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핏빛 함성, 장흥벌에서 부활하다"…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전남 기념식 대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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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풍물패 길놀이부터 '석대들 전투' 재현 공연까지… 시공간 초월한 '녹두꽃'의 숭고한 울림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32년 전, 부패한 탐관오리의 폭정과 외세의 침략에 맞서 스스로 횃불과 죽창을 들고 일어섰던 이름 없는 민초들의 뜨거운 피와 함성이 전남 장흥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물줄기를 바꾼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대동(大同) 정신이 시공간을 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전라남도 기념식’이 지난 7일 장흥군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 장흥군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전라남도 기념식’이 지난 7일 장흥군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 장흥군

전남 장흥군은 지난 7일 장흥읍 중앙로와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일대에서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전라남도 기념식’을 지역 주민과 수많은 방문객의 뜨거운 참여 속에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밝혔다. 장흥은 동학농민혁명 최후의 최대 격전지이자 수많은 농민군이 산화한 '석대들 전투'의 역사적 현장으로, 이번 기념식이 갖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했다.

본격적인 기념식에 앞서 장흥읍 중앙로 일대에서는 그날의 기세를 고스란히 재현한 장엄한 사전 행사가 펼쳐졌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동학 풍물패가 앞장선 '길놀이 퍼포먼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꽹과리와 북소리가 장흥의 하늘을 울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중앙로에서 장흥군민회관까지 행진하며 1894년 당시 세상을 뒤집고자 했던 동학농민군의 맹렬한 기세와 절박한 함성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어 거리를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잔디광장에서는 역사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발길을 사로잡았다. 방문객들은 1894년 당시 쫓기고 굶주리던 동학농민군이 생존을 위해 먹어야 했던 소박하고 거친 음식들을 직접 맛보며 그들의 처절했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또한, 장흥 지역 동학농민혁명의 굵직한 주요 사건들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판화 전시와, 이를 직접 종이에 찍어보는 판화 찍기 체험은 역사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역사 교육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된 본 기념식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경과보고, 그리고 당시 농민군이 부패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내걸었던 혁명적 요구안인 '폐정개혁안 12개조' 낭독 순으로 경건하게 진행됐다. 신분제 타파와 탐관오리 처벌 등을 외쳤던 12개조의 구절이 행사장에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은 시대를 앞서간 농민들의 혜안과 용기에 깊은 숙연함을 느꼈다.

기념식의 대미는 기념공연 ‘깃발에서 빛으로’가 장식했다. 이 공연은 장흥 석대들 전투의 처절했던 피의 항전과, 패전 이후 일본군과 관군의 매서운 추격을 피해 탈출해야만 했던 농민군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한 편의 장엄한 예술 작품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특히 동학농민군의 '보국안민(輔國安民)' 정신이 결코 그 시대에 머물지 않고, 훗날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의 거대한 불꽃으로 이어져 오늘날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가 되었음을 역동적으로 조명해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모든 공식 행사는 참석자 전원이 하나 되어 외친 우렁찬 '만세삼창'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많은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탑으로 향해, 자율적으로 헌화와 분향을 이어가며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넋을 오랫동안 기렸다.

장흥군 관계자는 “장흥은 동학농민군의 피와 눈물이 가장 깊게 스며있는 혁명의 성지”라고 강조하며, “이번 기념식이 부패와 외세에 당당히 맞섰던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전 국민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장흥군은 자랑스러운 동학 정신이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계승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성역화 사업과 교육 프로그램 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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