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까지 야구하는 게 복”… '42세 현역' 최형우가 펄펄 날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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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야구선수 최형우가 밝힌 '롱런' 비결

예전에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동년배 선수들은 이미 야구 유니폼을 벗고 코치 등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수많은 후배들마저 그라운드를 떠난 지금,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42)는 여전히 타석에 선다.
최형우는 단순히 버티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KBO리그 정상급 타자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며 때로는 그들보다 더 뜨겁게 방망이를 돌린다.
여전히 타석서 펄펄 날고 있는 '42세 현역' 최형우
나이는 그의 기록 앞에서 힘을 잃는다. 13일까지 37경기에 출전한 최형우는 타율 0.361(133타수 48안타)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7홈런(7위), 28타점(8위), OPS(출루율+장타율) 1.058(2위)이라는 숫자도 함께 찍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500(34타수 17안타)을 기록하며 ‘42세 현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펄펄 날고 있다.
많은 야구팬들이 최형우를 두고 ‘나이를 잊은 선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선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최형우가 스스로 밝힌 비결은 거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그는 과거에 머물지 않았고 자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인정에서부터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시작됐다.
최형우는 14일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옛날 생각만 하면 빨리 은퇴하게 된다. 나는 변해서 살아남았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전날(13일) LG 트윈스와 경기가 치러진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뤄졌다.
운동선수에게 나이는 피할 수 없는 벽이다.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면서 선수 생명이 예전보다 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30대를 넘기면 신체 능력 저하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른바 ‘에이징 커브’다. 이 시기를 맞은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은 반응 속도는 조금씩 늦어지고 스윙 스피드는 예전 같지 않다. 같은 공을 보고도 배트가 나가는 타이밍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최형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하면 예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해마다, 경기마다, 타석마다 자신을 조금씩 고쳐 나갔다고 한다.
최형우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상황과 순간에 맞춰서 미세하게 계속 바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윙 스피드도, 반응 속도도 예전과 다르다. 타이밍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배트가 나갔는데 앞에서 맞아야 할 공이 뒤에서 맞아 파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파울이 나면 '오늘 또 타이밍이 밀리는구나' 생각하고 타이밍을 좀 더 앞에 두는 등 여러 가지를 조정한다"라고 했다.
이 말에는 42세 베테랑이 아직도 살아남는 이유가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잘했던 시절의 감각만 붙잡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오늘을 버티려 하지 않는다. 어제의 방식이 오늘 통하지 않으면 바꾸고 오늘의 몸 상태가 어제와 다르면 다시 조정한다. 한때 최고였던 선수가 계속 최고 수준에 머물기 위해 가장 먼저 내려놓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의 나’였다.
"옛날 것 자꾸 생각하고 거기에 빠져 있으면 빨리 은퇴하게 된다"
최형우는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옛날 것을 자꾸 생각하고 거기에 빠져 있으면 빨리 은퇴하게 된다는 거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전광판 숫자를 볼 때마다 '내가 십몇 년 전으로 돌아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계속 변화를 해왔고 그런 게 쌓여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가 지금 보여주는 성적은 팬들에게도 놀랍지만 정작 본인에게도 낯선 장면이다.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는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최형우 역시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 대목에서 최형우의 이야기는 단순한 야구 선수의 성적표를 넘어선다.
누구나 한때 잘했던 방식이 있다. 누구나 과거의 빛나는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환경도, 몸도, 세상도 달라진다. 그 변화 앞에서 "예전에는 이랬는데"라고만 말하는 사람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바꾸는 사람은 늦게라도 다시 빛날 수 있다. 최형우의 2026년은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휴먼 스토리에 가깝다.

그의 동년배인 40대 팬들이 최형우를 보며 대리 만족과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새로 해내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는 여전히 자신을 바꾸며 결과를 내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준다.
최형우는 그런 시선에 대해 "뿌듯하고, 아직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면서도 "여기서 더 잘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은 지 오래다. '이 나이까지 야구하는 게 복'이라는 마음이라 욕심이 별로 없다"라고 털어놨다.
최형우는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핵심 멤버였다. 이제는 팀의 최고참이 돼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한다. 하지만 그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은 타격 기술의 세부 요령이 아니라고 한다.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법,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법이라고 한다.
"100경기 나가면서 3할 치지 말고 144경기 나가면서 2할 8푼 쳐라" 후배에 조언
최형우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1년에 100경기 나가면서 3할 치지 말고, 144경기 나가면서 2할 8푼을 쳐라'는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은 3할을 치고 싶어서 미친 듯이 하다가 다치고 자리를 비운다. 주전이라면 라인업에 박혀 있는 것 자체가 팀에 엄청난 공헌"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말은 야구장을 넘어선 조언처럼 들린다. 한순간 빛나는 것보다 오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잠깐의 성과보다 꾸준함이 결국 사람을 증명한다. 최형우가 42세에도 현역으로 뛰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는 대단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기보다, 다음 날에도 다시 타석에 설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최형우가 미래를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누구보다 불확실성을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도 쉽게 답하지 않았다.
최형우는 "저도 4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녔다. '지금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마음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라며 "이 나이를 먹으면 한 치 앞도 모른다. 지금은 잘하고 있어도 당장 다음 달부터 고꾸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 잘하고 있어도 내일을 모른다는 말. 그래서 오늘 더 성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형우의 담담함은 무심함이 아니라 긴 시간을 버틴 사람의 현실 감각이다. 최형우를 다시 뛰게 하는 또 다른 힘은 팬들이다. 그는 삼성으로 돌아오며 젊은 팬들이 자신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값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신다. 그 힘을 받아서 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최형우는 "10년이라는 공백기 때문에 젊은 팬분들은 내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늙은이가 왔다'라는 것보다 '야구 잘하는 늙은이가 왔다'라고 생각하게끔 보여주자고 마음먹었다"라며 "그런데 생각보다 나를 잘 모르셨던 분들도, 어린이 팬들도 너무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신다. 그 힘을 받아서 더 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최형우의 야구는 화려한 과거를 추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기 위해 매일 자신을 바꿔온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도 늦지 않았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그 말을 기록과 타석으로 증명하고 있다. 42세 현역 최형우가 펄펄 날고 있는 이유는 시간을 거꾸로 돌렸기 때문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변한 몸을 받아들이고 변한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고쳤기 때문이다.그런 변화들이 쌓여 다시 지금 전광판 위 숫자로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