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스승의 날인데… 교사들이 가장 무력감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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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악성 민원에 흔들리는 교단… 스승의 날 앞둔 교사들 한숨

전국 교원 2명 중 1명은 최근 1~2년 사이 직업적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45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8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1~2년간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직업적 자부심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2%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낮아졌다’가 33.0%, ‘매우 낮아졌다’가 16.2%였다. 반면 자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교총은 최근 몇 년간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위협 등이 누적되면서 교사들이 직업적 위상과 보람을 예전보다 낮게 체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승의 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꽃을 선물받고 있다 / 뉴스1
스승의 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꽃을 선물받고 있다 / 뉴스1

교권 침해에 흔들린 교단

교육 현장에서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될 때’가 6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입안할 때’가 17.2%로 뒤를 이었다.
교직 이탈과 신규 교직 기피의 결정적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학부모 민원 노출’이 28.9%로 가장 많이 꼽혔다.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보수 및 수당 동결’은 28.1%, ‘생활지도 무력화 및 교권 침해 보호 기제 부재’는 23.5%, ‘사회적인 교권 경시 풍조 및 교원 위상 추락’은 12.3%였다.
중대 교권 침해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89.2%에 달했다. ‘매우 찬성’은 62.2%, ‘찬성’은 27.0%였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대입 반영에는 92.1%,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는 96.4%가 찬성했다.
행정업무 부담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90.8%는 전체 업무 중 비본질적 행정업무 비중이 40% 이상이라고 답했다. 43.3%는 행정업무 비중이 60% 내외로 교육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응답했고 14.6%는 80% 이상으로 수업 준비와 지도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답했다.
보수 수준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현재 보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85.0%로 집계됐다. 교총은 초임교사의 월 실수령액이 약 249만 원 수준으로 1인 가구 생계비 28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교직수당 인상과 보수 물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충남 교사 피습사건 대책 등 교권보호 제도 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충남 교사 피습사건 대책 등 교권보호 제도 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교권 보호 입법 요구 커져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 요구에는 61.2%가 찬성했다. 다가오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는 ‘교권 보호 및 교원 권익 신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61.6%로 가장 많았다.
교사들이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학생의 발전과 성장이 느껴질 때’가 42.7%로 가장 높았다. ‘학생·학부모로부터 감사·격려를 받을 때’는 25.8%였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50만 선생님들은 말뿐인 스승의 날 기념식보다 당장 오늘은 내 차례인가라는 폭행이나 아동학대 신고, 악성민원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교권보호 법제의 마련이 백배 천배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총은 중대 교권 침해 사항 학생부 기재,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무고성 악성민원에 대한 교육감 맞고소제 의무화,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 조항 명확화, 경찰 무혐의 사건의 검찰 불송치 등 5대 교권보호대책 입법을 촉구했다.

교사노조 조사서도 드러난 불안

학생 지도 과정에서 겪는 부담과 긴장감 역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 지도 과정에서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교사는 67.7%에 달했다. 학생에게 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 있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76.8%였고 실제로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교사도 22.9%였다.

학생 지도가 단순 생활지도 수준을 넘어 교사의 신체적·정서적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학생이 이를 제지한 교사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해당 학생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다.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가운데 전학은 6호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중징계가 내려져도 교사들이 체감하는 보호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교권 침해를 겪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 침해를 겪고도 지역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72.3%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실질적인 해결이나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26.9%로 가장 높았다.
유튜브, 연합뉴스TV

악성 민원에 보험 가입도 증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대한 불안감은 보험 가입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교직원안심보험 교권침해담보 가입자는 9312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1477명이던 가입자는 2020년 6115명, 2022년 7129명, 2024년 906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약 6.3배 늘어난 규모다.

보험금 지급 건수 역시 증가세다. 지급 건수는 2018년 8건에서 2022년 106건, 2025년 168건으로 늘었다. 올해 5월까지만 53건이 지급됐다. 지급 사유로는 명예훼손과 모욕, 교사지도 불응이 81%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등 성폭력과 상해·폭행도 각각 6%를 차지했다.

학부모 고소에 대비한 법률비용 보장 수요도 커지고 있다. 교사업무 중 배상책임담보 계약 보유 건수는 올해 5월 기준 9743건으로 2018년 2377건보다 약 4배 늘었다. 형사소송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는 담보도 지난해 출시 이후 569명이 가입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온 이번 조사 결과는 교사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기념행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의 성장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지만 교실 안팎의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법적 분쟁 부담이 커지면서 교직의 안정성은 흔들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가 두려움 없이 학생을 지도하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스승의 날의 의미를 되살리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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