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서 승객 절반이 ‘공짜’로 탄다는 뜻밖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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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두 명 중 한 명이 경로 승차
제기동역 47%…서울 지하철 최고 비율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경로 무임승차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고령화의 그림자가 도시철도 운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올해 1분기 경로 무임승차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균 경로 무임승차 비율은 15.1%로 집계됐다. 일부 역은 평균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승객 절반 가까이가 경로 승차…1위는 제기동역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로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1호선 제기동역이었다. 올해 1분기 제기동역 전체 승차 인원 약 144만 명 가운데 약 68만 명이 경로 승차 이용객으로 집계됐다. 비율은 47.2%였다. 사실상 승객 두 명 중 한 명이 무임승차 대상자인 셈이다.
뒤이어 동묘앞역이 42.0%를 기록했고 청량리역과 모란역은 각각 35.9%였다. 종로3가역도 32.4%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위 10개 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승객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경로 승차 이용객인 것으로 분석됐다.
무임승차 이용객 수 자체가 가장 많은 곳은 청량리역이었다. 올해 1분기에만 약 76만 명이 경로 승차를 이용했다. 종로3가역은 약 73만 명이었고 연신내역은 71만 명이었다. 제기동역은 68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창동역과 서울역, 고속터미널역도 각각 63만 명 수준을 기록했다. 종로5가역과 선릉역, 사당역 역시 60만 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3년째 이어진 고령층 집중 현상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에도 제기동역과 동묘앞역, 청량리역 등은 꾸준히 높은 경로 무임승차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제기동역과 동묘앞역은 매년 30~40%대 비율을 유지하면서 대표적인 고령층 이용 집중 역사로 자리 잡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특정 지역과 노선에 어르신 이용객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등산객 몰리는 역도 낮 시간대 비율 급증
등산로 인근 역사에서도 경로 승차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공사는 지난달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대를 기준으로 주요 등산로 인접 역사를 분석한 결과 도봉산역은 경로 승차 비율이 34%였다고 설명했다.
수락산역과 마천역은 각각 43%였고 불암산역은 40%, 아차산역은 33%였다. 직장인 이동 수요가 줄어드는 평일 낮 시간대에 고령층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1호선 비율 가장 높아…전체도 상승세
호선별로는 1호선의 경로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이용객 가운데 21.6%가 경로 승차 이용객이었다. 이용객 5명 중 1명 이상이 무임승차 대상자인 셈이다.
이어 8호선은 18.8%, 5호선은 17.3%를 기록했다. 3호선과 7호선도 16% 안팎 수준이었다. 반면 2호선은 10.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울 지하철 전체 경로 무임승차 비율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2024년 14.6%였던 비율은 지난해 15.0%로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15.1%까지 상승했다.
“이동권 보장 필요하지만 부담도 커져”
경로 무임승차는 고령층 이동권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교통 복지 제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이 병원과 시장, 복지시설, 공공기관 등을 오갈 수 있도록 돕는 기본적인 이동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는 단순한 요금 감면을 넘어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복지 수단에 가깝다. 특히 외출과 사회활동이 줄어들기 쉬운 노년층에게 대중교통 이용 기회를 넓혀주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제도의 필요성과 별개로 운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무임승차 대상자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이용 비율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미 서울교통공사의 만성 적자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은 시민 이동을 책임지는 공공교통인 만큼 요금을 쉽게 올리기 어렵고 시설 유지와 안전 관리, 인건비, 전동차 교체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여기에 무임수송 규모까지 커지면서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정부에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수송 손실은 7754억 원 규모였고 이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부담은 4488억 원이었다.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는 19조 원을 넘긴 상태다.
공사는 특히 같은 철도망 안에서도 운영 주체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린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공익서비스 비용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대부분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도림역에서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 구간은 정부 지원 대상이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맡는 2호선은 공사가 비용을 떠안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경로 무임승차 제도가 어르신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 공공서비스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정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를 함께 내놓고 있다. 특정 역사와 노선에 이용이 집중되면서 운영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경로 무임승차는 어르신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라며 “이용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특정 역사와 노선에 집중되면서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비 지원 등 재정 지원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