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밥상] 우주인이 매운맛에 집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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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이 빼앗은 미각, 핫소스가 인기인 이유
우주 식탁의 영웅: 김치와 고추장의 활약

폼나는 밥상

[우주 속 식탁] 우주비행사가 핫소스에 열광하는 과학적인 이유

광활한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뜻밖에도 ‘핫소스’ 같은 자극적인 것들입니다. 지구에서는 기호식품으로 즐기던 음식들이 우주 공간으로 넘어가면서 인기메뉴로 등극한 이유가 무엇일가요? 여기에는 우주가 인체에 미치는 과학적인 변화가 숨어있습니다.

■ 무중력이 앗아간 미각, "코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우주비행사들이 자극적인 맛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주의 ‘무중력 상태’ 때문입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체액이 아래로 쏠리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 나가면 체액이 상체로 쏠리는 ‘유체 전이(Fluid Shift)’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우주비행사들은 얼굴이 퉁퉁 붓고 코가 부어올라 꽉 막히는 증상을 겪게 됩니다.

마치 지독한 코감기에 걸린 것과 비슷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후각이 현저히 둔해지는데, 음식의 맛은 80~90% 이상이 후각을 통해 인지되기 때문에 미각 역시 함께 약해집니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우주에서는 마치 종이를 씹는 것처럼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무맛’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둔해진 미각과 후각을 단번에 깨워줄 수 있는 맵고, 짜고, 신 자극적인 맛을 갈구하게 됩니다.

■ 우주로 진출한 ‘K-매운맛’, 김치와 고추장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의 발효 음식인 김치와 고추장은 우주 식단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발효된 새콤한 신맛과 고추 베이스의 강렬한 매운맛은 집 나갔던 우주비행사들의 입맛을 되찾아주는 해결사가 됩니다. 실제로 2025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활한 한국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조니 김(Jonny Kim)은 김치와 고추장을 활용해 다양한 한식을 만들어 먹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빵 부스러기가 나오지 않도록 특수 제작된 ‘밀 스낵 브레드’ 위에 고기 패티와 치즈를 얹고, 그 위에 한국산 태양초 고추장을 넉넉히 뿌린 일명 ‘레인저 버거(고추장 버거)’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대체 재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우주표 김치볶음밥과 고추장 타코 등을 만들어 먹으며, 비록 지구의 맛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우주 생활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 가루 한 점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우주 식단

이때 만들어 먹은 고추장 버거는 우리가 '버거'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일반 음식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빵가루나 소금 가루 같은 미세한 입자들이 떠다니다가 기계에 들어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비행사의 호흡기로 들어가 질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들은 가루 형태의 소금과 후추 대신, 이를 액체 상태로 녹인 ‘소금물’이나 ‘후추 오일’을 사용하고 특수 제작 및 포장된 음식을 가져가게 됩니다.

■ 맺음말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있는 핫소스 한 방울, 고추장 한 스푼이 지구를 떠나 먼 우주에 머무는 비행사들에게는 일상의 감각을 깨우고 고향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이 고추장으로 나만의 그리운 음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home 허지혜 기자 hzezze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