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성과급 열풍 국경 넘었다…중국 공장까지 번진 성과급 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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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장 확산에 산업계 전반 시험대
국내 반도체 본사에서 시작된 성과급 인상 요구가 해외 생산 기지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현지 공장 직원들이 보너스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한국 산업계의 분배 질서가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현지 채용인들 “우리도 더 달라”… 확산되는 보너스 갈등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 등 현지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및 성과급 관련 소식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본사의 성과급 규모가 공개되자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들 사이에서도 성과급 인상 요구가 제기되는 양상이다.
해외 법인의 현지 채용 인력들이 본사 지급 수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보너스 증액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핵심 기지로 약 4000명이 근무 중이며,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책임지는 거점으로 3000명 이상의 현지 인력이 투입되어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국가별 여건에 따른 별도 체계를 운영 중이며 현지에서 공식적인 인상 요구가 접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시안 공장의 요구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공장 인상 요구가 수용될 경우 임금 수준이 높은 미국 등 다른 해외 사업장으로 유사한 요구가 번져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 전반으로 번진 ‘상대적 박탈감’… 분배 기준 논쟁 가열
성과급 요구는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보상 체계가 공개된 이후 업종 간, 산업 간 보상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불거진 결과다. 하청 노조와 해외 공장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특유의 강한 기업별 노조 구조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논쟁의 핵심은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영업이익은 금융비용이나 법인세가 빠지지 않은 단계의 이익이다. 설비투자 규모가 크고 연구개발비 지출이 막대한 제조업 특성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으면 성과급이 개인의 기여도보다 산업 업황에 따라 과도하게 널뛰는 문제가 발생한다.
글로벌 제조 기업인 대만 TSMC나 미국의 GM 등은 ‘세전이익(법인세 차감 전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전이익의 1~3% 정도를 재원으로 확보해 개인별 인사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세전이익 일정 규모당 근로자 1인당 일정 금액을 배정하는 계산식을 활용하며, 근속 기간과 근무 시간에 따라 개인별로 최종 성과급을 달리한다.
주주 반발과 보상 방식의 차이… RSU 등 대안 부각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 단계에서 설정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는 배당의 재원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설비투자 부담이 큰 제조업이나 바이오 위탁생산 산업은 FCF를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경우 FCF의 50%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성과급 증액은 주주 환원 여력 축소로 직결된다.
보상 형태에 대해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은 주로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이나 글로벌 제조사의 핵심 인재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의 보상을 받는다. RSU는 주식 가치가 회사 실적과 연동되므로 인센티브 효과가 크고, 일정 기간 근무를 조건으로 하기에 인재 유출 방지 및 현금 유출 부담 분산 효과가 있다. 메타, 알파벳, 엔비디아, 아마존 등이 이를 주요 수단으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예고와 법적 쟁점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과급은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임금이 아니라고 판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영 성과 배분 방식을 쟁의 대상으로 삼아 파업을 강행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주 단체는 총파업 강행 시 국가 경제적 손실과 주주 이익 침해를 이유로 노조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회사는 투명한 경영 전략 수립을 바탕으로 설득하고 노조는 실현 가능한 요구안을 통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산업계가 성과급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자본 배분 전략의 일환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