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다시 베이징 간 트럼프…시진핑과 ‘관세·이란·대만’ 문제 논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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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희토류·대만까지…미중 갈등 현안 한 테이블에
정상회담 앞두고 한국서 사전 협상…양국 대표단 잇따라 방한
9년 만에 베이징에서 다시 마주 앉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3일 외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중국 현지시간 기준 13일 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에 성사되는 미중 정상 대면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는 것은 집권 1기 시절이었던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자체도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중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사실상 세계 질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무역 갈등과 반도체 패권 경쟁, 희토류 공급 문제, 대만 문제, 인공지능(AI) 협력, 이란 전쟁 등 거의 모든 글로벌 현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이란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논의할 것 많다”…핵심은 무역·이란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이 많다”며 “무엇보다 무역이 가장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과의 관계에 대해 “그는 내 친구이며 우리는 항상 잘 지내왔다”며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의제는 이란 문제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휴전과 종전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과 제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포기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란과 경제·외교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사실상 ‘이란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과 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봉쇄작전과 관련해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들은 그 지역에서 많은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대이란 원유 수입 문제와 제재 협조 여부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직접적인 중재 역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평화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결국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으며 결국 합의를 하거나 말살당할 것”이라고 강경 발언도 내놨다.
관세전쟁·희토류·대만까지…충돌 의제 산적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갈등 문제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 ‘휴전 상태’에 들어간 관세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로 맞서고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무역대표단이 한국에서 먼저 만난 점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을 하루 앞둔 12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국제무역담판대표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13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 미국 측 대표단과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회담한 뒤 한국을 거쳐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접촉은 정상회담 직전 의제와 문구를 조율하는 사전 협상 성격이 강하다. 미중 정상이 베이징에서 마주 앉기 전 양측 고위급 라인이 관세와 희토류, 반도체 수출통제 등 민감한 무역 현안을 먼저 점검한다.
다만 이번 만남이 한국과의 양자 협의 성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별도로 회동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재경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방문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장소로 한국을 이용하는 여건”이라며 “앞으로 얼마든지 이야기할 기회가 있고 현재로서는 급한 사람을 붙들고 만나자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희토류와 반도체는 이번 회담의 핵심 압박 카드로 꼽힌다. 중국은 반도체와 AI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가장 직접적인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존 관세 인하 조치와 희토류 통제 완화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조율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대만 문제 역시 민감한 의제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끌어내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미중 군사 긴장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해결이 가까워졌다”고 주장하며 연내 러시아 방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번 방중이 단순한 양자 외교를 넘어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까지 포괄하는 ‘슈퍼 외교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비오·헤그세스 총출동…트럼프 가족도 동행
이번 방중에는 미국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도 대거 동행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에어포스원에 함께 탑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와 며느리 라라 트럼프도 동행했다. 다만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정상회담 외에도 톈탄 공원 참관과 국빈 만찬 등 최소 6개 일정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미중 정상 간 회동 횟수 자체가 상당히 많은 만큼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 안정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