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타격 비행체 잔해 한국 도착…드론이냐 미사일이냐 분석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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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공격 비행체 잔해 분석 시작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 외교부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 외교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잔해가 한국에 도착했다. 공격 주체와 비행체 기종을 특정하지 못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해온 정부로서는 잔해 분석이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잔해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항공편으로 전날 도착했다. 외교행낭 형태로 아부다비발 인천행 민항기에 탑재돼 운송됐다. 잔해는 정밀 감식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이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전문적으로 보려면 잔해를 분해해 볼 필요도 있고 물리적, 화학적 검사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기자간담회에서 "(잔해를) 국방부에 있는 조사 전문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서 여러 가지를 다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ADD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방부 기술분석팀은 나무호가 예인된 두바이에도 파견돼 선체 파공 등 현장 정밀감식을 병행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북서쪽 UAE 영해 부근에서 발생했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8시 40분쯤 HMM 소속 대형 화물선 나무호가 미상 비행체의 공격을 받아 폭발과 화재가 났다. 외교부가 발표한 정부 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상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두 차례 타격했다. 선미 외판에는 폭 약 5m, 깊이 약 7m의 파공이 생겼고 화재가 급속히 확산됐다. 선원 24명 중 1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동일 지점을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한 것을 두고 위치가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표적이 됐다는 것이라며 의도적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비행체 기종을 둘러싼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이란이 자체 개발한 삼각형 날개 형상의 자폭드론 샤헤드-136 가능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해외 군사 전문가들과 외신들도 이 가능성을 제기했고 파손 형태가 샤헤드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신 사무총장은 나무호 파공 부위의 외판이 바깥으로 돌출됐다는 것은 비행체가 선체를 뚫고 들어간 후 내부에서 폭발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지대함 미사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도 파공 크기가 작고 위치가 해수면보다 약 1~1.5m 상단이라는 점을 들어 해수면에 1.2m 이내로 밀착 비행을 하는 함대함 단거리 순항 미사일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잔해가 샤헤드-136 엔진으로 잠정 식별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대함미사일 등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 주체를 둘러싼 이란의 입장은 기관마다 엇갈렸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국영 매체 프레스TV를 통해 "한국 국적 선박을 표적으로 노리고 공격한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반면 주한 이란대사관은 관련성을 부인했고 이란 의회는 혁명수비대의 입장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와 교감 없이 혁명수비대 강경파가 단독으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혁명수비대 내 강경파의 개별 행동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잔해 분석 결과가 나오면 그다음 수순은 외교적 대응이다. 고위당국자는 연합뉴스에 "(공격 주체가) 확인이 다 되면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을 쓸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는 나무호 피격이 미국·이란 전쟁 이래 33번째 민간 선박 공격 사례라고 파악하고 다른 피해국의 대응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강경 대응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뉴스핌 인터뷰에서 "해상에서의 공격은 주체나 흔적을 은닉하기 매우 용이해 당한 입장에서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특정 국가나 단체를 지목하기 어렵더라도 한국 국민과 국익을 침해한 부당한 공격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이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지렛대로 삼아 억류 선박과 선원의 우선 귀환을 이란 측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연합 구상(MFC·Maritime Freedom Construct)이나 영국·프랑스 등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확보 대열에 동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부터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주장하며 한국의 동참을 압박해왔다. 잔해 분석을 통해 이란 공격이 확인되면 정부가 이 압박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