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도 끊었다" 요즘 5060이 조용히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이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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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무게를 덜어내는 5060세대의 현실
평생 관계를 유지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바빠도 경조사는 챙겼고, 피곤해도 모임에 얼굴은 내밀었다. 그런데 50대를 넘기면서 그 당연함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난 10일 카카오페이가 공개한 '송금 서비스 출시 10주년 리포트'에 따르면 축의금 봉투로 가장 많이 송금된 금액은 2022년까지 5만원이었으나 2023년부터 10만원이 1위로 올라섰다. 부의금 봉투에서도 처음으로 10만원 비율이 5만원을 넘어섰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2025년 5월 20~22일 직장인 8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 동료 결혼식 적정 축의금으로 10만원이 61.8%로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동일 조사에서 덜 친한 동료 기준 적정액이 5만원(65.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기본값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다.
한 번 봉투에 10만원, 연간 경조사가 서너 건만 겹쳐도 30~40만원이 순식간에 나간다. 고정 수입이 줄어드는 은퇴 전후 시기와 맞물린 5060세대에게 이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그 관계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지게 되는 나이가 됐다.
한국리서치가 2025년 12월 발표한 인간관계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친밀한 지인 수는 2022년 6.4명에서 2025년 4.1명으로 3년 사이 2.3명 줄었다. 그렇게 하나둘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경조사 연락 자체를 끊는 5060이 늘고 있다. 요즘 5060이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본다.
3위. 돈이 오가는 관계가 부담스럽다
경조사비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10만원을 보내고 나면 상대방도 나의 경조사에 10만원을 보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대가 생긴다. 그 기대가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가 되는 순간, 관계는 의무가 된다. 5060세대 중에는 자녀 결혼을 이미 마쳤거나 앞으로 경조사를 치를 일이 줄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받을 일이 없는데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관계를 굳이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21%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경조사비를 아끼려고 관계를 끊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 생긴다.
2위. 유지하는 에너지가 아깝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고 나서 피로감이 남는 경우가 있다.
반갑게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왠지 공허한 느낌, 굳이 가지 않아도 됐을 자리에 억지로 앉아 있었다는 기분. 맞춰야 하고, 맞추다 보면 지치는 관계들이 있다. 젊을 때는 그 피로감을 감수하며 관계를 넓혀왔다면, 50대가 넘으면서부터는 그 에너지를 쓰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한국리서치 2025 인간관계인식조사에서 인간관계 스트레스 원인 1위는 '대화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54%)', 2위는 '갈등 상황이 반복되는 피로감(47%)'이었다.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관계라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5060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1위. 손해 보는 관계가 명확히 보인다
젊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50대가 되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사람이 나를 필요할 때만 찾는다는 것, 내가 더 많이 맞추고 있다는 것, 만나고 나면 항상 내가 지친다는 것. 그 패턴이 보이는 순간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경조사 부조금은 내고, 모임에 나가고, 연락은 주고받지만 정작 힘들 때 아무도 없는 관계. 5060세대가 가장 먼저 정리하는 건 바로 이런 관계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 중 60대가 32.4%, 50대가 30.5%로 50~60대가 전체의 62.9%를 차지했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편안함을 주는 것 같지만,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질수록 고립의 위험은 커진다. 손해 보는 관계를 걸러내는 것과 모든 관계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관계를 줄이는 것과 혼자가 되는 것은 다르다.
불필요한 관계를 덜어내고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 그게 5060세대가 조용히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 정리가 지나쳐 모든 관계의 문을 닫아버리면, 나중에 후회하는 건 자신이다.

※ 이 글은 위키트리 지식·교양 창작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