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초중고생 극단 선택, 전년 대비 28% 급증... 가장 큰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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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시도 학생은 4년 전 대비 4배 증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 다닌 학생들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를 시도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나오면서 학교와 교육청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2026 학생 마음건강 증진 추진 계획'을 새롭게 만들었다.

교육청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스스로 생명을 끊은 학생의 수는 2024년보다 27.5% 증가했다. 이는 2021년과 비교했을 때 1.8배 늘어난 수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한 학생 역시 2024년보다 8.2% 늘어났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3.9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평소에 느끼는 정신적인 힘듦과 우울한 감정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소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대답한 비율을 뜻하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2023년 37.3%에서 2024년 42.3%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도 이 비율은 41.3%를 기록해 많은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울한 감정을 겪는 학생들도 많았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멈춰야 할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대답한 비율인 우울감 경험률은 2023년 26.0%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27.7%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25.7%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특히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모두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원인으로는 정신 건강 문제와 가정의 어려움, 그리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 등이 여러 가지로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발생한 극단 선택의 원인을 살펴본 결과,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3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31%였고,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 같은 가정 문제가 18%를 차지했다. 성적이나 진로 고민 등 학업 문제가 10%였으며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우 관계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는 각각 4%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마음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는 정상군으로 분류된 학생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생명을 끊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지역 학생 극단 선택 사례 가운데 정상군으로 분류됐던 학생의 비율은 70.6%에 달했다. 이는 2023년 63.9%와 2024년 62.5%보다 더 높아진 수치다.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나온 관심군 학생이 학교 밖의 전문적인 치료 기관이나 심리 상담 센터로 연결된 비율은 지난해 73.1%에 그쳤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 10명 중 3명 정도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검사 정상군에서 극단 선택 학생이 다수 발생했고, 치료 연계도 미흡했다"라고 진단하며 현재의 시스템에 부족한 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교육청은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 검사 말고도 수시로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확인해 위험한 상황을 미리 알아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 밖의 정신 건강 전문 기관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학생이 학년을 올라가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때 그 학생의 마음 건강 정보를 끊기지 않고 전달하는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급에 따라 주로 겪는 정신 건강 문제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 혹은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많이 겪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우울한 감정을 느끼거나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해치고 극단 선택을 생각하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고등학생은 이러한 우울감과 자해 및 극단 선택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전체 고등학생 가운데 39.2%를 차지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됐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돕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크게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생이 쓴 글에서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AI 마음일기'라는 스마트폰 앱을 새로 도입한다. 또한 서울에 있는 모든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언제든지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마음EASY검사 제도를 확대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 빠르게 돕기 위한 새로운 지원 조직도 만든다. 교육청은 24시간 안에 현장에 출동해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울학생 생명사랑 긴급대응체계(GRIP)'를 새롭게 설치해 극단 선택이나 자해 등 급박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학생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러한 아동 청소년의 마음 건강 악화 현상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과거에 발표한 아동 청소년 관련 통계 자료들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도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극단 선택으로 파악된다. 특히 코로나 상황을 거치며 학교에 정상적으로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사회성과 마음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는 분석이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신 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마음속의 힘듦을 숨기지 않고 어른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학교와 가정이 함께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울러 겉으로는 평범하고 밝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외롭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알맞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의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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