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영화 흥행 2위 찍은 장항준..."예전보다 행복 줄었다"
작성일
add remove print link
천만 감독의 역설, 성공 뒤 찾아온 허무감
'돌과 꽃'을 동시에 주는 대중, 장항준이 느낀 피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역대 흥행 2위라는 엄청난 성과를 기록하며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항준 감독이 화려한 이면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FM4U '두시의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한 장 감독은 1600만 관객 돌파 이후 '거장'으로 불리며 겪는 변화와 부담감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흥행 2위 기록에도 "행복감은 예전보다 떨어져"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박지훈, 유해진 주연의 탄탄한 연기력과 스토리로 극장가를 사로잡으며 누적 관객 수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영화 역사상 역대 흥행 순위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이처럼 흥행 감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장 감독은 성공 이후 이전과 달라진 삶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제는 함부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했다. 이어 "행복감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 같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원래는 자유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방식이었지만, 많은 시선 속에서 자유를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을 표현한 것이다.

네티즌 여론에 대한 솔직한 심경 "한 손엔 돌, 한 손엔 꽃"
장항준 감독은 온라인 여론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가감 없이 밝혔다.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나는 평생 누군가를 평가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의 태도를 "한 손에는 돌을, 다른 한 손에는 꽃을 들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 칭찬할 때는 과할 정도로 치켜세우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갑자기 주목받는 인물이 나타나면 과거를 들춰내며 태도가 급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의 극단적이고 변덕스러운 반응에 대한 피로감과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아내 김은희 작가의 조언과 꿈꾸지 않았던 현재의 삶
이날 방송에서 장 감독은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의 일화도 전했다. 김 작가는 늘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만큼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 감독은 마지막으로 "지금의 삶은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 큰 기쁨이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행복이나 쾌락이 부족한 상태"라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인간 장항준의 솔직한 고민과 허무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계유정난으로 조선이 뒤흔들리던 시기, 어린 왕 이홍위(박지훈)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지인 광천골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만나 남다른 우정을 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한국 영화사 바꾼 대기록들
장항준 감독의 고민과 별개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세운 기록은 한국 영화사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 확실하게 확인된 공식적인 기록과 지표들은 이 작품의 성공 규모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장 압도적인 지표는 역시 관객 수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9년 '극한직업'이 세운 1626만 명에 이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위의 기록이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약 5100만 명임을 고려하면 국민 3명 중 1명은 이 영화를 본 셈이다.
관객 수에 비례하여 매출액 또한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공식 집계된 매출액은 14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역시 '극한직업'(약 1396억 원)을 제치고 '명량'(약 1357억 원, 1761만 관객)과 관객 수 대비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 역대 한국 영화 매출액 순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티켓 가격 상승 등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극한직업'에 이어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를 한 단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 이후 '왕과 사는 남자'는 좌석 점유율과 예매율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 개봉 첫 주 주말 좌석 점유율은 70%를 상회했으며, 이는 인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또한, 개봉 이후 8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유지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누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성공의 이면, 장항준 감독의 솔직한 심경
장항준 감독은 이러한 엄청난 성공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솔직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을 당시 열린 감사 행사에서 장 감독은 "천만 관객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수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수치를 넘어 관객분들이 영화에 보내주신 공감과 지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영화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다음 작품에서 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성공을 즐기기보다는 다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라디오 방송에서의 발언 또한 이러한 성공에 대한 부담감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중의 평가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지만, 그 성공은 장항준 감독에게 또 다른 도전과 고민을 안겨준 듯하다. 그의 솔직한 고백은 화려한 성공 뒤에 숨겨진 인간 장항준의 면모를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성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