의 궁극적 역할이다.
양 박사는 이 네 가지를 강조하면서 한 가지를 덧붙였다. "어느 한 사람만 해서는 안 된다. 가족 모두가 같이 해야 한다. 다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부모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자녀도 없다. 서로가 인생을 같이 배워 나가는 관계다. 다만 그 시작은, 부모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