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표정 봐라...” 이천 SK 하이닉스 '본사' 내부, 최초로 공개돼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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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포기하지 않은 기술개발, AI 호황의 숨은 주인공
AI 반도체 호황의 진짜 얼굴, 3만 명이 만드는 현장을 72시간 동안 따라가 봤다.

지난 11일 KBS2 '다큐멘터리 3일'은 그동안 좀처럼 열린 적 없던 문 하나를 열었다. '처음 만난 세계 – 이천 SK하이닉스 72시간' 편이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HBM, 주가 최고가, 실적 경신이라는 단어가 쏟아지지만, 정작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공간의 실체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제작진이 이천캠퍼스에서 사흘을 머물며 기록한 건 화려한 IR 자료가 아니라, 교대근무를 마치고 편의점에 모여 소주를 기울이는 청년들과 30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시니어 엔지니어의 얼굴이었다.
먼지 한 톨이 수억 원짜리 위기가 되는 공간
이천캠퍼스는 매일 3만 명이 오가는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팹(생산공장) 내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입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옷을 갈아입는 절차부터 엄격하다. 정전기는 웨이퍼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방진복은 정전기 차단 기능을 갖춰야 하고, 혹시 모를 먼지 한 올까지 꼼꼼히 제거한 뒤에야 클린룸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2021년 완공된 이 팹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팹으로, 축구장 여덟 개 면적에 아파트 37층 높이다. 천장을 따라 쉼 없이 움직이는 OHT(천장형 물류 로봇)가 웨이퍼 카세트를 실어나른다. 카세트 하나에는 웨이퍼 25장이 들어가는데, 웨이퍼 한 장의 가치를 직원들은 제네시스 한 대에 비유했다. 카세트 하나가 깨지면 고급 세단 25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셈이다.

손톱만 한 칩 하나에 최소 4개월
반도체는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층층이 쌓아 만든다. 방송에 출연한 한 엔지니어는 이 구조를 고층 건물에 빗댔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보다 훨씬 높은 구조물을, 300mm 웨이퍼 안에 1조 개 이상 촘촘하게 세운다. 옆 건물과 닿아도 안 되고, 쓰러져도 안 된다. 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 키보다 큰 전자현미경이 동원된다. 배율은 최대 1억 배. 이 장비로 37층에 해당하는 단면을 들여다보며 불량 원인을 찾는다.
손톱만 한 칩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수백 개의 공정과 반복적인 검증이 이어진다. 전공정 팹에서 넘어온 웨이퍼는 후공정 팹에서 시험을 거쳐 비로소 완제품으로 출하된다. 후공정에서는 강한 열과 전기를 인위적으로 가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량까지 미리 걸러낸다. 현장 엔지니어는 이 과정을 "반도체 의사"라고 표현했다.

불황기에도 쌓아온 기술이 HBM 호황을 만들었다
SK하이닉스가 현재의 HBM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불과 3년 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심각한 다운턴을 겪었다. 수요가 쪼그라들고 업계 전반에 감원과 무급휴직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도 SK하이닉스는 HBM2에서 HBM3로 이어지는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시장이 관심을 갖기 훨씬 전부터 샘플을 개발하고, 납기를 당겨 고객사에 적기 공급했다.
한 구성원은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먼저 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가 있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판단이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HBM의 시작을 함께한 팀의 최고참 엔지니어는 "쌓아온 것이 딱 터졌다"고 표현했다. 30년을 같은 자리에서 버텨온 그는 "제자리를 지키면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요즘 달라진 주변의 시선을 "나쁘지 않은 주목"이라고 받아들이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3교대, 기숙사, 주식 이야기…청년들의 현실
공장 정문에서 몇 걸음 떨어진 편의점. 교대근무를 마친 청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식 중이었다. 대화 주제는 소개팅, 연애, 그리고 주식이었다. 누군가 "애사심을 더 가졌어야 했다"고 하자 웃음이 터졌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천장을 뚫는 지금, 정작 자기 회사 주식을 일찍 팔아버린 직원들의 자조 섞인 농담이었다. "그때가 고점인 줄 알았다"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직도 주판을 쓰는 30년차 옆에서 일하는 청년들
HBM 개발 초기를 함께한 팀의 최고참은 아직도 주판을 사용한다. 후배들이 "계산기 쓰세요"라고 말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밌어서 한다"고 웃어 넘겼다. 그는 "요즘 친구들 빠르고 스마트하다"며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세대가 달라도 같은 공정 안에서 서로 모르는 걸 묻고 채우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었다.

"출근하는데 다들 웃고 있어"…시청자 반응도 뜨거워
방송 이후 유튜브 댓글창에는 부러움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직원들 표정 밝은 거 봐라 3교대인데도 ㄷㄷㄷ", "출근하는데 다들 웃고 있어...", "직원분들 입이 다 귀에 걸려있는 거 보니 ㅋㅋㅋ 너무 귀여우시다 ㅋㅋ", "근무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저렇게 환할 수가 있었구나 ㅎ.." 등 직원들의 밝은 표정에 놀랐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급여와 처우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애사심은 급여와 성과금에서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증명하네요", "일한 만큼 돈 잘 주는 회사라 직원들 표정도 진짜 좋아 보여서 부러웠음", "회사의 발전 + 금융치료 활기차네요 ㅎ 이런 회사가 많아졌으면 ㅠㅠ"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시설에 대한 감탄도 적지 않았다. "와 공장 들어선 순간 미래세계인 줄...", "신의 영역이네.. 직장인이 출근하는 모습이 저렇게 즐거울 수가 있나 ㅋㅋ", "진짜 지금껏 본 회사들 중에 직원들 간 분위기 제일 좋은 듯. 다들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마냥 행복한 게 눈에 보이네요 ㄷㄷ 부럽"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현시점 대한민국 1티어 직장인들ㅋㅋ"이라는 한 줄 요약에는 공감 반응이 집중됐다.
'다큐멘터리 3일'은 2007년 첫 방송 이후 15년간 사랑받다 종영했다가, 지난달 6일 24부작으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 3일'은 24부작으로 편성됐는데,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