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밤샘 협상 끝내 결렬…삼성전자 ‘초대형 총파업’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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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마라톤 협상에도 성과급 이견 못 좁혀
노조 “5만명 이상 참여 가능”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종료됐다. 지난 1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재개된 사후조정 역시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가 예고한 오는 21일 총파업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이번 협상은 지난 2~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조정 중지가 결정된 이후 정부 중재 아래 다시 마련된 자리였다. 지난 11일 열린 1차 회의도 오전부터 11시간 넘게 이어졌고 마지막 날 회의 역시 밤샘 협상으로 진행됐지만 양측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는 노사 주장을 토대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노조 측이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하면서 공식 조정안조차 제시되지 않은 채 절차가 종료됐다. 중노위는 “양측 주장 간극이 크다”며 “노사 양측이 다시 합의해 요청할 경우 추가 사후조정 지원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
사후조정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입장 차이였다. 노조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체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 50% 폐지와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삼성전자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를 통해 성과급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직원 보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규모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노조 요구안은 약 51조 원 수준의 성과급 재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반으로 한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DS부문에 한해 올해 일회성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부문 기준 70%, 사업부 기준 30% 방식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제도화 없는 일회성 제안”으로 판단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협상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결과는 오히려 퇴보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안은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기존 OPI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고 성과급 상한 50% 역시 유지됐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 제도화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5개월 동안 동일한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핵심 안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사측과 별도 협상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총파업 강행 방침도 재확인했다. 최 위원장은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할 생각은 없고 적법하게 쟁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 1000명 수준”이라며 “사측 안건을 고려하면 실제 참여 인원은 5만 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한 범위에서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파업 현실화 땐 경제 피해 우려
삼성전자 측은 이미 지난달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회사 측은 반도체 생산라인 점거나 장비 가동 중단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고객사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UV 노광장비처럼 1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핵심 장비는 전원을 한 번 끄면 복구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2007년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 원 피해를 입었고 2018년 평택사업장 역시 30분 미만 정전으로 약 500억 원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 규모가 30조~4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 생산 감소를 넘어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훼손, 협력업체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와 수출 감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정부 개입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이후 30일 동안 파업이 금지된다. 그 사이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다만 정치적 부담이 큰 제도인 만큼 실제 발동 사례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