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국팀과 축구하는데…정부, 방한 '북한팀에 3억 지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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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북한 여자 축구팀
3억 원 지원금과 우승상금 100만 달러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이 8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정부는 민간 응원단 지원 명목으로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고, 응원 구호에는 별도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이번 행사가 남북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 응원단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남북협력기금관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 3억 원을 민간 응원단 활동 비용으로 의결한 결과다.
지원 대상은 경기 티켓과 응원도구 등이며, 각 민간단체가 증빙을 제출하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심사를 거쳐 기금을 집행하는 구조다.
응원 구호 방식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간단체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특수한 사례이니 가이드라인을 안내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는 권고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응원단 규모는 약 25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주로 이산가족 단체와 남북 교류협력 단체들이 응원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일부 단체의 응원단 100명 모집이 한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8년 만의 방남, 사상 첫 클럽팀
이번 방남의 당사자는 북한 여자 축구 클럽 '내고향여자축구단'이다. 평양을 연고로 2012년 창단한 이 구단은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체육단으로, 리유일 감독 지휘 아래 2021-22시즌 북한 1부 리그에서 우승한 신흥 강호다.
이들은 오는 17일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선수 27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이 방남한다.
북한 스포츠팀이 한국에서 공식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북한 여자 축구팀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며, 클럽팀 차원의 방남은 역대 최초 사례다. 남북 정부 간 직접 교섭이 아닌 AFC가 대한축구협회에 참가 사실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점도 특이하다.
AWCL 파이널 일정 (수원종합운동장)
준결승 1경기: 5월 20일 14:00 멜버른 시티(호주) vs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
준결승 2경기: 5월 20일 19:00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 vs 수원FC 위민(한국)
결승: 5월 23일 14:00 (4강 승자 간)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

경제적, 외교적 배경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조별리그에서 수원FC 위민을 3-0으로 완파한 바 있다. 아시아 여자 축구 FIFA 랭킹에서 북한은 11위로, 21위인 한국을 앞선다.
이번 대회 참가 의사를 원래 약속보다 보름 이상 늦게 통보했는데, 우승 상금 100만 달러가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강 진출 상금으로 이미 12만 달러가 확정된 상태다. 기권 시 조별리그 경기 결과가 무효 처리되고 상금도 환수될 수 있어, 끝까지 경기를 치르는 쪽이 북한 측에도 실익이 있다는 평가다.
정치적 배경도 복잡하다. 북한은 2023년 말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 규정했다. 통일부는 이번 경기를 "남북 스포츠 교류가 아닌 국제대회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북한 선수단을 여타 외국 팀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인공기 게양은 현행 국가보안법상 위반 소지가 있어 경기장 반입이 금지되며, 한반도기 역시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남북 선수단은 같은 숙소 건물에 머물지만 식사와 이동 동선은 분리된다. 실질적인 교류는 20일 오후 7시 킥오프 이후 90분간만 이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